[칼럼] 창작 활성화로 변신하는 세종문화회관을 주목한다
[칼럼] 창작 활성화로 변신하는 세종문화회관을 주목한다
  • 탁계석(예술비평가회장, 논설주간)
  • 승인 2013.03.26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문화회관(사장 박인배)이 변신을 꿈꾼다. 3월25일 발표한 올해 사업 방향에서 대체적인 윤곽이 들어났다. 요약하자면 첫째가 창작 활성화, 둘째가 문화네트워크 연계, 셋째가 시민참여문화의 확대다.

세계화, 국제화가 아닌 실현 가능의 내실 있는 문화정책 지표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창작을 통해 극장의 정체성과 기능을 찾으려는 노력이 주목할 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종문화회관이 법인화 이후 걸어 온 파행에 가까운 만성적이고 비정상적인 구태(舊態) 운영을 생각하면 변신이 신선하다.

만신창이가 된 조직 내부를 추스르고 새 성장 동력을 만들어 얄팍한 상업 대중화로 추락한 세종의 위상을 세우는 것에 ‘전문성’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매년 예산이 2%씩 삭감되는 운영의 어려움을 딛고 창의력과 상생의 협력을 바탕으로 정립하려는 의지가 보이는 것 같다.

아직 박근혜 정부의 문화정책 로드맵이 발표되지 않았다. 인수위는 해산했지만 누구도 뭘 하겠다,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 없으니 초단위로 움직이는 세상에 갑갑함마저 느껴진다. 특히 이번 사업 발표에서 창작이 공모형식을 그간에 전가의 보도로 여겨왔던 오랜 관행을 깨고 창작자를 지목해 선정한 것은 소신 작업이다.

또 하나 세종문화관이 광화문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닌 포용의 리더십을 통해 지역 공간을 끌어안은 것도 바람직하다. 지역공간들이 구의원들에 마인드 부족으로 잘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방치된 소외지역이 더 많기 때문에 프로그램 공급과 자치 능력을 키워 줄 필요가 있다.

이는 시민참여를 통한 문화인구 확산에도 의미가 있다. 오페라 ‘아이다’에 시민합창단이 출연한 것이 완성도에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도해 볼만 하다.

사실 ‘시립예술단체’란 명칭하나 때문에 우월적 권위를 지니던 시대는 지났다. 예술단체들이 노조에 의존해 능력을 개발을 등한시하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상대적 박탈감에 힘든 민간 예술단체들과 협동하는 것은 선의의 경쟁을 끌어내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창작 활성화에 기폭제가 되려면 공간 효율성을 더욱 창의적으로 끌어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창작 대관료 할증 취소 등의 조치 못지않게 작곡료 현실화 등 창작자를 우대하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그간 학맥, 인맥, 기득권에 의존한 창작 공모관행에서 실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지난해 한 기관의 창작 위탁 단체가 창작 공모를 하면서 몽땅 Y대 출신 작곡가들로만 선정되었다거나 작품은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공연을 보면 낙제점인 것들이 많고, 숱한 공모에도 불구하고 실존하는 작품이 없이 돈만 퍼붓고 돌아보지 않는 공공 창작 한계가 어떤 방식으로든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예술단체에 창작 예산 항목이 없는 것도 레퍼토리 한계에 빠지는 원인이다.

새 정부에 우려되는 것은 뮤지컬 광풍이다. 벌써 50~60억 초대형 제작을 호언하고 나서는 분위기에 문화 전문가들 사이에선 시선이 곱지 않고 우려마저 있다. MB 정부가 인사 실패였다면 박근혜 정부가 뮤지컬 역풍을 맞으면서 고급문화의 정신적 감화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직도 작곡 능력이 부족하고 가창력도 확립되지 않은 터에 자본 논리를 앞세운 제작 방식이 자칫 어려운 경제를 더 힘겹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것은 정부 기금에 먼저 손이 닿는 정치력이 뮤지컬에 있다고 보기 때문.

창작 오페라 역시 억지로 돈을 끌어내기 위한 무리수는 창작에 독이 될 것이다. 국민들이 가요나 가곡을 제외하면 실제 유통되는 창작 클래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한류 등 글로벌 시장 개척도 적신호다. 세종문화회관이 서울시 정책을 공유하지만 더 넓게는 대한민국의 문화중심으로 서의 선도 역할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정책의 추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시민들이 늘고 토론 문화도 성숙시켜 가야 할 것이다.

공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등(消燈)부터 하는 로비문화가 아닌 즐기도록 여유를 주는 배려의 공간이면 더 좋지 않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