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재외동포재단 주머니돈은 쌈짓돈인가?
[수첩] 재외동포재단 주머니돈은 쌈짓돈인가?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3.03.30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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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줄어드는 재단 홍보예산의 진실

“올해 홍보예산이 줄어들었어요. 신문사에서 국회에 로비를 좀 하지 그러세요!”
3월27일 서울 프레스센터 15층 언론중재위원회 심사실에서 재외동포재단 홍보팀측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재외동포재단의 예산인데 왜 우리가 국회에 가서 로비를 해야 하나? 왜 이런 얘기를 하나? 잠깐 의아했으나 곧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이 날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이 있던 날이었다. 재외동포재단은 본지 기사를 문제로 삼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해 반론보도를 요청했다.

문제의 기사는 “로마 스페인광장에서의 사모님 논쟁’이라는 칼럼. 재외동포재단 김경근 이사장을 수행해 로마로 출장 나온 재단 여직원이 일시 ‘사모님’으로 오해 받은 해프닝을 소개한 기사였다. 칼럼은 이런 불필요한 오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명함도 많이 돌리고 인사를 많이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곁들였다.

이에 대해 재외동포재단은 “재단 여직원이 재단 이사장만 수행한 것이 아니라 관련된 일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내용의 반론보도를 실어달라고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본지와 재외동포재단 측을 불러 조정을 이끌어냈다. 이 작업은 빠르게 끝났다. 본지가 반론보도를 싣기로 하면서, 반론보도문의 문구 조정도 간단하게 조율됐다.

그리고 합의서에 사인한 후 자리에서 일어날 때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올해 홍보예산이 줄어들었다. 신문사측에서 국회에 로비를 좀 하지 그러시냐”는 내용의 얘기를 두세차례 반복했다. 이 말의 함의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올해 광고비가 적어질 것이니까 각오하라”는 내용에 다름이 아니다. 그리고 때와 장소를 감안한다면, ‘로마에서의 사모님 논쟁’과 같은 기사를 쓰니까 올해 광고비 지원을 줄이겠다는 뜻도 숨어있는 듯하다.

동포언론 육성은 재단이 수행하는 사업의 하나다. 재단은 신문에 광고를 내는 형태 등으로 해서 언론을 지원한다. 마침 올해는 재단의 예산도 늘었다. 지난해 427억원에서 올해는 450억원으로 5.3% 증가했다. 하지만 동포언론 육성과 관련된 홍보예산은 줄었다는 것이다.

재단이 동포언론, 그 가운데서도 국내에서 발행되는 동포관련 전문매체에 광고하는 금액은 사실 크지 않다. 본지에 광고로 연간 지급되는 금액이라고 해봐야 재단 이사장이 수행 직원 1명을 데리고 비즈니스 편으로 로마를 한번 방문하는 비용 안팎일 것이다. 1년에 두번, 한인회장대회 때와 한상대회 때 배포되는 신문에 한차례씩 광고하는 것이 그간 재외동포재단의 ‘동포 언론 육성’ 방법이었다.

그런 가운데 언론중재위 심사실로 동포언론을 불러놓고 “올해는 홍보비가 줄었다. 국회에 가서 로비하라”고 두세번 반복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재외동포재단이 정부예산이라는 돈을 주머니돈이자 쌈지돈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광고비 운운하며 언론을 어르는 것은 아닐까?

재외동포재단은 지난해에도 홍보예산이 줄었다고 했다. 동포관련 취재를 6-7년 이상 해온 본지 편집국장도 “이 소리를 들어보지 않은 해가 없다”고 말했다. 도대체 얼마나 되고 누구한테 쓰는지 홍보예산의 진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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