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축구협회가 축구보다 잿밥에만 신경 쓰나
[시론] 축구협회가 축구보다 잿밥에만 신경 쓰나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5.18 0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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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추구해야 할 가장 큰 목표는 축구시합에 나가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그들이 승리하도록 밑 바침을 하는 일이다. 여기서 축구시합이라는 의미는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모든 경기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초등학교를 비롯하여 대학교까지 광범위하게 선수 층이 분포되어 있으며 일반 사회인들이 친목과 건강을 위하여 생활체육으로서의 축구를 하는 것도 모두 포함된다.

프로축구 역시 이 틀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들을 가리켜 우리는 축구인이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도 선수와 감독 그리고 심판은 축구를 지탱해 나가는 정족지세(鼎足之勢)다. 그들은 축구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평생을 축구와 더불어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긍지가 있다.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이 더 많다. 그래도 한눈팔지 않고 축구와 더불어 살아간다. 이들의 숫자만 자그만 치 15,000명 정도다. 그들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면허증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선수단에 고정되어 있는 사람과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으로 구별된다.

특히 심판은 프리랜서가 대부분이다. 이들 현역 이외에도 은퇴한 축구인들은 더 많다. 평생 축구에만 매달리다보니 그들의 가정생활은 엉망이 되어 있는 수가 많다. 생활인으로서는 빵점인 축구인들이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축구를 벗어나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 축구의 내일은 모든 축구인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축구협회를 만드는 일이다. 지금처럼 엘리트 위주의 축구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유년시절부터 축구를 시작해야만 올바른 선수로 클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축구강국 브라질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어린 학생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키우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축구협회가 맨 먼저 해야 할 일이 이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앞뒤가 엇갈려 있어 보인다.

지금 우리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기 위하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다. 6월5일 레바논과의 6차전 원정경기를 치르는데 11일에는 우즈베키스탄과 홈경기를 치르고, 18에는 이란과 맞붙는다. 홈 2연전이다.

이 중요한 시합에 선수들의 시차극복과 피로 해소를 돕기 위해서 전세기를 띄우는데 5억이라는 거액을 투입한다. 전 국민이 목매어 기다리고 있는 승리를 장담하기 위해서도 이를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세기에는 붉은 악마 응원단 150명이 포함되었다. 참으로 잘한 일이다. 응원단이 자기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외국까지 원정응원을 하는 예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를 위한 전세기에 태우고 가는 것은 일석이조다.

그런데 갑자기 130명으로 줄였고 최종적으로 배정된 좌석은 110명에 불과하다. 이미 만반의 응원준비를 끝냈던 응원단에서는 누가 가고 말고 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들은 축구협회 소속이 아니다. 오직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진하여 응원단을 구성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 세계를 향하여 그 진가를 과시한 바 있다.

응원단이 있는 경기와 없는 경기는 선수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사람의 응원이라도 더 보태줘야 힘찬 슛을 날리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응원단 좌석에서 40석을 빼앗아간 사람은 누구일까. 16개 시 도 협회장이다. 그들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투표권을 가진 24명 중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막강 파워다. 그나마 그들 중에서 레바논에 갈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레바논까지 무박2일 일정으로 2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는 게 부담되기 때문이다.

축구협회가 이들 협회장들이 안 가면 직원이나 관계자를 보내도 좋다고 했다. 투표권을 가진 사람에게 선심을 쓰는 행위다. 50석을 지방협회장에게 할애한 이 전세기 좌석은 결국 선수들을 격려한다는 의미를 벗어나 축구협회장의 개인적인 재선(再選)을 노리는 선심행정으로 탈바꿈해 버렸다.

과거 회장을 지낸 정몽준이나 조중연 역시 똑같은 행위를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어중이떠중이들이 함께 탑승했을 때 오히려 선수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걱정이다. 이런 난맥상이 관례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는 것은 축구협회 회장을 24명의 투표권자만이 간접선거로 뽑는 잘못된 제도 탓이다.

이 제도에 대해서는 지난번 회장선거에 출마했던 4명의 후보자들도 제도 개선을 해야 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당선 후에는 꿩 구어 먹은 뒤 끝처럼 언제 그랬던가 싶다. 이를 광정(匡正)하기 위해서 뜻있는 축구인들이 새로운 노조를 설립했다. 대한축구협회 새노동조합(위원장 김병환)이다. 새노조를 결성한 것은 전적으로 일부 인사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축구협회를 진정한 축구인의 모임으로 탈바꿈하려는 큰 포부에서다.

회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만이 불우한 축구인을 구제하고, 축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들이 모였다.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좌고우면하는 축구인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스스로의 권리행사를 포기하는 행위임을 모른다. 축구보다 잿밥에만 눈독을 드리는 협회는 이번 기회에 거듭나야 한다. 용기를 가진 축구인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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