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8000m급 14좌를 오른 한국인은 장하다
[시론] 8000m급 14좌를 오른 한국인은 장하다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5.24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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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좋아하는 인구가 불어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등산을 하려면 장비는 필수다. 옷은 우리가 항상 입고 다니는 것이긴 하지만 평소에 입던 대로 산에 가기는 좀 멋쩍은 면이 있다. 그래서 등산복이 따로 준비된다. 심한 운동을 하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데 수분을 빨리 흡수하고 빨리 건조시키는 기능성 옷감이 선호된다. 등산화는 더욱 중요하다. 가파른 산길에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는 비브람을 신거나 바위를 오르내리기 쉬운 리지화를 선택한다.

겨울에는 눈이나 얼음길에 착용하는 아이젠을 따로 준비한다. 이런 식으로 등산을 하기 위한 품목을 늘어놓다보면 엄청나게 많다. 게다가 소위 브랜드가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한국 등산인들의 취향은 수없이 많은 아웃도어 전문회사를 양산시켰다. 어지간한 선호도를 가진 브랜드는 1년 매출 몇 천억씩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명성으로 다른 제품까지 덩달아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의 근교 산에 올라가보면 히말라야에 가도 빠지지 않을 만큼 근사한 차림으로 산을 타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덕분에 생산자의 기업이 확장되고 고용이 늘어나며 시장기능이 넓어진다면 수요자의 입장에서도 나쁠 이유가 없다. 한국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품가격이다. 조금 알려진 브랜드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유행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등산장비도 하나의 유행이 된 듯 서로 비싼 것을 장만했다고 자랑하는 풍조까지 있으니 따라가다 보면 뱁새다리 찢어질라. 이들 유명 브랜드를 가진 회사에서는 자기네 제품을 선전하기 위해서 유명 산악인을 모델로 쓰거나 아예 자사 임원으로 영입한다. 박영석이나 엄홍길 같은 대표적인 산악인들은 경쟁적으로 끌어간다. 스포츠나 연예계의 스타들에게 광고업계에서 눈독을 들이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들 산악인들은 대부분 히말라야 등 고산을 오르기 위한 비용으로 그 돈을 사용한다.

히말라야에 가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 원정대를 구성한 다음 산악전문 회사를 스폰서로 잡아야 하며 네팔 등 현지에 가서 포터와 세르파를 고용해야 한다. 보통 원정기간만 한 달 이상 걸린다. 이 모든 준비를 하자면 마음고생이 클 수밖에 없다. 다행히 캠프에 도착한 다음 날씨가 바쳐주면 순조로운 산행을 하게 되지만 언제 눈보라가 몰아치고 눈사태가 덮칠지 모르는 불안한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한국의 산 사람들은 히말라야의 8000m급 14좌에 6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박영석 엄홍길 한왕룡 오은선 김재수 김창호다. 그 중에서도 오은선은 여성으로서 세계 최초를 기록했다. 박영석은 그 뒤에도 쉬지 않고 남극과 북극 등 극지도전을 멈추지 않고 성공했으며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실종되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그의 도전 정신은 한국 산악인들의 상징이다. 이번에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마지막으로 등정한 김창호는 2005년 7월14일 낭가파르바트(8125m)를 오른 것을 시작으로 7년 10개월 6일 만에 14좌를 모두 올라 세계기록을 1개월 8일 앞당겼다.

그는 산소 호흡기를 사용하지 않고 14좌를 모두 올라 이 기록조차 1년 1개월 11일을 앞당기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8000m 이상의 고지대는 산소가 일반대기의 3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극도의 체력과 정신력이 없으면 쓰러진다. 이를 이겨내고 세계기록을 경신한 김창호는 한마디로 장한 한국인이다. 그는 이번 마지막 도전을 위해 해발 0m에서 지구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겨냥한 대모험을 실천에 옮겼다. 인도 북부 바닷가에서 카약과 자전거를 타고 1160km를 이동했다.

그리고 150km를 걸어서 4월말 해발 6400m지역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으니 모터 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인간의 힘만으로 3000리 이상을 주파한 것이다. 카약을 타다가 물에 빠지기도 하고 자전거로 장거리를 달리다보니 극심한 엉덩이 통증을 경험하기도 했다. 베이스캠프에서는 고소적응을 하기 위해 보름 이상 7000m 이상 지역을 오고 가면서 등정시점을 기다리기도 했다. 순수한 인간의 힘만으로 가장 빠른 기록을 두 번이나 갈아 치운 것은 마라톤 신기록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못하지 않다.

한국인의 도전은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김창호와 함께 했던 서성호대원이 하산도중 탈진 증세로 숨진 사건은 참으로 안타깝다. 게다가 연이어 비보가 날라들었다.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성공기원 한국 칸첸중가(8586m) 원정대’의 박남수대장이 등정에 성공한 후 내려오다가 역시 탈진으로 숨진 일이다. 이들 두 사람은 대표적인 중진산악인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분들인데 하루 이틀사이에 가장 좋아하는 산에서 세상을 버리다니 산의 두려움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산은 높고 낮은 것을 구분해선 안 된다. 높은 산은 높은 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낮다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에 갈 때에는 언제나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전문 산악인들이 ‘겸손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이유다. 특히 아마추어 등산인들이 산에서 술을 즐겨 마시는 것은 꼭 삼가야 할 필수과제다. 8000m를 오른 자랑스러운 한국인에게 갈채를 보내며 더욱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산을 즐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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