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화제의로 연막 치는 북한
[시론] 대화제의로 연막 치는 북한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6.08 0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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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핵의 가공할 힘으로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는 등의 협박과 공갈을 계속적으로 퍼부어대던 북한은 황금을 안겨주던 개성공단마저 폐쇄하여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에 맞서 한미양국은 종전에 비할 바 없는 몇 차례의 군사훈련으로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북의 공격에 대응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의 허장성세를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했으나 국가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 소동 속에서 가장 민감한 것은 전 세계의 매스컴이었다.

세계의 화약고라는 중동이 소강상태에 들어가 있고 러시아의 체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는 자살폭탄 테러는 발생하지만 전쟁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모처럼 터질지 모르는 남북대결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졌다. 특히 언론의 관심을 끈 것은 아마도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폭탄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3차 핵실험에 성공하여 가장 위험한 전쟁지역이 될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에 대해서는 유엔에서도 강력한 제재를 결의하여 북한을 옹호하던 중국과 러시아까지도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사면초가의 입장에 처해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벼랑 끝 외교전술을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고 초강경 일변도로 치달아 오른 것이다.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처럼 이동발사대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쇼까지 연출했으나 그들은 마지막 단계에서 단거리 미사일발사로 꼬리를 내렸다. 다만 개성공단만은 폐쇄를 강행하여 남남갈등을 유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마져도 한국정부의 기민한 대응과 신뢰프로세스의 연이은 제안으로 오히려 북쪽이 궁지에 몰리게 되었으며 G2 미국과 중국은 6월8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게 되었다. 오바마대통령과 시진핑주석은 각자 재선에 성공하고, 새로운 집권자로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회담을 통하여 미국과 중국은 어떤 형태로든지 북핵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 전망은 북한으로서는 밝지 않다. 최용해를 중국에 특사로 파견했으나 중국의 반응은 냉담했다는 중론이다.

중국은행은 북한의 계좌를 폐쇄하기도 했으며 중국의 지식인들은 북핵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덩위원이라는 언론인은 칼럼을 통하여 “중국이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고 발표하여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장기표 박용진 등의 초청으로 서울에 와 강연회도 열었다.

핵실험에 성공하고 장거리 미사일발사에서 개가를 올린 북한은 이를 계기로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로 발돋움하고 이를 미끼삼아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는 청사진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양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찌르기만 하면 펑펑 쏟아지던 과거의 남한이 아니다. 과감하게 개성공단을 비우며 연평도나 천안함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열배 스무배로 보복하겠다는 국방부장관도 꺼림칙하다.

프에블로호를 납치하고 도끼만행을 저질러도 꼼짝 못하던 미국이 본토에서 스텔스기와 레이더에도 안 걸리는 무시무시한 폭격기를 보내는 등 자칫 북한 말살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위험성까지 있다. 더 이상 다른 출구를 찾을 수 없게 된 북한은 드디어 현충일에 전격적인 당국자 회담을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제의에 전적으로 동의한 셈이다. 그동안 민간접촉만을 주장하던 태도를 180도 전환한 것은 이대로 가다가는 실익을 얻을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다. 북한의 사정을 꿰뚫고 있는 한국이 이를 기화로 배를 내밀고 거드름을 피울 수는 없다.

그들의 제의를 정중히 받아드려 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 우선 개성공단 사업을 재개하는 게 시급하다. 다만 또 다시 근로자를 철수시키고 폐쇄를 강행할 수 없도록 보장을 받아야 한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문제도 이번 기회에 해결해야만 한다.

박왕자 사살사건에 대한 명백한 책임과 사과 그리고 재발방지에 대한 확답이 있어야 한다. 몰수되었던 시설과 물품에 대한 반환은 필수다. 이상가족이 만나는 행사도 정례적으로 행할 수 있게끔 못을 박아야 한다. 북한에서 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하는 이산가족 상봉은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7.4공동성명 기념행사는 박근혜를 향한 강력한 서비스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위와 같은 모든 행사에 대한 보장은 남북이 합의한 후 유엔이 보증하는 형태로 행해져야만 한다. 지금까지 북한이 해온 행태에 따르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었기에 문서에 따른 남북합의만으로는 언제나 과거로 되돌아갈 개연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일이 북핵문제다. 이 문제는 남북회담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6자회담은 이미 약효가 떨어졌다. 이번 기회에 유엔이 나서야 만이 미국과 중국도 제삼자의 위치에서 객관적인 입장이 된다. 한국은 핵문제를 유엔에 맡김으로서 한결 홀가분해진다.

북한의 대화제의는 연막이면서도 절실하다. 이번 기회에 미중(美中)과 유엔을 최대한 선용함으로서 우리 민족의 긍지도 지키고 통일에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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