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시아 100대 명문에 든 지방대학들
[시론] 아시아 100대 명문에 든 지방대학들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6.18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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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 숫자가 300개교를 돌파한지 오래되었다. 일제의 강압을 받으며 우리는 교육에 굶주려왔다. 일제 총독부는 한민족의 우수성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터라 가능하면 중학이상의 교육을 받을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묶어놓고 있었다.

이에 반발하여 유림세력이 민립(民立)대학을 세우려는 구체적인 활동을 벌렸다. 유림(儒林)은 조선을 지탱해온 최고의 지식인 집단으로서 “비록 나라는 망했지만 후손들에게 높은 교육을 가르쳐 광복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전국 8도유림의 대표자들을 소집하고 대학을 세울 수 있는 자금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모금운동은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키며 금세 목표액을 채웠다. 일본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는 절실한 사명감이 조선민족 모두에게 퍼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에 깜짝 놀란 일제는 민립대학을 설치할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이른바 관립(官立)대학을 세우겠다는 급조된 약속을 한다. 그래서 생겨난 대학이 경성제국대학이다. 지금의 서울대학교다. 이로서 민립대학은 물 건너가고 경성제대는 동경제대와 쌍립하는 명문대로 성장하게 된다. 다만 이 대학은 일본인에게 입학우선권을 부여했으며 조선인 학생은 특별히 성적이 우수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다.

친일파의 자식들이 일본인과 같은 대우를 받은 것은 물론이다. 경성제대가 생기기 전 한국에는 성균관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 노릇을 해왔으나 행여 독립운동의 산실이 될 것을 우려한 일제의 감시와 탄압이 줄기차게 뒤따라 다녔다. 이화여전, 보성전문, 연희전문 등이 뒤를 이어 세워졌으며 이들 대학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민족운동의 중추역할을 다했다.

조국이 광복된 후 목말랐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우후죽순처럼 자라나며 대학이 난립한다. 엄청난 교육 수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모든 여건이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설립은 허가가 났다. 게다가 6.25사변을 계기로 재학생의 병역연기 혜택까지 겹치면서 대학은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명까지 얻었다.

수준에 미달하는 대학들이 자격을 불문하고 돈만 내면 받아들이는 행태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대학은 황금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이다. 오늘날 유수한 대학으로 성장한 많은 사립대학들의 전신(前身)을 알고 있는 이들이 아직 생존하고 있어 이에 대한 증언을 곧잘 한다.

그러나 이렇게 성장한 대학들이 우리나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대학생들은 비록 시설은 낡고 초라했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은 어느 누구보다도 강열했다. 정의감도 투철했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에서 보내주는 ‘향토장학금’을 아끼느라고 자취생활도 마다하지 않았고 술 한 잔 맘 놓고 마시지 못했다.

희미한 초롱불에 머리칼을 태우면서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이루고 무역입국을 할 수 있었던 기초가 여기서 형성되었다. 게다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찼던 대학생들은 부정선거를 자행한 자유당정권을 4.19혁명으로 쫓아내는 쾌거를 성공시켰다. 이 전통은 5.18민주화운동으로 승화했으며 6.10항쟁으로 30년 동안 이어져온 군사정권을 최종적으로 마무리 짓는 첨병이 되었다.

한국은 지금 원조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했으며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다. 세계인들은 이를 높은 교육열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부른다. 산업을 융성시키고, 민주주의를 구가할 수 있는 교육의 수준을 크게 평가한 것이다.

이번에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QS에서는 ‘2013년 아시아대학 평가’를 발표했다. 아시아지역 16개국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과의 치열한 접전 끝에 100위 안에 18개 대학을 올려놓았다. 인구 5000만에 불과한 한국이 13억 중국 21개 대학, 1억3000만의 일본 23개 대학과 거의 대등한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한국의 대학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 중에서도 수도권 대학에 많은 인재를 빼앗기고 등록금도 적게 받는 지방 국립대들이 선전한 것은 참으로 격려할만한 일이다. 부산대와 경북대 그리고 전북대가 그들이다. 이들이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발군의 노력을 기울여 아시아 100대 대학으로 성장한 것은 놀랍다.

특히 전북대의 경우 재학생의 40%가 타도(他道) 출신이어서 이른바 순혈(純血)주의를 벗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지방간의 교류를 촉진하고 지역감정이나 색깔을 옅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범이 된다고 본다. 대학평가기관에서는 4개영역과 9개지표를 선정하여 대학평가의 기준을 삼는다.

그 중에서도 연구영역은 60%의 비중을 점한다. 학계평가, 교원당 논문수, 논문당 피인용 수 등 3개지표로 구성되어 무려 전 세계 학자 8000명에게 이메일을 통해서 인터뷰를 한다. 졸업생 평판도는 10%지만 전 세계기업 인사담당자 3500명에게 회신을 받으니 졸업생의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친 평가에서 한국의 지방 국립대들이 100대 명문으로 선정된 것은 비록 조건이 나쁘더라도 대학운영자들의 창의적인 노력이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된다. 내년에는 더욱 많은 대학들이 100대 명문으로 발돋움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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