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학생들과 광복군의 싸움터를 찾는다
[시론] 대학생들과 광복군의 싸움터를 찾는다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7.0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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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한 차례씩 여름이면 전국 대학생들을 모아 중국에 간다. 수많은 이들이 중국을 찾는 것은 대개 두 갈레다. 하도 넓은 땅이라 북경이나 상해를 찾는 이들은 사업을 하거나 외교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대종(大宗)은 관광객이다. 북경을 중심으로 중국의 거대한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약진상을 볼 수 있는 곳이 수도 베이징이기 때문이다. 천안문의 비극도 여기서 잉태했으며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 개혁과 개방정책을 총지휘한 곳도 베이징이다.

세계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만리장성도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여기에 들르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상하이는 옛날부터 상업중심지다. 모든 문물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 상하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을 것이다.

상하이는 일본을 비롯한 세계열강들이 조계지를 만들어 기우러져 가는 청나라의 체면을 사정없이 깔아뭉갰던 곳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에 강제 합병된 후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모여든 곳이 상하이다. 여기서 유명한 상해임시정부가 발족했고 충칭으로 임시정부를 옮기기까지 가장 오랜 세월을 이 곳에서 버텼다. 윤봉길의사가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본 천장절 행사장에 도시락 폭탄을 투척하여 수많은 원흉들을 징치했던 곳도 여기다.

북한의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 상해를 방문했다가 ‘천지개벽’이라는 표현으로 중국의 발전상에 놀라움을 표한 것은 많은 이들의 화제꺼리가 되기도 했다. 한국의 관광객들이 상해에 들르면 반드시 임시정부 청사를 찾고 윤봉길의사 의거지를 방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선열들의 노고에 힘입어 우리가 독립을 이룩하고 이만큼 살게 되었다는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의 정이 서린 곳은 동북삼성이다. 북한을 경계로 하고 있지만 백두산, 하얼빈, 간도, 용정, 심양, 대련 등 낯익은 이름들이 이 곳에 위치하며 특히 조선족 자치주인 연변일대는 모든 상점의 간판이 한글 위주로 되어 있으며 한자(漢字)는 부속처럼 따라 붙는다.

이 곳을 가리켜 만주라고 통칭해 왔는데 일본에서는 만주국을 따로 만들어 꼭두각시 부의를 황제로 올려놓고 장춘(長春)을 수도로 삼았던 비극적 역사도 연출한 일이 있다. 문제는 이 지역이 고구려 시절에는 모두 우리 땅이었다는 사실이다.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능(陵)도 늠름한 모습으로 남아있으며 왕릉을 뒷받침하는 거대한 비석도 존재한다.

고구려를 이은 발해의 유적지도 남아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지역은 민족의 영산이라고 불러왔던 백두산이 존재하고 있기에 멀고 가까운 것을 가리지 않고 한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러나 만주 땅은 과거에 고구려 땅이긴 했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우리 선열들의 피가 가장 많이 튀었던 격전의 자리다.

조국을 찾고자 젊은이들은 모두 만주에 집합했으며 남부여대(男負女戴)로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서 정착한 곳도 이 지역이다. 광복군으로 활약한 김좌진, 홍범도, 지청천 등 많은 장군들이 있었지만 그 분들은 대부분 일본이 항복하기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 뒤를 이어 일본과의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한 사람은 철기 이범석장군이다. 그는 청산리 전투를 직접 지휘하여 일본군을 섬멸한 큰 공을 세웠다. 광복 후에는 초대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으로 임명되어 정부수립 초창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헌신했다.

철기 이범석장군 기념사업회는 그를 기리는 많은 후배들이 앞장서 주도해 왔으며 현재 회장은 황경섭이다. 해마다 대학생들에게 광복군의 고난에 찬 항일투쟁의 역사를 알리며 혁혁한 공을 세웠던 전적지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겨왔다. 이 주무는 사무총장 정준 담당이다. 금년 8회 탐방은 7월7일 시작하여 15일에 대미를 마친다.

독립군 유적지를 찾아가는 사람답게 인천에서 배로 출발하여 압록강이 있는 단동으로 입국한다. 6.25때 폭격으로 끊어진 압록강 단교(斷橋)를 걷고 주몽이 처음 도읍지를 세운 졸본성 오녀산성에 오른다. 그리고 그날 밤 아무도 찾지 않는 용두(龍頭)라는 곳에서 400년 전 명청(明靑) 결전의 희생양이었던 조선군 9000위에 대한 천도제(遷度祭)를 지낸다.

합참의장을 역임한 한민구대장이 초헌을 맡고 안경희 한국무용가는 진혼무(鎭魂舞)를 통하여 구천에 떠도는 원혼들을 위무한다. 전대열은 천도제문에서 400년 동안 돌보지 못했던 조선군인의 희생에 죄송함과 고마움을 함께 표명한다. 탐방단은 신흥무관학교 유적지와 광개토대왕비, 장수왕능을 참배하고 백두산 서파에 올라 금강대협곡을 바라본다.

귀로에는 청산리대첩비를 참관하고 연변대학교에서 한중(韓中)대학생 토론회를 갖는다. 용정에서는 멀리 일송정을 바라보고 해란강을 건너간다. 대성중 윤동주 시비(詩碑)와 신규식 기념비가 있는 용가미원도 빼놓을 수 없다. 주마간산이지만 이 정도의 일정을 소화하는데도 길고 먼 길을 하루 종일 버스에 시달리며 몇날 며칠 3000km를 달린다.

인천가는 배를 타기 전에 고구려 유적인 박작산성에 들른다. 중국에서는 여기가 만리장성 동북시작점이라고 써 붙여 놨다. 멀쩡한 고구려 유적을 동북공정으로 둔갑시켰다.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역사탐방은 이래서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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