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처간의 힘겨루기는 행정낭비의 상징
[시론] 부처간의 힘겨루기는 행정낭비의 상징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7.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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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담당하는 전문 분야가 모두 다르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분야가 하도 많아서 자칫 헷갈리게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다. 같은 행정부처에 속하면서도 업무가 비슷하여 서로 차지하려고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서로 떠밀어내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할 때도 있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이권이 있다고 생각되는 업무는 악착같이 자기네 소관이라고 주장한다.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일이면 서로 미룬다. 이렇게 관료들의 생각과 업무에 대한 자세가 엉망인 경우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다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국민들은 부처들끼리 다투는 일에 대해서 모르고 있을 뿐이다. 관료들이 퇴직한 후에 업무와 관련된 기업에 새로운 둥지를 트는 수가 많다고 해서 호들갑을 떨지만 그것은 이미 현직에 있을 때부터 정해져 있는 일이다.

계급에 따라 상임고문이 되거나 전무 상무 등 고위직을 거머쥔다. 이것은 모두 현직에 있을 때 자기 부처의 업무와 관련이 많다. 따라서 이권이 보장되는 업무를 많이 담당하고 있어야 현직에서도 큰 소리를 치고 퇴직해서도 거드름을 펼 수 있는 자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필사적으로 이권업무를 장악하려고 고집을 부리는 일을 ‘칸막이’ 또는 ‘힘겨루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정부 부처는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상호 협력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최선의 봉사다. 그들에게는 ‘공복(公僕)’이라는 영광스런 별칭을 준다. 스스로도 공복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런데 하는 행동은 엉뚱하다. 국민에게 서비스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행동은 군림하려고 하며 실제로 예전처럼 관존민비의 냄새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자기만의 업무에 지나치게 집념한다. 아집이다. 아집은 한 사람만의 행위가 아닌 부처 간의 아집으로 발전하고 결국 칸막이와 힘겨루기로 들어간다. 정책 하나를 놓고도 부처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 빠른 행정처리는 고사하고 업무자체의 지체현상으로 쓸데없는 행정낭비가 가중된다. 이런 현상을 잘 아는 박근혜대통령이 당선인 자격으로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에 대한 강력한 주문을 한바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부처 간에 서로 칸막이가 있어 효율성이 낮아지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느냐.” 이 말은 관료사회의 고질적인 힘겨루기와 내 것 챙기기에 대한 경고와 개선촉구였다. 한마디로 칸막이를 없애고 부처 상호간에 협력해야 된다는 경륜의 피력이다.

그러나 취임 후에 크게 개선되었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관료들은 바짝 긴장하기 마련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의 생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잔뜩 웅크리고 있다. 아무리 큰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일을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은 불가능하다. 대통령도 속이는 것이 관료사회의 행태라고 꼬집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을 보면 눈에만 띠지 않으면 언제든지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실제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융 감독원으로부터 분리하여 독립시키겠다는 인수위원회의 결정과 관련하여 금융감독원은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내 품에 안겨있던 금쪽같은 부서 하나를 떼어내는 게 아까워서다. 금융계의 쌍립(雙立) 공룡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불협화음을 일으켰으니 해결할 수 있는 부처가 없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했으니 이래서야 어디 되겠는가.

대통령의 의중에 있는 일이라고 해서 모두 지고지선(至高至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대선공약으로 발표한 일이고 인수위에서 결정된 사항까지도 자기부처의 이해가 걸린 문제라고 해서 물고 늘어지는 행위는 우리나라 행정부처의 이기주의가 얼마나 골수에 사무친 병증(病症)이 되어 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사례는 행정부처마다 비일비재로 널려있다.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지원문제를 보더라도 법무부 따로, 여성가족부 따로 중복적이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형식적인 지원책에 그치고 있어 통합관리가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다. 여기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그리고 안전행정부 등도 관여하고 있어 5개 부처가 경쟁적으로 주도권을 쥐려고 매달리는 모습이다. 총리실 산하에 외국인정책위원회(법무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고용노동부), 다문화가족 정책위원회(여성가족부) 등을 분산운영하고 있는 것도 대표적인 행정낭비의 표상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문제를 두고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로 엇갈리는 정책대립을 하고 있는 것도 꼴사납다. 관광객유치와 투자 활성화라는 기대효과를 강조하는 국토교통부와 세금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기획재정부의 의견대립이다. 육상 풍력발전소 14개를 건설하겠다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파괴를 방파제로 내세운 환경부의 맞대결은 4개건설로 조정되고 있다.

이 경우는 오히려 정책의 공익성을 둔 다툼이라 보기에 좋다. 아무튼 부처간의 다툼은 치열한 정책경쟁이어야지 이권다툼이어서는 안 된다. 대부분 정책을 내세운 이해(利害)싸움으로 보이기 때문에 문제다. 부처간 칸막이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배임(背任) 행위가 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부처이기주의를 배제하는 시스템을 확립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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