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NLL을 처리하지 못하는 못난 정치
[시론] NLL을 처리하지 못하는 못난 정치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7.30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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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을 집어 삼킨 후 맨 먼저 착수한 사업이 한국인의 무능과 당파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히틀러의 독일에서 독일인의 강인성과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유대인을 비하하여 600만 명을 죽였다. 홀로 코스트의 잔인성과 죄과는 지금까지도 독일인들의 부담이 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라도 사과를 잊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그들은 3.1만세운동, 광주학생운동, 6.10만세운동 등 끈질긴 한국인의 저항과 독립군 활동을 잔인하게 제압하고 살생했으면서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고노담화와 무라야마의 사과성 발언마저 현재 수상을 맡고 있는 아베는 전면부인 일관이다.

오히려 극우파를 선동하여 선거에서 이겼다. 일본인 전체가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겠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자기 민족의 우수성을 과신하며 군국주의 시절 남의 나라를 침략하여 동남아를 지배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일본은 강국’이라는 도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아베정권이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빼앗겼던 정권을 민주당으로부터 탈취하고 승승장구 태세에 들어간 것은 일본인의 핏속에 흐르는 잠재의식을 읽게 한다. 한국은 원래 두 사람만 모이면 서로 찧고 까부는 것으로 가르쳐 왔으며 일제 하에서 이 작업은 은밀하고 교묘하게 전개되었다. 그것이 ‘조선사’를 통한 식민지 사관의 주입이다.

일본 총독부는 이미 망해버린 조선의 역사를 집대성한다는 이유를 내걸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조선사’를 펴냈다. 여기에 관여했던 수많은 조선인 역사학자들이 후일 친일파의 멍에를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역사편찬 사업에서 일본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역사를 해석하고 왜곡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방 후 역사교과서는 만들어졌고 당시 학교를 다녔던 우리들 세대는 모두 당파싸움으로 얼룩진 부끄러운 역사만을 배워야 했으며 선조들의 깨인 의식과 문화는 사실상 도외시되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비틀어진 측면이 다 있게 마련이다.

이것 하나만을 내세워 우리 역사 전체를 그 틀에 매이게 하는 것은 스스로 민족의 긍지를 버리는 일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정치판에서 보여주는 많은 문제점 중에서 NLL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과거 일제하에서 그렇게도 강조했던 ‘당파싸움’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해서 “그게 틀린 말이 아니었구나”하는 느낌까지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NLL문제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이 포기 발언을 했느냐, 안 했느냐 하는데서 나왔다. 했다는 새누리당과 안 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국가정보원이 전격적으로 원문을 공개했다. 국정원 대화록에 따르면 ‘포기한다’는 직접적 표현은 없다. 그러나 어로수역을 넓히며 NLL위에 평화 수역을 구획한다는 구체적 표현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것으로 볼 때 사실상 NLL은 없어지는 것이 분명하다.

이를 절대적으로 부인해 왔던 민주당인지라 당황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평화어로수역 구획은 NLL포기가 아니다”라는 말로 곤혹스러운 입장을 벗어나려고 했다. 이 때 동키호테처럼 거대한 NLL풍차에 단신으로 달려든 용사가 나타났다. 문재인이다. 그는 노무현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으로 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인물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남북정상회담을 잘 안다. 그의 입에서 대통령 기록물을 보관하고 있는 국가기록물 보관소 원본을 보면 모든 진상이 드러난다고 큰 소리쳤다. 민주당은 환호작약했다. 문재인 말대로라면 국정원 공개문서는 짝퉁이고 대통령 기록관 것만이 진실을 밝힌다고 확신한 것이다. 여야는 합의하여 사초(史草)를 공개하는 전대미문의 결의를 국회에서 감행했다.

우선 특위위원들이 대통령 기록관에서 문서점검에 나섰다. 이게 웬일일까.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할 대통령 기록문서가 나오지 않았다. 옛날처럼 문서를 통째로 보관하지 않고 아주 간단한 전산처리로 보관하고 있어 제목만 누르면 입력된 문서는 고스란히 나온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국가를 대표한 국가원수의 면목을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영구히 보관해야 하는 극비중요문서다. 하루, 이틀, 사흘이 가도 문서는 찾지 못했다. 결국 여야는 국회에서 대통령 기록관에 이 문서는 없다고 확인했다.

여기서 싸움은 또 도졌다. 애초에 노무현이 퇴임하면서 대화록 삭제를 지시했을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과 후임 이명박정부에서 이를 삭제했을 것이라는 민주당의 억지가 맞서있다. 노무현은 퇴임 직전 대통령 기록물을 한 벌 더 만들어 고향 봉하로 옮겼다는 풍문이 떠돌았다.

그 작업 도중에 문서가 파괴되었거나 삭제되었을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NLL로 지고 샜지만 얻은 것은 무엇인고? 오직 북한 김정은만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

노무현이 포기의사를 발표했어도 실현은 불가능한 NLL은 이제 민주당도 사수를 외친다. 이 문제로 형사고발도 여러 건이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사초 실종은 중대문제다. 끝까지 추궁하여 진상은 진상대로 밝히고 여야는 당쟁(黨爭)을 지양하고 국민행복을 위한 ‘잘난 정치’에 매진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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