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놓아 부른 반세기 ‘恨’··· 독일 특집 ‘KBS 가요무대’
목놓아 부른 반세기 ‘恨’··· 독일 특집 ‘KBS 가요무대’
  • 에센=유상근 기자(우리신문 지사장)
  • 승인 2013.08.1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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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 수교 130주년과 파독 근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KBS, 파독산업전사세계총연합회가 주최한 ‘KBS 가요무대’ 독일 특집 공연이 8월3일 보쿰시 루어 콩그레스 보쿰(Ruhr Congress Bochum)에서 열렸다.

20년 만에 독일에서 공연되는 이날 ‘가요무대’ 공연을 보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함부르크 등 원거리 지역에서는 버스를 대절하여 5~6시간의 장거리를 달리고, 인근지역에서는 승용차를 타고 밀려들어 공연장 입구는 공연시작 4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로 인해 공연장에는 근래 독일 한인 행사에서 보기 드물게 2천500여명 운집이라는 대성황을 이뤘다.

정식으로 막을 올리기 전 베를린에 살았었다는 이창수 조연출이 무대에서 넙죽 엎드리며 관객들에게 큰절을 올려 관객들로부터 많은 박수와 함께 좋은 인상을 남겼다.

항상 ‘멀리 해외에서 이 방송을 지켜보는 해외동포․근로자 여러분’이라는 인사말로 ‘가요무대’를 열어온 김동건 아나운서도 파독 근로자들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여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제가 1963년 3월에 아나운서가 됐고, 바로 그 해 12월 파독 광부 1진의 출국 소식을 뉴스로 전했습니다. 제가 할 줄 아는 유일한 도이치어는 ‘이히 리베 디히(당신을 사랑합니다)’입니다!”

이날 공연을 위해 KBS에서는 길환영 사장과 김태호 예능국장, 양동일 PD, 15명의 톱가수를 비롯한 100여명의 방송 관계자들이 독일에 왔으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남경필, 유일호, 홍일표(새누리당), 김춘진(민주당) 의원 일행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국제의원 연맹 주최 ‘북한 탈북자 인권 문제 세미나’ 참석 후 김재신 주독대사, 김희택 주본총영사와 함께 참석했다. 또한 그동안 교민들 일이라면 늘 발 벗고 나서던 든든한 후원자 양해경 재유럽한국경제인협회장, 한호산 독일 유도대표팀 명예감독, 김계수 의학박사, 정종태 코트라유럽지역본부장, 예병태 재독한국경제인협회장, 배정국 현대자동차 독일 법인장, 고창수 대한항공 지점장 등 많은 인사들이 참석했다.

독일 측에서는 악셀 셰퍼(Axel Schäfer, SPD) 연방의회의원과 오틸라 숄츠 보쿰시장(Ottilie Scholz, SPD)이 참석하여 악셀 셰퍼 의원은 ‘가요무대’ 개막전에 가진 한국과 독일 주요인사 리셉션에서, 오틸라 숄츠 시장은 가요무대에서 인사말을 했다.

길환영 한국방송 사장은 인사말에서 “1963년을 시작으로 1977년까지 광부 8천여 명과 간호사 1만2천여 명이 독일에 근로자로 파견되어 청춘을 바쳐 석탄을 캐고 환자를 돌봤다. 여러분들이 고국에 송금한 돈과 독일 정부의 차관에 힘입어 한국은 산업화에 성공했다.

청춘을 이역만리 독일에서 보내고 이 땅에 남아 동포사회를 구축한 광부와 간호사들은 이제 60~80대의 노령이 되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전 세계 해외동포들로부터 가요무대 공연 요청이 쇄도함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처음으로 2회에 걸친 ‘독일 특집 가요무대’ 방영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길 사장은 이번 ‘가요무대’ 독일 공연은 올해 초 고창원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장이 보낸 간절한 편지 한 통으로 성사되었음을 강조했다.

오틸라 숄츠 여시장은 “여러분들의 힘이 독일에 큰 도움이 되었다”면서 외국노동자였던 전직 한인 간호사 광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숄츠 시장은 “독일의 경제 부흥과 격동의 시기에 여러분들의 노동이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현재 루어 지방은 다문화 속에서 다른 나라의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서로 평화로이 함께 공존하는 것을 배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숄츠 시장의 인사말은 윤행자 독한간호협회장이 통역했다.

파독간호사들로 구성된 100여명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연합합창단이 독일민요 󰡐들장미(괴테 시, 베르너 곡)’를 부르는 것으로 막을 연 공연은 여자가수 전원이 ‘찔레꽃’, 남자가수 전원이 ‘아빠의 청춘’을 부르고 김연자(노란 셔츠의 사나이), 송대관(갈대의 순정), 김상희(대머리 총각), 권성희(이별), 설운도(빨간 구두 아가씨), 김국환(꿈에 본 내 고향), 이자연(고향무정), 현철(머나먼 고향), 주현미(고향초), 김용임(비 내리는 고모령), 현숙(타국에 계신 아빠에게), 진미령(부모), 태진아(사모곡) 등 국내 정상급 가수와 소리꾼 장사익(꽃구경, 찔레꽃), 국악인 김영임(어디로 갈거나)의 열창으로 1부와 2부에 걸쳐 6시간동안 최상의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노란 셔츠의 사나이, 대머리 총각, 빨간 구두아가씨 등 60-70년대 파독 근로자들이 독일로 떠나올 때 부르던 가요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의 눈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고, 장사익과 김영임의 마음을 울리는 우리 소리가 나오자 설움에 복 받혀 눈시울을 적시며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무대배경 자막에서는 파독 근로자들의 50년 전 김포공항을 떠날 때의 모습과 그 이후의 삶과 모습이 영상으로 비추이는 가운데 청운의 꿈을 안고 독일로 떠나온 광부, 간호사들의 다양한 사연들도 소개되어 심금을 울렸다. 1977년 광부생활 다섯 달 만에 광산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중원씨가 고국의 아내와 노모, 어린 두 딸에게 보낸 애틋한 편지내용이 소개되자 객석은 이내 눈물바다가 되었다. 1963년과 1982년 사이 김씨 처럼 이역만리 광산 갱도에서 스러져간 한국인은 모두 78명(파독광부백서)으로 집계되었다.

또 파독간호사 출신의 동생 김영구(59)씨와 한국에 있는 언니 김영자(68)씨가 헤어진 지 40년만에 만나는 극적인 상봉 장면이 연출되어 객석에서는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고, 사회자 김동건 아나운서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독일 가서 돈벌어 어머니에게 좋은 집을 사드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고향 떠난 착한 딸 김영구씨는 독일에서 제빵사 그리스인 남편을 만나 그리스로 갔으며, 그곳에서 남매를 낳았으나 암으로 투병하는 남편과 경제 위기로 극심한 고생을 하느라 40년 동안 한 번도 한국을 찾지 못하고, 지난해 다시 독일로 왔으나 그사이 딸을 애타게 그리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딸은 한국말까지 잊어버렸다. 이런 기막힌 사연을 접한 한국방송이 한국에 있는 언니를 찾아 이번에 독일 공연에 동행했으나 언니의 형편도 그리 넉넉지는 못해 보였다.

동생을 얼싸안고 한참을 울던 언니는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을 꼭 어머니 산소에 데려가서 어머니 원을 풀어드려야 한다”며 여비로 200만원을 마련해왔노라고 했다. 그러자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뒤셀도르프의 전직 병원장 김계수 박사가 즉석에서 자매의 고국방문을 위한 항공편을, 재독글뤽아우프회(회장 고창원)와 한독간호협회(회장 윤행자), 김희진씨 등이 여행경비를 제공하겠다고 앞 다투어 나서는 등 뜨거운 동포애로 객석을 또 한 번 감동시켰다.

그런가하면 광부로 독일에 와서 자동차 바퀴 만드는 글로벌 그룹의 이사 자리에까지 오른 재독일 성공신화의 주인공인 본의 김희진씨와, 또 대형병원의 수간호원으로 근무하는 보쿰의 마지막 파독간호사 도남숙씨의 성공담이 객석 인터뷰로 소개되고, 이제는 할머니가 된 보쿰의 독일인 부인이 광부 출신 이종현씨와의 러브스토리를 공개하며 동요'반달'을 부르고, 레클링하우젠의 백발 독일인 남편 비지오(Bisior)씨가 한국인 부인과 함께 부른 '만남'은 또 다른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다시 소리꾼 장사익이 자그마한 체격에 두루마기를 걸치고 특유의 폭발적 가창력으로 ‘봄날은 간다’를 부를 때는 심장이 머무는 듯 한 전율이 전해졌으며, 전 출연자가 ‘고향의 봄’을 부를 때는 관객들의 주름살 패인 얼굴에 눈물이 영글어갔다.

마지막 무대는 어머니 합창단과 출연자 전원과 관객들이 다 함께 ‘아리랑’과 ‘애국가’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했으며, 이날 파독 50주년 기념 특별공연 녹화를 마친 가수, KBS 오케스트라와 제작팀, 등 일행은 이튿날 바로 한국으로 출발했다.

가요무대가 독일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3년, 근로자 파독 30주년이 되는 해에도 추석특집으로 독일을 방문해 공연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동포들과 고향의 소식을 나누며 서로를 얼싸안게 만들었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오늘, 파독 근로자들은 대부분이 연금수령자가 되어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으로 다시 공연장을 찾아서 고향노래를 들으며 기뻐서 웃고, 타향살이에 쌓인 한을 풀어내며 또 울었다.

공연을 마치고 파독 간호사 중 최고령자인 이교숙 전 재독간호협회장은 “고국이 잘 살아줘서 참 고맙다.”며, “아무리 이곳에서 고생을 해가면서 돈을 벌어 보내도 그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해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집들도 많은데, 나라에서도 우리가 벌어 보낸 돈을 잘 쓰지 못했다면 한국이 오늘날 이렇게 잘 살았겠느냐?”면서, “나라가 잘 사니 이런 좋은 대접도 받고, 죽기 전에 독일에서 한국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도 다 들을 수 있지 않느냐!”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옆에 있던 노미자 재독대한간호사협회장도 “KBS가 아직도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거들었다.

 
한편 이번 독일 특집 <가요무대>의 출발은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 고창원 회장의 요청으로 시작되었으나 김재신 대사가 직접 KBS를 방문한 뒤 적극적으로 추진되었으며 원래 1부 (1시간 내외) 또는 특집으로 90분 정도로 계획되던 프로그램이 ‘가요무대’ 사상 처음으로 2부 특집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또 이날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독일 취재진과 한국 취재진, 현지 동포언론 취재진들이 몰려 취재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사)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 (사)한독간호협회,(사)재독대한간호사협회에서 주관하고,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재외동포재단, 대한민국문화체육관광부가 특별후원을, 주독대사관본분관, 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 주함부르크총영사관, 코트라유럽지역본부, 재독한국경제인협회, 재독일대한체육회, 킴스아시아가 후원했다. 또한 몇 억대의 엄청난 경비가 소요되는 이번 공연을 위해 현대자동차(독일 법인장 배정국) 대한항공(FFM.지점장 고창수)은 후원을 했다고 한다.

광복절 기획으로 준비한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는 KBS 1TV에서 오는 12일에 제1편 ‘독일로 간 청춘’이, 19일에 제2편 ‘독일아리랑-동포와 함께’가 2주 연속 방송될 예정이며, 독일에서는 KBS WORLD를 통해 13일(화) 18시30분에 1편이, 20일(화) 18시30분에 2편이 방송될 예정이다.

[우리신문=최양현, 유상근,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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