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광복군 합동묘소의 차례와 추모제
[시론] 광복군 합동묘소의 차례와 추모제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9.2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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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조상을 지극정성으로 섬기는 미풍양속을 가진 나라는 많다. 종교에 따라 가족들이 모여 비교적 가볍게 추모의 기도만 올리는 수도 있고, 격식을 갖춰 음식을 차려 놓고 차례라는 형식을 집행하기도 한다. 기일(忌日)을 잊지 않고 꼬박꼬박 챙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추석이나 설날이 되면 제삿날과 상관없이 차례를 모시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이다.

이 행사를 한낱 유교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고유한 전통으로 받아드리고 있다. 복잡한 사회생활 속에서 일가친척을 자주 만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이런 날이 돌아오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과 안부를 물으며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통’을 하다보면 없던 정도 다시 생긴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공동묘지 같은 곳에 가보면 연고자들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오래된 묘소여서 내버려둔 것인지 폐허나 다름없는 무덤들도 더러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된다. 무덤을 덮고 있는 떼가 웃자라서 사람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우거져 있는 무덤에 대해서는 관리사무소나 지자체 등에서 벌초라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처럼 무덤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는 현실에다가 야생동물 보호정책으로 인해서 멧돼지 등이 번식하여 멀쩡한 무덤을 파헤치는 수도 많이 생긴다. 이를 견디다 못해 아예 조상 무덤을 콘크리트로 볼썽사납게 봉분(封墳)하는 후손들도 생겨났다. 신문에 난 사진을 보니 참으로 흉물스럽다. 참다 참다 마지못해 한 일이겠지만 떼를 입히지 못하고 허연 시멘트를 발라 놓았으니 차라리 납골당으로 모시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게 한다.

그나마 국가에 공로가 있는 분들은 국립묘지로 모시게 되는데 이 곳은 국가에서 관리를 책임지고 있어 참으로 깨끗하고 질서가 정연하다. 그런데 국립묘지에 묻힐 자격이 있는 분들이 스스로 자기의 선영으로 들어가는 수도 적지 않다. 후손 입장에서 선영으로 모시는 거야 누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처지가 아니기에 예외로 치지만,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면서 풍찬노숙 고통을 겪었던 광복군 선열들은 공로의 격에 따라 건국훈장을 받고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그들 중에는 후사가 없는 분들이 있다. 광복군으로 만주 벌판을 뛰어다녔던 분들이 광복 직전에 일본군과의 교전 끝에 전사했다. 동지들이 있어 유골은 수습했지만 해방된 조국으로 쓸쓸히 귀국해야만 했다. 동지들의 가슴에 안겨 차디찬 백골이 되어 그리운 조국을 찾았건만 무후(無後) 선열로 남았다.

당연히 국립묘지에 안장되어야 할 분들이지만 어찌된 셈인지 18위에 대해서는 광복군동지회에서 합동묘소를 북한산 수유리에 조성한다. 1967년에 모셨던 합동묘소를 1985년이 되어서야 국가보훈처에서 단장하기에 이른다. 그 때까지는 사실상 산골짜기에 방치되었다고나 할까. 이 묘소에 안장된 이들은 1940년부터 1945년 사이에 순국한 분들이다. 만주 태항산 등 치열했던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숨졌다.

그 중에서 김천성선생은 후손이 나타나 국립묘지로 이장했고 나머지 17위만 남아있다. 김찬원, 문학준, 이해순, 김성률, 현이평, 김유신, 백정현, 김백운, 한휘, 전일묵, 이도순, 동방석, 정상업, 이한기, 안일용, 김순근, 조대균. 청사에 길이 빛나야 할 이름이다. 비록 가족조차 남기지 못하고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쳤지만 자랑스러운 선열이다.

이들을 기리는 무후선열제단 비문에는 아래와 같은 헌시(獻詩)가 새겨져 있다.

“우리 민족은 자유를 위해 의롭게 싸운 민족으로서 일찍 의병항쟁 때로부터 민족해방에 이르기까지 피눈물 어린 반세기동안 왜적을 대항해 싸우다가 국내 국외에서 순국하신 의사와 열사들 중에서도 자손의 제사 받는 이들은 그나마 위로가 되지만은 묘소도 없고 자손도 없이 외로운 혼으로 도는 이들 돌보아 드린 이 하나 없고 기억마저 사라져 감으로 존함이나마 정성껏 새겨 따로 이 곳에 모시옵나니, 선열들이여 국민 모두가 후손이외다. 우리들 제사 받으옵소서. 1975년 광복절”

구구절절 선열을 추모하는 마음이 가슴에 아리다. 이 분들을 추모하는 시민사회단체가 해마다 한가위와 설날에 합동차례를 모시고 추모제를 지낸다. 독도칙령 100주년 기념사업회(조대용) 삼일정신선양회(오의교) 천지인산악회(신은선) 인천에코넷(김선홍) 통일연구원(박갑수)등 풀뿌리 시민단체의 대표들이다.

이들이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광복군 무후선열 17위를 위해서 이번에도 추석 다음날 현장에 모였다. 푸짐한 차례음식도 장만했다. 합동차례로는 참으로 정성이 깃든 행사다. 차례를 마치고 추모식을 따로 거행했다. 나는 추모사를 통하여 오직 조국을 찾겠다는 일편단심으로 광복군에 뛰어들었던 선열들의 장한 의기를 소리 높여 외쳤다.

비록 이름 없는 전사(戰士)로 남았지만 그래도 선열들의 높은 뜻을 기리는 이들이 이 땅에는 아직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내려다보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음에는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될 수 있기를 빌었다.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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