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주농고 4.19기념비를 문화재로
[시론] 청주농고 4.19기념비를 문화재로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9.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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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교 한국사 교과서 문제로 한참 시끄럽다. 모두 8종의 교과서가 교육부의 심의를 일단 통과했지만 그 중에서 좌파세력이 기를 쓰고 폐기를 주장하는 책은 교학사가 펴낸 우파성향의 교수들이 쓴 교과서다. 그동안 대입시험에서 국사과목이 선택으로 빠져버리는 통에 고교 역사교육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전락했다.

그 바람에 고교 한국사는 전교조 교사와 그 아류들이 독판을 치는 형세가 되었고 좌파성향의 교과서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침이 되었다. 박근혜대통령은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나라는 장래가 없다고 생각하여 대입필수를 지시했고 이에 역사학계는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우파성향의 교과서가 빛을 보게 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이에 좌파는 이를 좌절시키기 위한 갖은 책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몇몇 잘못 기술된 내용이 지적되기도 하며 상호간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잘못된 것은 반드시 수정 보완하면 된다. 그것은 좌우를 막론하고 교육부의 지시를 받아드려야 하며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이처럼 우리는 너른 마음으로 역사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참다운 문화민족임을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쓴 교과서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손댈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극우세력과 비견(比肩)된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어느 교과서를 막론하고 4.19혁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8종의 교과서 가본(假本)을 구해봤다. 비교적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기술되었으나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보완을 요청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때맞춰 청주농고 출신 4.19혁명 주동자들이 동교 교정에 세워진 4.19학생혁명기념비를 충청북도 도지정문화재로 해달라고 신청한 사실이 알려져 4.19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비석은 4.19혁명 46주년을 기념하여 동교 46회 졸업생들이 세운 비다. 그들이 3학년에 재학 중 혁명이 일어났고 누구보다도 앞장섰던 유공자들이기 때문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 비를 세울 때부터 4.19혁명의 역사성만을 간직한 단조로움을 벗어나 용(龍) 송(松) 구(龜)를 부각(浮刻)하여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다는 점이다. 용과 소나무와 거북이는 한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과 식물이다. 여기에는 천지인(天地人)의 무궁한 의미가 스며있으며 금수목화토(金水木火土)의 음양오행까지 깃들어 청주의 허파구실을 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 동문들은 4.19혁명을 했다는 자부심을 넘어 기념비의 예술적 가치를 더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시인이기도 한 박청홍은 한국의 비석에 대한 연구까지 남겼다. 그에 따르면 비석의 종류가 무려 여든 아홉 개나 된다. 가렴주구만 일삼던 원님이 떠난 자리에 공덕비나 선정비를 세우고, 불효막심한 아들놈이 효자비를 자랑하기도 하는 것이 동네마다 세워진 비석들의 내면이기도 하다.

물론 덕성이 높은 스님들의 사리비나 전쟁에서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추모비는 예외다. 과거 권문세가에 속했던 사람들을 기리는 비석들은 자기 스스로 세운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史實)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쓴 웃음이 나온다. 국민들의 행복은 눈곱만큼도 걱정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을 쳤던 독재자들은 거대한 동상을 세워 놓기를 좋아한다.

스탈린, 이승만, 후세인 등 한 때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신통력을 발휘했던 독재자들의 말로는 비참했고 그들이 세웠던 자기의 동상은 모두 분노한 국민의 손에 끌어내려져 박살이 났다. 권력의 정점을 달리고 있을 때 공적을 날조하여 동상이나 비석을 세우는 것은 결국 역사의 심판대에 오른다. 북한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을 최고 존엄이라고 표현하는데 권력이 뒤바뀌면 어떤 대접을 받을까.

그러나 청주농고 기념비는 개인을 생각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건립된 예술품으로 평가받는다. 기본적인 내력은 4.19 기념에 있지만 여덟 마리의 새끼거북을 업고 있는 큰 거북의 조각은 뛰어난 장인(丈人)의 솜씨다. 살아있는 거북으로 착각이 되리만큼 정교한 조각이다. 기념비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는 청농의 교목(校木)이 되어 비석 속에서도 푸르름을 과시한다.

탑신의 맨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사룡(四龍)은 아무도 범접하지 못할 위용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이 비석은 4룡(四龍 ) 1송(一松) 9구(九龜)로 구성되었다. 4.19다. 4.19혁명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가짐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수(螭首)와 귀부(龜趺) 비신(碑身)이 삼위일체를 이룬 기념비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충청북도 청주의 상징이 될 날이 멀지 않다는 생각에 4.19혁명의 주역이었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특히 청주에서는 다른 고등학교에 비하여 많은 4.19유공자들이 현존한다. 청주농고 김상현 김익제 박청홍 여봉선 이홍원 이창호 청주공고 오성섭 등6인, 청주상고 신광성 등 4인, 청주고 이래필 등 2인이다. 대학에서는 청주대 김현수 등 2인이 있다. 이들의 4.19 사랑이 더욱 뜻을 더하기 위해서 청농 4.19기념비의 문화재 지정이 하루 빨리 성취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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