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조경태의원의 인터뷰기사를 읽고
[시론] 조경태의원의 인터뷰기사를 읽고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10.0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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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는 국회 3선의원이지만 초선으로서 스타덤에 올라 나중에는 대통령까지 지낸 노무현처럼 이름을 드날린 사람은 아니다. 이제 나이 45세라고 하니까 30대 초반부터 국회에 입성하여 내리 3선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게 첫 번째 당선이 제일 어렵다고 하는데 젊은 나이에 최 난관을 극복하고 거듭 당선하는 것으로 봐서 범상한 정치인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그의 선거구가 경상도 부산이라는데 큰 관심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걱정스럽다고 누구나 하는 말이 지역감정이다. 역대 정권 하에서 정치인들은 경쟁적으로 지역감정을 촉발시켜 왔다. 자기가 소속하고 있는 정당의 승리를 위해서 민족의 이익은 저만치 내팽개쳤던 것이다.

이 때문에 동서가 갈리고 영호남이 이반했으며 국론은 갈래갈래 찢어져 국민끼리 서로 미워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양식이 있는 재야나 시민단체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했으나 그 성과는 지극히 미미했다. 더구나 막판에 가서는 양심세력을 자처하던 단체와 사람까지도 ‘비판적 지지’라는 얄궂은 변명을 늘어놓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인물을 밀어주는 난센스를 연출하였으니 어떻게 민족의 하나 됨이 실현될 수 있겠는가. 인간은 누구나 완전하지 못하다.

그러나 양심과 신념을 구두선(口頭禪)으로 내걸었으면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야만 무지한 백성의 본받음이 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세 불리하다고 해서 양심과 신념을 팽개치고 특정인을 지지하는 모양새를 보였으니 국민들이 그들을 어떻게 신임할 것이며 양심세력을 대표한다고 하겠는가.

결국 지역감정을 해소한다는 것은 한낱 양심을 팔아먹는 위선(僞善)의 상징처럼 조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도 지역감정에 따른 정치적 입지(立地)는 그 지평이 넓어져만 가는 형국이다. 그런데 조경태는 이를 극복했다. 어쩌다가 한번쯤 주목받지 못하던 후보가 당선하는 수는 있다. 지역적으로 불리한 정당의 공천을 받고도 당선의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일회성이다.

조경태가 주목받는 이유는 부산이라는 지역적 여건 속에서 사방천지가 새누리당 일색인데 유일하게 민주당후보로 내리 3선을 했다는데 있다. 민주당은 부산에서 노무현도 떨어진 경험자다. 조경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해냈다. 한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세상에 이런 일이’다.

이를 보며 나는 우리의 고정관념이라는 게 얼마나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도전하는 자에게 고정관념은 허상이다. 조경태가 이를 모범적으로 보여줬다. 문화일보가 이에 관심을 갖고 1면을 할애한 인터뷰기사를 게재한 것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참다운 정치인을 찾는 의미에서도 매우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된다.

조경태는 이번 이석기 구속동의안 표결에서 통진당 6명의 의원 외에 다른 당에서 25표의 무효, 기권, 반대표가 나온 것을 보고 커밍아웃을 요구한 것으로도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내란음모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석기에 대해서 무기명투표의 뒤에 숨어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결로 보여준 국회의원들이 25명이나 된다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는 그의 신념이다. 비겁한 반대자들이다.

조경태는 헌법을 준수하는 것이 민주당의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지금 민주당 지도부가 보여주고 있는 장외투쟁은 대선이후 철저한 자기반성이 없는데서 나온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당은 수권을 목표로 삼고 운영되어야 하는데 외연확대를 마다하고 지지층 넓히기를 외면하는 민주당의 자세는 수권정당으로서 너무나 부족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 당에 대한 그의 시각이다.

중도세력과 합리적 보수까지 끌어안는 것이 민주당의 진로라고 확신하고 있는 그의 논리는 진영논리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한탄한다. 그는 인터뷰기자가 민주당보다도 새누리당과 생각이 근접하지 않느냐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답하고 있어 신선하다. “경제문제에는 여야가 없다. 잘 먹고 잘사는 문제에서는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 말고 국민관심사가 무엇인지 솔직할 필요가 있다. 당리당략을 따라간다는 것은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민주당의 가치는 아니다.

새로운 정치문화를 가져와야 된다.” “국가안보에 여야가 어디 있나. 경제발전, 국민 잘 먹고 잘사는데 여야가 있을 수 있나. 그걸 가지고 자꾸만 다른 잣대로 흑백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헌 정치, 낡은 정치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정치철학은 거침이 없다. 그가 소속한 당을 의식하지 않고 확신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 지역감정으로 뭉쳐진 이 나라 풍토에서 유일하게 극복한 정치인의 풍모를 엿보게 한다.

박근혜정부에 대해서도 외교 안보부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인사문제 등에서 불통의 이미지를 깰 수 있는 국정운용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직접 만나본 일은 없지만 인터뷰에서 묻어나는 인격과 식견이 크게 기대되는 정치인임을 알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를 세 번씩이나 거푸 뽑아준 부산시민들의 안목이 얼마나 높은지도 알게 되었다. 정치인은 언제나 균형을 유지하는 판단력과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모처럼 조경태에게서 모범을 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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