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51] 반구대 암각화
[아! 대한민국-51] 반구대 암각화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3.10.2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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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한반도, 한국에는 정말 ‘있을 것은 다 있다’, ‘없는 것이 없다’. 그런 점에서 세계는 한국 속에 있고, 한국 속에는 세계가 있다. 한국의 역사 속에 인류와 세계의 역사가 있다. 스페인에 알타미라, 프랑스에 라스코 동굴벽화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반구대 암각화가 있다. 우리나라 국보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요, 값으로 친다고 해도 가장 높은 값을 매겨야 할 것이 반구대 암각화다.

1971년 12월, 불교미술사학자 문명대 교수가 경북 울진군 대곡천 일대를 탐사하고 있었다. 탐사팀이 오니 이 동네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닌가 온 동네가 떠들썩했다. 그런 가운데 마을사람들이 탐사팀에게 귀가 번쩍 트이는 정보를 알려줬다.

“점심 먹고 나무하기 전에 앉아 쉬거나 누워 낮잠을 자기도 하는 바위 바로 아래에 호랑이 그림 같은 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가르켜 주는 대로 찾아가보니 과연 가로 10미터, 세로 4미터 바위 벽에 300점 넘는 동물과 사람 그림이 빽빽하게 그려져 있었다. ‘한국 문화재의 맏형’, ‘그림으로 쓴 역사책’이라 할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이렇게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반구대 암각화는 5천~7천년 전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바위에 새겨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에는 새끼를 업은 고래, 벌거벗고 춤추거나 피리를 불고 있는 사람, 우리에 갇힌 호랑이 등이 있어 선사시대 우리 선조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여러 사람이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모습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그림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중요한 유적이 문화재(국보285호)로 지정된 것은 발견 후 24년이나 지난 1995년의 일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중요성을 깨닫기까지 그만큼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얘기다.

비바람 속에서도 수 천년 원형을 간직해 온 암각화는 세상에 알려진 후 세파에시달리기 시작했다. 지방 기관장들은 임기가 끝나면 반구대 암각화 탁본을 챙겨 병풍을 만드는 것이 유행으로 되었고, 어떤 사람들은 탁본을 만들어 연구자들에게 팔기도 했다. 그보다 더 치명적이었던 것은, 암각화가 발견되기 6년 전에 지은 댐이었다. 울산 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대곡천 하류를 댐으로 막다보니 댐에 물이 차면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이었다. 1년에 여덟 달이나 물에 잠겨야 했다. 댐의 최고 수위는 60m이고, 반구대 암각화는 해발 53m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 후손들의 불찰로 국보문화재가 상습적으로 ‘물고문’에 시달려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물고문으로 암각화는 갈라지고 부스러졌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림은 20~30점으로 줄었고 바위 표면은 24%나 망가졌다.

이를 놓고 문화재청은 댐 수위를 낮추라고 하고, 울산시는 제방을 쌓아야 한다고 싸웠다. 그러나 울산시민의 식수원 대책을 따로 마련하고, 댐의 수위를 낮추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도 반구대 암각화 하나쯤은 온전히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문화를 사랑하는 한국인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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