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회를 어디서 한다고요?” 동대구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한상대회 행사장으로 가자고 했을 때 택시운전사가 보인 반응이다.
한상대회가 열리는지, 어디서 열리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한상대회장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말을 했다.홍보가 안돼 있다는 것이다.
택시운전사들은 돌아다니는 스피커다. 여론 전달자들이다.이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은 시민들도 모른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수십억을 들여서 대회를 준비하고, 해외에서 천여명이 비행기를 타고 오는 행사를 하면서 이렇게 홍보가 안되어서는 ‘낭비’일 뿐이다.홍보가 안된 이유가 뭘까?
한상대회를 준비한 지자체 탓도 있을 것이다. 대구, 경북이 기를 쓰고 홍보를 하고자 했으면 했을 것이다. 한상대회를 주관하는 재외동포재단 탓도 있을 것이다. 지자체의 홍보 부족을 비난하는 똑 같은 논리로 재단의 홍보 마인드가 약했다고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은 다른데 있다는 게 본지의 시각이다. 한상대회를 재단이 언론사와 공동주관하는 데 원인이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상대회는 매경신문사가 재단과 공동주관하는 것으로 돼 있다.행사 전반을 재단이 주관하고, 돈도 재단이 대부분 부담하지만 매경은 엄연히 재단과 공동주관으로 돼 있다. 그러다 보니 홍보와 보도의 편중이 나타난다. 한상대회가 열리면 매경은 특집판까지 만들어 보도하지만 한경이나 다른 언론에는 개최소식을 그야말로 눈을 씻고 찾기도 어렵다.
조선 동아 중앙 등 중앙일간지가 몇줄이라도 써주면 대단한 일이고, 대부분 무시하고 지나간다. 그게 지금까지 반복돼온 행태였다. 한상대회를 무시하듯 취급하는 ‘조중동’이 잘못인가?
물론 그렇게 말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는 다른 언론사가 하는 일은 먼산 불구경하듯 하는 것이 언론사의 관행이다. 동아일보가 마라톤경기를 개최하는데 조선일보가 이러쿵 저러쿵 안하는 게 미덕이고, 또 그렇게 해왔다.
그러다보니 한상대회 보도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한상이 매경의 전유물이 아니지만, 매경이 주관하는 행사여서 조중동이 숟가락을 같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상대회가 진정 전세계 한상의 축제로 만들자면, 그래서 바꿔야 할 게 있다. 특정언론사가 공동주관을 하지 않도록 하든지, 아니면 남의 잔치에도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있도록 한국 언론의 풍토를 바꾸는 것이다. 후자보다는 전자가 쉬울 것이다.
전자든 후자든 이렇게 바뀌면 대한민국 국민들도 한상대회에 누가 와서 무엇을 하는지 중앙일간지들의 보도를 통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며, 한상대회의 성가도 높일 수 있지 않나 싶다.
이는 한상대회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가 개최하는 행사도 마찬가지다. 한상대회를 주관하는 재단이 매경과 함께 하는 것을 본 월드옥타는 연합뉴스와 손을 잡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연합뉴스의 옥타행사 보도기사를 제대로 실어주는 중앙일간지가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재외동포재단과 월드옥타는 특정 언론사와의 ‘짝짓기’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행사 내용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라도 재고를 해야 한다는 게 본지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