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회선진화법 폐기하라
[시론] 국회선진화법 폐기하라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11.14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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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라는 낱말은 상대적으로 앞서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뒤떨어진 부류에 비해서 큰 자부심을 내보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말은 남보다 한발 앞서겠다는 의욕을 가진 많은 이들이 즐겨 써왔지만 참으로 앞서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사후 점검이 부실하여 가늠할 길이 없다.

예전에 경기도 지방에 가면 버스마다 ‘선진경기’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타도에 비해서 서울을 에워싸고 있는 이점을 이용하여 농촌을 벗어나 도시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 점에서는 서울 인근의 경기도 농촌이 모두 서울 뺨 처먹을 만큼 도시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선진경기가 추구했던 목표였다면 그것은 빗나간 목표였다. 인심이 풍부하고 순박한 맛이 무럭무럭 일어나야 사람 사는 고장이지 획일적으로 꾸며진 아파트에 콘크리트만 보이는 도시화는 아무도 반기지 않는 허우대만 멀쩡한 도시화다. 집값 상승을 바랐다면 그것은 성공했다.

이처럼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조성되지 아니한 곳을 억지로 선진화되었다고 큰 소리쳐봐야 아무도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없다. 이처럼 잘못되고 기형적인 선진화를 이룬 곳이 우리나라 국회다.

의사당 내에서 최루탄을 터뜨리고,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여야가 합의한 것이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다. 따로 법을 제정한 것이 아니라 국회법을 고쳐 어느 정당이나 정파의 뜻대로 국회가 운영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많은 호응(?)을 받았다. 여당에서 발의한 것을 제일야당이 적극 받아드려 이 법안은 쉽게 통과되었다.

작년 5월2일 재적의원 192명에 찬성 127명, 반대 48명, 기권 17명으로 통과되었다. 반대한 의원들은 새누리당에서 이명박계와 통합진보당의원들이었다. 통진당에서 반대에 나선 것은 무슨 명분이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 법은 대체적으로 여당의 다수결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장치였기 때문이다.

통진당은 의사당 내에서 몸싸움을 하지 못하게 만든 이 법이 자신들의 활동영역을 좁히는 것으로 판단하여 반대했던 게 아닐까. 아무튼 이 법이 발효되면서 국회는 아연 야당판이 되었다.

과반수 의석만 가지고 있으면 어지간한 법안이나 의안통과는 쉬운 일이었는데 엉뚱하게도 의장 직권상정조차 사실상 봉쇄되었으니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팔 잡히고 다리 묶인 오리 신세로 전락했다.

원내 전략을 아무리 잘 짜본들 민주당에서 고개를 외로 꼬면 그걸로 끝이다. 스스로를 묶어버린 어이없는 실책을 저지른 여당은 1년이 넘어서야 이를 절실히 깨닫게 된 모양이다. 이에 대한 심사숙고를 거듭한 끝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기로 결정했다는 보도다. 자기네들이 만든 법을 ‘위헌’이라고 소원을 제출한다는 것이 망신스럽긴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다수당의 위력을 되찾으려면 그 방법 밖에 없는 것을.

헌법 제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는 ‘특별한 규정’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국회선진화법은 바로 특별한 규정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새누리당은 이 규정을 전체 법률로 확대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배치된다고 해석하는 모양이다. 법률 전문가들이 심도 있게 검토한 것이라고 하지만 어쩐지 쉽사리 동의하기 어려운 것은 애당초 법을 만들 때에는 이처럼 위헌성을 검토하지도 않았느냐 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법은 여야가 공동으로 발의하여 헌법의 대원칙에 어긋났음을 공표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아야 맞다. 처음 법을 발의했을 때에는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의정방향을 올바르게 세우려는 여야 모두의 충정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다수결 원칙이라는 헌법의 규정조차 무시하고 임의로 5분의 3이라는 생뚱맞은 법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여야 합의 없이는 직권상정도 할 수 없는 도깨비 법이 되어 국회운영을 사실상 봉쇄하는 법으로 옥죄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반드시 폐기되어야 할 국정포기 사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당이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제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다는 것은 자주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헌법재판소에 위임하는 결과가 되어 보기에 좋지 않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자가 모인 곳인데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헌재로 끌고 가는 모양은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다. 대통령 탄핵도 국회에서 결의되면 끝나야 마땅한데 법의 규정이 헌재의 결정을 받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도 거꾸로 가는 정치의 표본이다.

이는 삼권분립의 정신에 부합하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국회를 사법부 밑에 두는 행태로 변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행위다. 정부 여당의 이러한 행태가 계속되면 될수록 사법부는 자신도 모르게 고만(高慢)해진다.

요즘 통진당 대리투표 무죄, 김일성동상 참배 무죄, 전교조 법외노조 무효가처분 등 일련의 법원 판결은 과거 독재정권에 억눌렸던 사법부가 이제 제 모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만해졌음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는 것이다. 사법부 판결이 아닌 여야협상 능력으로 해결할 문제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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