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한국인 '한핏줄 네트워크'로 중국 시장 잡는다"
"조선족·한국인 '한핏줄 네트워크'로 중국 시장 잡는다"
  • 도창수 기자
  • 승인 2010.10.26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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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 중국 지회장 3인방의 '야심찬 도전'

90년대 중국 온 한국인들 조선족 무시해 만나면 싸워…"이래선 발전 없다" 공감대
한국인 자본·경영기법과 조선족 현지 노하우 결합해 성공하는 사례 늘어나
"재일·재미 사업가들처럼 중국서 韓商 파워 보일 것"

25일 개막된 15차 세계 한인경제인대회에 참석한 길경갑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 중국 선양시 지회장, 차봉규 상임집행위원, 엄광철 다롄시 지회장(왼쪽부터)이 대회 성공 계최를 다짐했다.
"요즘 중국 훈춘에서 제가 한우를 키웁니다. 중국인이 입맛이 고급화되니 와규(일본산 쇠고기)보다 한우를 찾더군요." "어쩐지, 엄 대표 요새 얼굴이 좋아지더구먼!"

25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서 만난 월드옥타(World-OKTA·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 중국 지회장 '3인방'은 만나자마자 반갑게 웃음을 터뜨렸다.

차봉규 차스트레이딩 대표(51·월드옥타 상임집행위원·이우시 전 지회장), 길경갑 기원그룹 회장(45·월드옥타 선양시 지회장), 엄광철 대련선성글로벌로지스틱스 대표(35·월드옥타 다롄시 지회장)이다. 2008년 처음 만난 이들은 각각 한국(차 대표)과 중국(길 회장, 엄 대표)으로 국적이 다르다. 그러나 다른 국적에도 '경제'라는 화두(話頭) 아래서는 10년 지기(知己)처럼 하나가 됐다.
 

◆중국에서 '경제'로 한국인·조선족 뭉친다

월드옥타 회원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해외에 주소를 둔 한국계 경제인이면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 월드옥타에서는 중국 조선족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6200여명의 회원 중 조선족 사업가가 약 600명에 달한다. 차봉규 대표는 "월드옥타에서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사업가, 이른바 '신선족(新鮮族·90년대 이후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들을 일컫는 말)'과 조선족이 끈끈한 파트너 관계"라고 말했다.

이런 관계는 90년대 이후 형성된 한국인·조선족 관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 차 대표는 "이우시에서는 한때 한국인과 조선족이 술자리에서 만나면 싸움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국인 사업가들은 90년대 이후 조선족을 한 단계 내려다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조선족들은 중국경제의 성장과 함께 격(格)이 높아졌다. 수십억대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들도 나왔다. 충돌하는 경우가 자연스럽게 잦아졌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조선족 출신 사업가 중 일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월드옥타의 문을 두드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길 회장이다. 중국 국영기업 경영인 출신인 길 회장은 한국 사업가들의 적자 기업들을 인수해 한해 약 30억원 매출의 회사로 키웠다. 주력업종은 건축자재와 환경기술 기업. 지금은 IT 기업까지 세워 운영 중이다. 그는 "검증된 사업가들끼리 만나보니 한국에도 좋은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근거지인 중국 선양으로 돌아가 260개 조선족 기업을 월드옥타로 끌어들였다.

◆기술 및 경영기법·현지 노하우 주고받아

한국인·조선족 사업가 네트워크에 신뢰가 쌓이면 '완벽한 파트너'가 된다. 조선족 기업은 현지 노하우와 노동력이 풍부하고, 한국인 사업가는 자본과 앞선 경영기법이 있다. 차봉규 대표의 성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차 대표는 사업 초기 액세서리 제조업으로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가 파산 직전에 몰렸다. "중국인들의 '하오(好)' 문화를 모르고 낭패를 봤습니다. 전기, 전화 모두 '괜찮다'고 들었지만, 막상 공장을 돌리려니 부족하더군요. 3년 동안 악전고투했지만, 밑천 3억원을 날렸습니다."

이때 그를 믿고 따르던 조선족 직원들이 손을 내밀었다. 기계와 공장을 자신들이 떠맡아 한번 사업을 해보겠다는 것. 이들은 현지 인맥을 총동원해 싼 인력을 구하고 전기 없이도 손과 발로 기계를 돌려가며 납기를 맞췄다. 차 대표에게는 투자한 만큼 일정한 마진을 꼬박꼬박 납입했다. 차 대표는 "3년 손해 금액 3억원을 1년 만에 회수했다"고 말했다. 지금 차 대표는 한해 약 6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엄광철 대표는 2004년 동업자와 물류기업을 창업, 이케아, 폴크스바겐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한해 약 290억원 매출의 물류업체로 키워냈다. 그렇게 돈을 번 그는 다시 한국에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 식가공 업체를 인수하고, 중국 훈춘에 600마리 규모의 한우 농장도 세웠습니다." 그는 "일본 와규는 기름기가 많아 200g이면 질리지만, 한우는 300~400g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식가공 기술에 한우를 접목하면 고급화되는 중국인의 입맛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미·재일 사업가들만큼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

엄 대표는 "중국이 미국에 이은 강대국으로 성장한다면, 재중동포 사업가들도 재미교포나 재일교포 사업가들처럼 수많은 성공 사례를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길경갑 회장은 "중국에서 소수 민족이 목에 힘주고 살려면 모국인 한국이 잘 되는 게 제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버려져 있는 독립군들의 기념비를 사비로 정돈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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