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54] 야나기 무네요시 柳宗悅
[아! 대한민국-54] 야나기 무네요시 柳宗悅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3.12.0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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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는 일본의 근대 공예운동가이자 수집가로서 ‘조선인보다 더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1914년 조선총독부 산림과 기사였던 이시카와 다쿠미로부터 조선백자를 선물로 받고 조선도자기의 매력에 빠졌다. 20세 되던 해에 제 돈을 내고 모란 무늬 항아리를 구입하기 시작하여 1916년에서 1940년까지 21차례나 한국을 방문, 조선공예품을 수집하였다. 그가 수집한 공예품은 가구, 회화, 자수, 금속공예, 목공예품 등 광범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식민지 조선’에 대한 애정과 연민으로 발전하였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던 그 해 그는 ‘조선인을 생각한다’라는 글을 5차례에 걸쳐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에 실었다.

그것은 3.1운동에 대한 일제의 무력진압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 글은 그 이듬해 5월, 막 창간된 동아일보에도 실렸다. 1922년 8월 24일에는 동아일보에 ‘장차 잃게 될 조선의 건축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조선총독부에 의해 철거될 운명에 처한 광화문에 대하여 이렇게 썼다.

“광화문이여! 광화문이여! 너의 생명이 조석에 절박하였다!...혹독한 끌과 부정한 철퇴가 너의 몸을 조금씩 파괴할 날이 멀지 아니하였다. 이것을 생각하고 가슴을 쓰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숨죽여 울었다.

그는 1924년 9월, 일본 잡지 「가이조(改造)」에 ‘아, 광화문이여!’라는 항의문을 썼다. 거기서 그는 “그 정문이 없어지면 경복궁에서 무슨 위엄이 나올 것인가? 경복궁을 잃으면 경성의 중심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으로 여론이 환기되어 파괴의 불행만은 면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되었다.

그가 수집한 유물은 1924년 경복궁 집경당에 마련된 조선민족박물관에 전시되었다. 그리고 이들 유품은 뒷날, 1950년 설립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었다. ‘민예(民藝)’라는 말을 처음 쓴 것이 그였다. 한국정부는 1984년에 그에게 모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그는 그의 글 ‘조선의 미술’에서 동아시아 각국의 예술에 대해 ‘중국-힘-형태’. ‘일본-즐거움-색’, ‘조선-슬픔-선(線)’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의 예술이 의지의 예술이며 일본은 정취(情趣)의 예술이었다. 그러나 이 사이에서 숙명적으로 비애를 짊어지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 조선의 예술인 것이다.”

야나기가 조선의 미를 ‘비애의 미’라고 한 것에 대해 최근 한국에서 강력한 비판이 일고 있다. 외세의 침략으로 한시도 편안한 날이 없었던 데서 조선인은 수동적∙소극적이라는 제국주의적 발상이 그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아마도 사랑과 연민이 더 앞섰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조선사를 펼쳐 읽고 잔인한 정치에 놀라는 자는 있어도, 앞으로 인류는 영원히 조선의 예술에 찬사를 아끼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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