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7번국도 아이’] 유레카 유레카(6)
[특별연재 ‘7번국도 아이’] 유레카 유레카(6)
  • 김전한<작가·동아방송대 겸임교수>
  • 승인 2013.12.09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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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한국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난데없는 뉴스가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흥분의 벌통을 터트린 분위기였다. 포항 바닷가 어디쯤에 그 보물창고가 위대한 박정희각하를 위해 그동안 엎드려 있었다는 내용 이었다.
 
그즈음 이었을 것이다. 여름방학이 되면 세살 터울의 형과 나는 청송 큰집에 놀러 가곤했다. 아침을 후딱 먹고는 우리는 냇가로 나가서 하루 종일 물놀이 하고 '으름'이라는, 생긴 건 키위, 맛은 바나나 비슷한 열매를 따먹으며 놀곤 하였다.
 
어느 날 어쩐 일인지 나 혼자서 아침 일찍 냇가로 나가 바위 위에서 쑤웅~~ 다이빙하며 놀고 있었다. 이때 이상한 물방울이 아까부터 몽실 몽실 올라오는 게 포착 되었다. 똥개수영 폼으로 몽실 몽실의 진원지 쪽으로 접근해보니 ?????? 저게 뭔가? 저게 뭐지?
 
‘헉! 이....이럴수가.........기,....기름...이....!!!!!!!!!!!!!!!!!!!!!!!!!!’

물과는 확실하게 구분되는 물과 기름이라는 그 말처럼 몽실 몽실 올라온 물방울은 일반 액체와는 확연히 구분되었다. 그것은 기름이었다. 기름방울이 수면위로 올라와 동동 떠 다니는게 아닌가.

왜, 왜, 이 냇가에 이 맑은 냇물에 기름방울이 떠 오른단 말인가! 허...허...허어억! 시...심봤다! 가 아니고 기...기름봤다!!!!!! 허겁지겁 옷을 입고는 마을로 달렸다. 달리면서 오만가지 생각들이 내 등을 할퀴고 스쳤다. 그리스 마라톤 유래의 그 사내 심정으로 달리고 달렸다. 목욕하다 뛰쳐나와 달리던 그 철학자의 외침 ‘유레카’ 를 외치던 바로 그 심정으로 달,렸,다. 마을을 휩쓸 저수지 둑을 온몸으로 막아낸 유럽의 어느 소년 영웅담을 떠 올리며 달,렸,다. 이승복 어린이의 그 결연하고 형형한 눈빛으로 달,렸,다.
 
온갖 미디어가 달려온다. 카메라 후렛쉬가 일제이 터진다. 산골냇가에서 유전을 발견한 '김전한 어린이' 라는 어깨동무 잡지의 헤드라인이 무지개처럼 펼쳐졌다. 나는 마을로 향해 달리고...달,렸,다. 헥헥거리며 달려가 세살 위의 형에게 외쳤다. “유전발견! 유전발견!!”
 
이제는 형제가 다시 냇가로 달려갔다. 바위위에서 영민한 눈빛으로 사태파악을 하고 있는 형. 수면 아래에선 여전히 기름방울이 간헐적으로 몽실 몽실 올라오고, 잠시 뒤 형의 판정이 내려졌다.

“맞다! 유전이데이”
“이 일을 우짜노?”
“쉿 조용해라이 니 지금부터 입 딱 닫고 일단 영한히야한테 부터 알리자”
(여기서 말한 영한은 고등학생인 사촌형이다)
 
우리 형제는 다시 달리고 달려 사촌형을 찾았다. 방학 중이라 늘어지게 늦잠자고 있는 사촌 형을 깨워서 우리는 다시 냇가로 달려왔다. 달리면서 우리 형제는 사촌형에게 이 사건의 경과보고를 하였다. 사촌형도 이미 그 뉴스는 접했을 것이다. 온 나라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우리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그 뉴스를.

2명의 국민 학생과 한명의 고등학생은 바위위에서 다시 관찰을 하였다. 기름방울은 여전히 떠오르고 있었다. 사촌형은 옷 벗을 여유도 없이 냅다 다이빙을 하였다. 역시 그 똥개 수영 폼으로 기름방울의 진원지를 향해 잠수를 하였다. 수면 위는 물 회오리가 치더니 잠시 정적. 그 길고긴 몇 초가 지나고 난 뒤 푸하~~~ 사촌형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의 손에는 댓병(1리터 막소주병)을 하나 번쩍 들어보였다.

그 시절, 호롱불로 밤을 밝히던 시절. 호롱에 넣을 기름을 보관했던 소주 댓병. 누군가, 뭔 일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침 일찍, 기름찌꺼기가 남은 기름 댓 병을 그곳에 버렸나보다.
 
햇살은 쨍하였다. 모래알은 반짝였고, 박정희각하가 미웠다! 왜 온 국민을 상대로 그런 쓸데없는 정치소동극을 연출하여가지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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