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만델라를 배워야 할 한국정치인들
[시론] 만델라를 배워야 할 한국정치인들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3.12.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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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민의 가슴에 깊은 슬픔을 아닌 채 12월10일 만델라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에 대한 추모의 뜻이 사람마다 다르지 않았던지 교황보다도 더 큰 규모였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무려 91개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고 하니 만델라가 끼친 사랑과 관용의 정신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졌었는지 짐작하고도 남게 한다. 그는 식민지 조국의 해방을 위해서 젊은 시절 무장투쟁에 나섰다.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분리정책에 맞서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이끌던 그는 마침내 식민지 당국에 의하여 외딴 섬에 갇힌 채 무려 27년 6개월 동안 투옥되었다.

마흔다섯 나이에 들어갔던 감옥에서 일흔두 살의 노인으로 석방되었으니 인생 후반부는 완전히 세상과 격리되어 살아온 셈이다. 그러나 그는 감옥에서 크게 깨쳤다. 절대다수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원주민인 흑인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백인정권이 장악한 경찰력과 군사력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16%에 불과한 백인들이 인종분리정책을 고수하면서 흑인을 탄압하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지만 가냘픈 무장폭동만으로는 그들과 맞서 싸워 이기기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만델라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비록 모진 고통으로 얼룩진 반평생 투옥생활을 하면서도 그가 건강을 잃지 않고 살아나올 수 있었던 것은 증오와 복수를 씻어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인간인 이상 어찌 보복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인가. 그러나 그것으로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더 큰 미래를 구상할 수 있었다. 화해와 평등, 용서와 사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증오와 차별, 복수와 반격을 되새긴다. 인간만의 약점이다.

만델라의 이러한 경륜에 대해서는 백인정권도, 흑인운동가들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백인정권의 탄압은 계속되고 흑인들의 무장투쟁도 가열되고 있는데 만델라 혼자서 부처님 가운데 역할을 했으니 그럴만하지 않는가. 그는 굽히지 않고 양측을 설득했다.

당시 백인정권은 모든 사람을 백인, 흑인, 유색인, 인도인으로 나눠 인종별로 거주지를 분리했다. 타인종과는 결혼도 금지하고 출입구역도 분리했다. 철저한 백인우월정책이었다. 미국에서 노예해방이 선언되고 흑백평등을 공포했어도 오랫동안 차별이 없어지지 않았던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프리카 오지에서 벌어졌던 참상을 짐작할만하다.

더구나 미국은 백인의 숫자가 절대다수였기에 피해흑인의 하소연이 먹혀들기 어려운 사회구조였다. 오직 정치지도자들의 인간적인 각성과 평등정신이 있었기에 더디지만 오늘날과 같은 호혜평등의 세상을 이룰 수 있었고 오바마와 같은 흑인대통령 탄생까지 바라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남아공은 달랐다. 미국과는 거꾸로 흑인이 절대다수였기에 백인들은 오직 강력한 경찰력으로 모질게 탄압하는 극열한 양상을 보였다. 흑인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억압하는 것이 정권유지의 최선처럼 생각했다.

만델라는 자신의 동료들에게 “무기를 바다에 버려라”고 설득했다. 만델라를 석방한 데클레레크 대통령정권은 이 한마디에 흑인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했다. 협상이 가능하다는 분위기 조성이 된 것이다. 그 결과 1991년 아파르트헤이트에 관한 법률이 협상을 통해 평화로운 방법으로 폐지되었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백인정권이 절대다수의 흑인파워에 밀려나는 형식이 아니라 무장을 해제한 만델라 측의 진정성을 데클레레크 정권이 인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로서 남아공의 정세는 일변했다.

만델라와 데클레레크는 아파르트헤이트를 폐지하는데 앞장선 공로로 1993년 노벨 평화상을 공동수상한다. 그리고 이듬해 자유총선거에 의해서 구성된 다인종 회의에서 만델라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게 되는 것이다. 350년이나 계속되었던 아파르트헤이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만델라는 흑백화해의 상징으로 대통령이었던 데클레레크를 부통령으로 지명한다. 정적을 부통령으로 지명하는 아량과, 대통령이 부통령직을 수락하는 관용 화해의 정신은 남아공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원천이다.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구성한 만델라정권은 과거 정권의 불법과 핍박의 실상을 파헤쳤지만 그것은 보복과 탄압을 의미하지 않고 용서와 관용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용광로 속에서 용해시키는 큰 작업이 되었다.

종신 대통령을 권유하는 진정이 끊임없었지만 만델라는 임기를 마치고 초야로 돌아갔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워싱턴과 똑같은 길을 걸은 것이다. 한국의 전두환도 단임으로 끝내는 용기를 보여줬지만 5.18의 원죄와 부정축재로 후일담이 길어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만델라는 거대한 발자국을 남기고 세상을 떴다.

기회만 있으면 과거사를 들먹이며 막말을 하는 증오의 정치를 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인들은 만델라의 관용정신에서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치인의 덕목은 남을 탓하고 남의 핑계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지고 베풀어주는데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면 정치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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