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장성택 숙청은 북한변화의 조짐이다
[시론] 장성택 숙청은 북한변화의 조짐이다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3.12.14 0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권이 요동치게 되면 필연적으로 변화가 찾아온다. 독재정권일수록 그 변화는 빠르고 클 수밖에 없다. 지금 북한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는 숙청 바람은 그 여파가 과연 어디에서 머물 것인지 예의 주시해야 할 사항이다.

북한 사정을 꿰뚫어보고 있는 각국의 정보기관에서는 이번 사태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충격을 안겨주는 일이다. 더구나 북한정권의 영원한 제이인자 역할을 해오던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그처럼 맥없이 숙청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 아닌가.

불과 나흘 전 수백 명이 모인 정치 간부 회의장에서 보위부원에게 끌려 나가는 장성택의 초라한 모습이 공개되더니 전격적인 군사재판을 거쳐 즉시 사형을 집행하는 북한체제의 잔인성은 듣던 것보다 훨씬 더 악랄하다. 장성택의 측근들은 이미 제거된 상태여서 그의 생명만은 보존되지 않겠느냐 하는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북한정권이 그만큼 각박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김정은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김정은은 정권이 안정되기까지 음으로 양으로 장성택의 보우를 받아왔다. 장성택은 김경희의 남편이다. 김일성의 딸이요 김정일의 누이다.

저들이 열띠게 선전하는 소위 백두혈통의 일맥이다. 김일성 시절부터 그는 최고최대의 우호국인 중국과 인연을 맺고 자타가 공인하는 친중 세력의 대표자였다. 그가 중국을 방문할 때에는 외국의 정상들만 머무는 곳으로 알려진 다오위다오에서 여장을 풀 정도로 중국 측의 대우는 깍듯했다. 이런 점이 오히려 이번 숙청의 이유로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장성택의 죄 중에서 가장 중대한 것은 ‘유일체제에 대한 반격’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의 유일 중심은 김정은 외엔 있을 수 없다. 장성택이 40년 동안 제이인자 역할을 하면서 이처럼 미묘한 문제점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다. 아무리 조심하고 신경을 썼다고 하더라도 김정은에게 충성하는 군부세력과 직속 보위부 세력들은 장성택의 분파행동이나 부정축재 또는 여인행각 등에 대해서 확실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과장하여 김정은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이 나이는 어릴지 몰라도 태어나서 외국 유학에 이르기까지 모두 후계자로서의 교육을 철저히 받았을 것이다. 그에게 이복형인 김정남이 있지만 그는 일찍이 후계구도에서 제거된 사람이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마카오를 오고가며 북한에는 오줌 한번 누우러 가본 일이 없을 정도다.

따라서 김정은이 배운 통치기법은 오직 어느 누구도 진정한 신뢰를 주지 않고 반드시 의심의 눈초리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금과옥조로 삼는 일이었다. 비록 친형제라 할지라도 터럭 끝만큼이라도 의심나는 점이 보이면 가차 없이 처형하는 것이 후환을 없애는 길이라고 배웠을 것이다.

이번 장성택에 대한 전광석화 같은 처형은 배운 대로 실천한 것일 뿐 새로운 일이 아니다. 북한에서 공개처형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알려졌다. 북한을 탈출했다가 중국에서 붙잡혀 송환된 사람 중에서도 탈북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입할 목적으로 공개 처형되었다는 소식이 여러 차례 전해졌다.

대부분 아오지 수용소 등에서 오랜 세월 노동을 하며 탈북의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불행히도 공개 처형된 분들의 영혼은 지금도 금수산 궁전 위에서 김정은을 내려다보며 구천을 헤매고 있으리라. 이제 장성택마져 처형된 북한은 어디로 향해 나갈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장성택이 심어 놓은 굵직굵직한 면모들은 이미 드러나 있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숙청된 사람과 소환된 사람 그리고 아직 소환조차 안 된 부류로 나뉜다. 제일 큰 궁금증은 중국의 태도다. 장성택과 연을 맺은 중국 지도자는 수없이 많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한없이 크다.

북핵 개발로 인하여 유엔의 제재대상인 북한의 교역은 유일하게 중국이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동을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에는 양측의 물건을 실은 트럭들이 줄을 섰다. 외화벌이의 중심에 섰던 장성택의 제거는 중국으로서도 예측하지 못했던 충격이다.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특히 북한 내부는 처형으로 인한 공포분위기가 조성되어 함부로 나설 인물이 없다고 봐야 한다. 당분간 북한과 중국 간에는 살얼음판 같은 냉랭한 기류로 감싸있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장성택과 연을 맺은 중국인사의 영향력을 차단하려 들 것이고 결국 북한내부의 동요를 막는데 진력할 것이 예상된다. 다만 김정은 정권의 근본이 흔들렸기 때문에 혼란과 저항 그리고 반격은 필연적으로 도래하리라고 본다.

김정은의 충성세력은 장성택 세력에 비해서 뿌리가 깊지 않다. 공포분위기의 기세가 가라앉으면 은인자중 숨어있던 세력이 발호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변화양상을 정확하게 수집하여 발 빠른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장성택 제거는 한마디로 초조한 김정은의 상징적 사건이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 현 시국에 우리는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소통의 준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