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철도파업은 시민을 볼모로 노조만 살자는 것
[시론] 철도파업은 시민을 볼모로 노조만 살자는 것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3.12.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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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역 넘어 휴전선 근방에는 정전협정을 맺은 지 60년이 된 지금까지도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그대로 멈춰선 기차 한 량이 서있다. 비바람에 쇠는 녹슬고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지만 그래도 기차는 의젓하게 자리를 지킨다. 하늘이 흐려지면 흐린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기차의 명암은 바뀌지만 움직일 줄을 모른다. 그러나 그의 몸통에는 길게 써 붙인 프래카드 한 장이 나부낀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광복 이후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억울한데 6.25남침으로 인하여 민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은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사연을 기차 혼자서 짊어지고 있다. 이 기차는 전쟁 중 폭격을 맞고 멈춰선 뒤 휴전이 되자 전쟁의 상징이 되어 그대로 방치한 것이다. 아니 일부러 놔둔 것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제는 관광코스의 하나로 자리 매겨졌다. 내외의 사진기자들은 남북분단의 비극의 상징으로 기차 사진을 찍는다.

많은 관광객들도 기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지만 기차의 진짜 마음을 알고 있을까. 비록 무생물에 불과한 쇳덩어리라고 깔봐선 안 된다. 그의 이름은 ‘철마’다. 그것도 달리고 싶은 철마다. 석탄을 때도 좋고, 기름을 태워도 상관없다. 요즘은 전기로 달리는 기차가 대부분이지만 철마가 언제 연료를 걱정했는가.

그저 달릴 수만 있으면 좋은 것이다. 시원하게 터진 벌판을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힘차게 달려갈 수만 있으면 철마는 대 만족이다. 그것도 하루 속히 통일을 이루어 신의주로, 평양으로 달려간다면 더 이상 바랄 게 무엇인가. 남북간에는 이미 철도가 연결되었다. 막아 놓은 장애물만 제거하면 언제라도 씽씽 달려갈 준비는 끝났다. 남북간에는 흐려졌다, 맑아졌다 하는 기류가 맴돈다.

이산가족이 만나고, 개성공단이 활발하게 움직일 때는 맑아졌을 때지만, 핵실험을 하고 이산가족 만남이 취소되며 개성공단이 닫힐 때는 흐려졌을 때다. 요즘은 개성공단만 겨우겨우 가동되고 있는 형편일 뿐 다른 곳은 한데다. 게다가 북한내부의 문제이긴 하지만 장성택 숙청과 관련하여 초긴장 상태가 계속된다.

이런 판국에 한가하게 철마는 달리고 싶다고 읊어봐야 어느 누구도 머리를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60년이나 쉬고 있는 철마가 새삼스럽게 스산해진 남북 기류에 활력소 역할은 애시 당초 그른 일이다. 그러나 달리던 기차는 달려야 하지 않겠는가.

멀쩡하게 잘 달리던 기차를 하루아침에 세워놓고 걸어 다니라고 하니 안 하던 다이어트를 강요당하는 기분이다.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윽박지르면서 강제로 하라고 하면 누가 하고 싶겠는가. 걷는 것이 몸에 좋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렇다고 억지로 하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지금 철도파업은 시민들을 강요하고, 강제하고 있다. 대명천지에 철도노조만 살자고 시민들을 볼모로 한다는 것은 만행이나 다름없다. 부산으로, 목포로, 여수로 철마는 달려가고 싶지만 철도노조가 꽁무니를 부여잡고 한사코 매달린다. 움직일 방법이 없다. 이제는 서울 지하철까지 덩달아 춤을 춘다. 어제는 기어코 할머니 한분이 사고로 사망하는 불상사까지 일어났다. 노조쟁의는 임금인상이나 복지확대, 근무환경 개선 등을 내걸고 시행하는 것이지 정책을 다투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철도노조 파업은 KTX 수서발 사업장을 본사직영으로 하느냐 따로 자회사를 두느냐 하는 것이 쟁점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동안 정부에서 민영화 쪽으로 움직이던 것을 노조에서는 결사반대했고 결국 민영화를 포기한다고 발표했지만 노조가 믿지 못하는데서 발생한 일이다.

노조원의 복리와는 전연 다른 문제여서 철도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백기항복을 강요하는 것으로 보여 딱하기만 하다. 정부는 이미 민영화를 하지 않는다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확언하고 있다. 이를 믿지 못하고 자회사를 두지 말라고 파업까지 한다는 것은 지나친 파업권의 남용이다.

파업이 노조의 최후의 수단이어야지 이번처럼 정책문제를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들고 나서는 것은 정상적인 행위도 아니고 정당하지도 못하다. 철도노조 행사장에는 외부세력도 꽤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전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밀양에는 처음부터 외부세력이 진을 치고 모든 협상을 좌지우지한다. 끝없는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에 군산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외부세력의 개입을 단호하게 배제하고 직접 한전과 협상을 벌여 매끈하게 매듭지었다.

외부세력은 책임이 없기 때문에 무한정 투쟁을 유도하는 수가 많다. 철도노조와 같은 방대한 보륨을 가지고 있는 단체는 자체판단으로 협상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시민의 발 역할을 하는 철도를 무기삼아 소비자요 수요자인 시민을 볼모로 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이번 파업으로 인하여 여행 승객은 물론 화물운송이 상당량 지체되고 있어 기업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 선적화물, 시멘트수송 등 시간을 요하는 화물들이 창고에서 낮잠을 자거나, 공장에 쌓여있다.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철도노조가 딴 나라 사람들이 아닌 한 하루 속히 파업을 중지하고 시민볼모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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