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불러주었다. 잊고 지냈던 그 노래를.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이
두웅실 떠 가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 다니겠지‘
이렇게나 노랫말이 아름다운 동요를 나는 어릴 때 가장 공포스러운 노래로 들렸다. 국민학교 5학년 때 대명동 안지랭이 라는 동네. 아지랭이가 많이 피워오르는 곳이라 하여 그 이름, 안지랭이 골.
가을날 스산한 바람 등지고 집으로 가는 길에 키 큰 미류 나무들이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고 미류나무 낙엽들 마구 흐드러지게 낙하하던 그 길. 그 길 아래쪽에 있었던 연못 비슷한 웅덩이에 나뭇잎 배들 처럼 둥둥 떠 다니는 미류나무 낙엽들. 가을 바람 창문 흔드는 밤이 되면 웅덩이에 떠 다닐 나뭇잎들이 걱정되었다. 그 어둠속에서 이렇게나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자연의 만물은 모두가 그 어둠속에서 홀로 떠 다니는 외로운 것들이라는 막연한 공포감.
나는 이렇게 따뜻한 방에 누워있는데 그 나뭇잎들은 어둠의 물위로 떠다니고 있겠지 싶은 공포감. 그럴 때 조용히 불러보았던 그 노래.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이렇게나 아름다운 노래가 그렇게나 외롭고 공포스럽게 다가 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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