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우의 신토불이-8] 한식, 스토리텔링의 보고
[김홍우의 신토불이-8] 한식, 스토리텔링의 보고
  • 김홍우<한식재단 사무총장>
  • 승인 2014.02.0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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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라인강가에 앉아 있었다. 소녀는 머리를 빗으며 달콤한 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미모와 노래는 매혹적이었다. 뱃사공은 소녀의 모습에 넋을 잃고 만다. 결국 숱한 배가 암초에 부딪쳐 애꿎은 목숨이 강물 속에 사라졌다.

뱃사공을 홀려 배를 침몰시킨다는 절세의 미인이자 마녀인 물의 요정, 로렐라이의 전설이다. 이 전설은 아름답지만 한이 서린 이야기다. 여기에 영감을 얻은 하이네는 이를 시로 썼고, 질레가 곡을 붙였다. 덕분에 로렐라이 전설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독일을 찾는 사람이라면 으레 라인강에 있는 로렐라이 언덕을 찾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몇 시간을 달리다보면 차창 너머 고풍스러운 중세 성곽이 운치를 더해 준다. 여행자는 금방이라도 전설 속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대감에 휩싸인다.

그러나 막상 목적지에 도착하면 기대감은 곧 실망감으로 바뀌고 만다. 이곳은 꾸불꾸불하게 펼쳐진 라인강 위에 있는, 나무 몇 그루가 전부인 평범한 언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나면 이내 허무함이 몰려온다. 여행자의 배낭 속에는 전설 속 로렐라이 언덕이 담긴다. 두고두고 풀어낼 이야깃거리 하나는 제대로 건지게 된 것이다.

로렐라이는 스토리텔링의 위력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스토리텔링이라 함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을 더한 말로 ‘이야기하다’는 뜻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이야깃거리를 넘어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보면, 지속성과 토착적인 특징의 동양은 스토리텔링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반만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한국의 경우는 그 소재의 다양성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60년대 중반 방영된 ‘전설 따라 삼천리’는 방방곡곡의 전설과 기이한 이야기를 소개해 인기를 끌었다. 그 방송을 들은 세대들은 한국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스토리텔링이 존재함을 공감할 것이다. 이에 앞서 시인 이육사는 1939년에 발표한 그의 시 청포도를 통해 ‘고향마을의 전설이 청포도 열매처럼 주저리주저리 열린다’고 노래하기도 했다.

한식재단은 한국의 풍부한 이야기자원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고문헌과 야사, 구전으로 전하던 전설 속 이야기들을 발굴하기 위한 작업이 수개월간 계속됐다. 작년 초 발간된 ‘맛있고 재미있는 한식이야기’가 그 첫 번째 결실이었다.

책은 대표적인 전통 한식 97개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먹음직스러운 사진과 함께 음식의 효능, 한국의 식사 예절과 식기 문화 등도 곁들였다. 자료 발굴 작업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 음식이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는 자부심이 작업 내내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한식 스토리텔링의 첫 번째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필자는 한식이 스토리텔링의 보고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맛있고 재미있는 한식이야기’를 통해 소개한 한식의 수많은 이야기자원은 한식의 경쟁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한다. 동시에 한식세계화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첫 단추가 제대로 꿰어졌다는 기대감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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