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59]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아! 대한민국-59]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4.02.2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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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겸재(謙齋) 정선(鄭敾)은 서울 그림을 많이 남겼다. 겸재의 서울 그림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왕제색도」이다.

최순우(崔淳雨)는 이 그림을 지금의 청와대 근처 언덕 위에서, 비 갠 어느 날 오후, 적연한 인왕산의 검푸른 모습을 바라보고, 정선이 불시에 북받치는 감흥을 누릴 길이 없어서 단숨에 그려냈을 것이라면서 아직도 빗기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계곡에 뽀오얀 안개가 차분히 가라앉아 가고, 주저 없이 그어 내린 바위 벼랑의 준법은 과연 해동 산수화의 제1인자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정선이 76세 되던 해 윤5월 하순에 그린 것으로, 인왕산 바위의 대담한 배치와 함께 산 아래 낮게 깔린 구름, 농묵(濃墨)의 수목이 있는 구도는 옆으로 긴 화면 설정과 함께 현대적인 감각이 풍긴다.

수목과 가옥이 있는 전경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법(俯瞰法)으로 포착하였고, 원경은 멀리서 위로 쳐다보는 고원법(高遠法)으로 나타냈다. 이로써 마치 바로 앞에서 인왕산을 바라보는 듯 한 현장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안개와 산 능선은 엷게, 바위와 수목은 짙게 처리하였다. 먹색의 강렬한 흑백 대비로 굴곡진 산의 습곡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면서 화면에 변화와 활력을 불어넣었다.

바위의 거대한 양감(量感)을 강조하기 위하여 구사된 적묵(積墨)의 힘찬 붓질과, 크고 작은 수목들에 가해진 편필(偏筆)의 활달한 운필, 그리고 산등성이의 성근 피마준, 짧게 끊어 찍은 작은 미점(米點) 등은 정선이 서울 근교의 실경들을 사생하면서 즐겨 썼던 기법이다. 이 그림에서는 특히 능숙하고 완숙한 필치를 보여준다.

정선의 그림 가운데는 이 그림 말고도 「장동팔경(壯洞八景)」이니 「청풍계(淸風溪)」니 하여 지금의 서울 종로구 청운동 골짜기를 중심으로 한 풍경의 그윽함을 나타낸 것들이 있다. 어쩌면 정선이 그 근처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거나 아니면 그 곳이 좋아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산경과 물소리를 즐겼음직하다.

그 가운데서도 「인왕제색도」는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는 명작일 뿐만 아니라, 조선후기 이른바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룰 대표하는 걸작품이다.

그림의 오른쪽 상단의 여백에는 ‘인왕제색신미윤월하완(仁王霽色辛未閏月下浣)이라 묵서되어있다. 그 밑에 ‘정선(鄭敾)’이라는 백문방인(白文方印)과 ‘원백(元伯)이라는 주문방인(朱 文方印)이 찍혀있다.

겸재의 친구였던 관아재 조영석이 일찍이 겸재의 작품세계와 미술사적 위치에 대해서 한마디로 요약해서 이렇게 말했다. “겸재는 산세와 계곡의 형태를 다 알고 그리면서 스스로 새로운 화법을 창출하였으니 조선적인 산수화는 겸재에서 비로소 새롭게 출발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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