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옥타 치바지회 “후배 위해 터 닦아”
[현지취재] 옥타 치바지회 “후배 위해 터 닦아”
  • 동경=김양균 기자
  • 승인 2014.03.0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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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카사이 노부유키 교수, 전정선 사무국장, 조송천 지회장, 김동림 전 지회장

테이블 위에 일본식 삼치구이와 한국의 닭발볶음, 중국음식 건두부 볶음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김동림 월드옥타 전 치바지회장이 접시에 각각의 음식을 한 점씩 덜었다. “한꺼번에 입에 넣으면 고유한 맛이 어울어지겠죠? 각각의 맛만을 취하면 되는 것이지요. 재일 조선족 동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중일을 모두 더한 후에 3으로 나누면 됩니다.”

김 전 회장과 만나기로 한 곳은 3월1일 일본 동경의 닛포리역. 인근 카페에 자리를 잡고 있으려니까, 김 전 회장이 약속 시간 7시 정각에 맞춰 나타났다. 조송천 지회장, 전정선 사무국장, 카사이 노부유키 교수도 함께였다.

월드옥타 치바 지회는 2006년 발족됐다. 일본 내 조선족 동포로 구성된 이 단체는 현재 12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들 재일 조선족 동포는 80년대 중반부터 유학과 취업 등을 위해 일본에 이주했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에 그 수도 꾸준히 늘어, 현재는 6~7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유학파로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가 많다. 한중일 3국의 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언어 등의 부분에서 현지 적응이 타 이민 사회에 비해 빠르다는 평을 듣는다.

관련 단체도 여럿이다. 치바 지회를 비롯해 일본에서도 연변대학 교우회, 조선족연구학회, 동북아청년의회, 재일 조선족축구협회, 재일 조선족여성회 등과 학생 등의 소규모 집합체 등이 존재한다. 그 외에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SHIMTO도 있다.

이날 자리는 김 전 회장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그는 유학차 95년도에 일본에 건너왔다가 정착했다. 지난 2004년에 창업, 현재 무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재일 조선족 동포가 한중일 3국의 강점만을 취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의 장점으로 한국의 속도와 과감성, 일본의 꾸준함과 세밀함, 중국의 영민함과 저축성 등을 꼽았다.

“조선족만큼 일본어를 빨리 배우는 사람이 없더랍니다. 한중일 모두 한자문화권이니 만큼, 언어 차원에서 빠른 것 같습니다.” 최근 일본기업은 조선족 학생의 채용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언어적인 능력과 고학력의 전문 인력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일본 내 진출의 용이하단 얘기다.

문제는 이들이 일본 현지의 세법과 경제 동향에 밝지 않다는 것. 자리를 함께한 카사이 노부유키 교수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스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계 분야 전문가와 현지의 회사 경영 방법, 조직문화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치바 지회 발족 시부터 최고고문으로 발을 맞춰온 그는 치바 지회가 매달 열고 있는 월내회에서 이런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없고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쌓여서 ‘역사’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카사이 노부유키 교수는 아시아경제문화연구소 이사, 한국·동북아시아 경제전문가, 서울 대 경제연구소 객원 교수, 히데아키 대학교수 등을 역임했다. 그는 전 사무국장의 남편이기도 하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긴밀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일관계가 냉랭해질수록 결국 악영향은 현지에 살고 있는 동포들이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송천 지회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故박용하가 즐겨 찾던 신오쿠보의 한식당에 일본인들이 그를 기리는 꽃을 갖다놓기도 했다”면서 신오쿠보의 매상이 삼분의 일로 줄어든 현 상황과 비교했다.

전정선 사무국장도 “가장 큰 문제는 한국 문화를 공부하려는 현지 여성의 수가 계속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어와 중국어 전문 어학원의 경우,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 김 전 회장 역시 사업 협상 테이블에서도 서먹한 분위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불편한 심리가 사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와 관련한 의견은 다소 거북해하는 눈치였다. “정치는 잘 모릅니다. 다만, 후배들이 일본에 왔을 때,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이들이 밝힌 치바 지회의 목표는 명료해 보였다. 개인보다 지회를 중심으로 1세대인 만큼 기틀 마련에만 전력투구 하겠다는 것이었다.

자리를 파하고 밖에 나오자 제법 빗줄기가 굵어져 있었다. 카사이 노부유키 교수가 돌아서는 기자를 붙잡고 말했다.

“치바지회의 차세대 무역스쿨이 8기째를 맞습니다. 이들은 재일 조선족 동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한국 정부가 그들에게 힘을 실어 주도록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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