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한(韓)중(中)일(日) 남도 역사탐방을 마치고
[전대열時論] 한(韓)중(中)일(日) 남도 역사탐방을 마치고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4.04.0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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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 아니한 나라는 없다. 조그마한 부족국가라 하더라도 나름대로 역사를 살려왔으며 문화를 형성해왔다. 콜럼버스에 의해 신대륙이 세상의 빛을 받기 시작한 이후 원주민이었던 인디언은 잔인한 정복자들의 손에 모든 것을 잃었다.

여러 갈래였던 인디언 부족은 끝없는 투쟁 끝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했지만 역부족을 깨닫고 백인과 타협하여 넓은 벌판을 내주고 특별 배려를 받은 일정 지역에서만 인디언 고유의 문화를 지키며 이제는 관광객의 눈요기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비참한 현실도 있다.

동북아시아의 실정도 비슷한 경로를 겪는다. 수없이 많은 부족들이 독특한 전통을 뽐내며 국가 형성 단계에 이르렀지만 강국의 출현으로 동화와 합성을 거듭하게 된다.

중국처럼 거대한 나라도 진시황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통일을 이뤘다고 하지만 당대로 끝을 맺고 이합집산을 거듭한다. 중화민족의 긍지를 자랑하는 한(漢)민족이지만 그들이 무시하던 변방 오랑캐에 불과한 몽골과 여진족에게 잇달아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을 겪는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동화시키고 하나의 중화민족으로 거듭나게 하는 정치적, 문화적 변천사는 놀랍기만 하다. 수천년 내려온 이 전통이 지금의 중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보면 더욱 놀랍다.

고구려는 만주와 한반도에 발판을 둔 한국민족국가다. 수나라와 당나라를 상대로 조금도 굴치 않는 전쟁을 수행했으며 을지문덕과 연개소문의 영웅적 방어로 수·당의 대군은 궤멸을 면치 못했다. 비록 신라와 당의 연합군에 의해서 나라는 망했지만 우리 민족은 역사상 살수대첩과 안시성 싸움을 민족의 긍지로 여기고 있다.

이처럼 찬연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고구려를 중국에서는 자국의 변방국가로 자리매김하는 이른바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고구려 동화책은 대중화(大中華)를 외치는 중국민족의 고유한 동화정책일 뿐 한 푼의 가치도 없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국거석문화협회(총재 유인학)에서는 해마다 한국 남도(南道) 역사문화를 연구하기 위한 현장 탐방을 계속해 오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참여하여 한국학자들과 함께 공동 관심사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탐방은 4월3일에 시작하여 2박3일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탐방단에는 중국 칭화대 교수 정인갑을 비롯하여, 일본 궁내부 대악장 안배계창, 재단 이사장 대택행웅 등 여럿이 참여했다.

한국에서 100여명의 인사가 자리를 함께했는데, 그중에는 이대순 한일친선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유경현, 이용택, 엄호성, 배성동, 이성근, 고홍길, 김경천 등 헌정회원들이 다수다. 4.19혁명공로자 중에서는 오석보, 김성재, 이영철, 김용화, 김덕일, 윤혜득, 김중석, 하성수, 김선담, 전대열, 강재식, 유인학 등으로 국가와 민족이라면 눈에 쌍불을 켜는 인사들이 많다. 해남 항일독립운동희생자추모사업회 오길록 회장은 현지에서 합류하여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병선으로 왜군 133척을 전멸시켰던 을돌목 대첩 현장을 안내하는 등 정성을 다하였다.

첫 번째 탐방지는 경북 고령 대가야 유적지였다. 고령군에서는 우리 역사에서 사실상 잊히고 있는 대가야국의 실상을 알리고 유적을 증거로 내세워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가야국은 고구려, 백제, 신라만을 거론하는 역사학계의 관행으로 실존했던 나라였으면서도 삼국에 밀려버렸다.

한때 전라도 일부까지 영역에 뒀던 대국이었음이 박물관의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나 금관가야와 소가야 등으로 난립되어 신라와 백제에 의해서 멸망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짐작되었다.

김해박물관에서도 우리는 금관 가야국의 실상을 볼 수 있었다. 더구나 고령과 김해에는 가야의 왕릉이 거대한 산봉우리처럼 즐비하여 왕년의 찬란했던 문화유적으로서의 가치를 보여줬다.

순천에서는 고대 한중일의 문화교류에 대한 학자들의 주제발표를 듣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대순(한일친선협회 부회장), 서곡정 규슈대 명예교수, 정인갑 중국 칭화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서 고대 해상 실크로드와 문화교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펼쳤다.

둘째 날은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장고분을 관람하고 영암 왕인기념관에서 개최하는 춘향대제에 참여했다. 일본에 문화를 알려준 왕인박사는 지금도 일본에서 대은인으로 추앙하고 있지만 극우 정치지도자들의 완강한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한국강탈의 꿈을 지피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주 세미나에는 일본학자 안배계창, 전남대 교수 이도학, 임영진 등이 주제발표자가 되어 일본 천황의 제례, 마한 백제의 문화교류, 호남지방의 고고학적 유물 등을 폭넓게 연구했다. 끝 날 대흥사에서 서산대사가 남긴 유적, 강진 청자박물관에서 청자의 비색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탐방을 주관한 이들의 좋은 배려였음을 엿보게 했다. 뜻 깊은 역사 탐방이 계속 발전하여 100년 전 안중근이 주창한 동양평화의 위대한 꿈이 실현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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