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배 침몰 때 선장이 먼저 탈출하는 나라
[칼럼] 배 침몰 때 선장이 먼저 탈출하는 나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4.04.17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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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 군대 가지 않는 나라'에다 또다른 오명 덧붙나?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진도 배 사고 하루 전날 케이블TV에서 ‘타이타닉’ 영화를 잠시 봤다. '타이타닉 사고가 102년전 오늘 일어났다'는 소개자막과 함께 방영된 영화였다. 

배가 기울고 사람들이 물에 떨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차마 지켜보다 못해 채널을 돌려버렸다. 그런데 다음날 진도 배 사고 소식을 접한 것이다.

이 뉴스를 접하면서 영화 타이타닉을 다시 떠올린 것은 영화 속의 잊히지 않는 장면 때문이었다. 타이타닉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탈출 때 악단이 연주하는 모습이었다. 악단은 배에 소속된 연주자들인 것같았다. 크루즈에서 파티가 벌어질 때 연주를 도맡아 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음악 담당하는 승무원들이라고 할까?

이들은 어린이와 노인들부터 우선 탈출시키는 승무원들을 도와 갑판에서 연주를 계속했다. 선장이나 갑판장이 시킨 것도 아닌 듯했다. 승객들을 위해 스스로 나선 것같았다. 불안한 승객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라는 생각에 이들은 침몰하는 배의 갑판으로 나와 악기를 연주했던 것이다.

승객들은 악단의 연주를 들으며 불안한 가운데 구명보트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구명보트 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이윽고 배가 반토막으로 갈라지고, 지옥같은 장면이 시작됐다.

그후 음악 연주자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들도 구명보트에 오르지는 못했으리라. 구명보트가 부족해 승객들도 못 오르는 판에 이들이 먼저 올랐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배가 침몰하고 승객들을 탈출시키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선장과 승무원들, 나아가 선상에서 일했던 연주자들마저도 승객들의 안전한 탈출을 위해 차분히 도왔다. 이 장면이 내게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남아있다.

이를 새삼 떠올린 것은 진도 배 사고를 전한 우리 언론의 뉴스에서 선장과 승무원들이 맨 먼저 탈출해 구명보트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였다.심지어 선실내에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받은 승객들에게 대피나 탈출지시도 내리지 않은채 혼자 빠져나갔다고 한다. 설마 그랬을까. 하지만, 이를 부정하는 내용이 없는 것을 보면 사실인듯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배가 침몰하는데 선장이라고 해서 탈출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른 승무원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배 안에 있는 승객들을 누가 돕고 대피시켜야 하는가? 배의 구조를 누가 알며, 해난사고 때의 서바이벌 방법에 대해 누가 잘 아는가?

역사 넌픽션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덕일씨는 “조선은 양반이 군대에 가지 않는 나라”라고 질타한 적이 있다. 나라를 지키는 일에 노블리스 오블리제(고귀한 자의 의무)가 없었다는 질타다. 그 후유증인지 대한민국은 인사청문회 때마다 병역기피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돼 왔다.

이제 대한민국은 ‘배가 침몰할 때 선장이 먼저 탈출하는 나라’라는 기록도 세우는게 아닌가  싶다. 직업의 소명의식도 자부심도, 책임감도 없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허탈한 느낌이다. 이번 진도사건을 보면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가 기본부터 흔들리고 있지 않은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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