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44] 한국의 행복지수 단상
[삼강만평(三江漫評)-44] 한국의 행복지수 단상
  • 정인갑<북경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4.05.0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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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필자는 중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책자에 ‘한국의 최(韓國之最)’라는 내용을 써넣은 적이 있다. 아래와 같다.

1. 한국에는 세계에서 유교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 있다. 명실상부한 ‘동방예의지국’이다.
2. 한민족은 혈연관계를 가장 중시하는 민족이다. 한국의 가정은 화목하다.
3. 한국은 냉전체제가 해소되지 못한(남북 대치) 유일한 나라이다.
4. 한국은 대통령 연임을 못하게 하는 법이 가장 엄한 나라이다.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을 연임하지 못하고, 차기 대통령의 선거권이 없으며, 헌법을 연임허가로 수정하면 가능하지만 헌법 개정 때의 대통령만은 연임하지 못한다.
5. 한글자음은 가장 과학적 발상으로 창조된 문자이다. 순음‘ㅁ→ㅂ·ㅍ·ㅃ’은 입술의 모양을, 치음‘ㅅ→ㅈ·ㅊ·ㅆ·ㅉ’은 혀끝을 잇몸에 대는 모양을, 설두음‘ㄴ→ㄷ·ㅌ·ㄸ·ㄹ’은 혀끝을 앞 입천장에 대는 모양을, 설근음‘ㄱ→ㅋ․ㄲ’은 혀뿌리를 뒤 입천장에 대는 모양을, 후음‘ㅇ→ㅎ’은 목구멍 모양을 그린 것이다. 같은 ‘상형’이지만 한글은 발음 형태를 그렸으므로 14개 자음(훈민정음)으로 충분했지만 한자는 사물을 그렸으므로 평생 못 다 배울 정도로 많아도 부족하다.
6. 태권도의 발원지는 한국이고, 태권도의 보급률이나 수준은 한국이 최고이다.
7. 한민족은 세계에서 바둑을 가장 선호하는 민족이다.
8. 한민족은 축구를 선호한 역사가 가장 긴 민족이다. 축구의 전신 구毬, 국鞠까지 거슬러 1천 수백 년 이상으로 소급된다.
9. 한국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첨성대가 보존돼 있다.

이상 ‘한국의 최’ 중 많은 것은 우리 민족의 자랑거리로 쓴 것이다. 이런 자랑을 하며 마음 뿌듯이 살면 행복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한국에는 근래 새로 생긴 행복지수와 관계되는 부정적인 ‘최’ 3가지가 생겼다. 나라 망신, 민적의 불행, 자존심이 꺾이어 매우 충격적이다.

1.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 삶의 질이 가장 낮은 나라이다. 세계 111개 국가의 통계에서 아일랜드가 1위, 스위스가 2위, 노르웨이가 3위, 미국이 13위, 한국이 30위이다.
2.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OECD국가의 평균 자살률은 매 10만 명 당 12.9명이다. 가장 적은 나라 그리스는 3명, 한국은 33.5명이다. 2012년 한국의 자살인구는 16,000명이 넘으며 2014년에는 2만 명에 접근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3. 한국 방정환재단과 연세대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은 OECD국가 중에서 주관적 행복지수가 가장 낮으며 5년 연속 가장 낮다. OECD국가 청소년의 평균 행복지수를 100으로 하면 1위 스페인이 113.6이고 2위 네덜란드가 110.3이며 3위 스위스가 106.95이다. 한국은 꼴찌 65.98이다.

상기 세 가지 외에도 부정적인 최가 한국에 많다는 견해가 있다. 한국이 경제수준이 세계 10위권에 접근하며 1인당 GDP가 2만2천 달러가량 되지만 왜 상기의 ‘최’를 유발했는가?

우선은 국책에 잘못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별적 복지를 소홀히 하고 보편적 복지만 중요시하는 것이 그 중의 한 가지 예이다. 무상급식을 말하면 부자는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낸 혈세를 무모하게 쓴다고 불평하고 빈자는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여전히 어렵다며 불평한다. 양자 다 행복을 느낄 수 없다.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다. 독일의 대학진학률은 43%인데 반해 한국은 80%,나머지 20%도 호주, 중국 등에 유학하므로 진학률이 거의 100%이다. 웬만한 일자리도 초·중·고졸 생은 좋아할지 몰라도 대졸 생은 수치로 생각한다. 초·중·고교생은 대학 가느라 고생(세상에서 가장 고생하는 청소년), 대졸 생은 취업하지 못해 비애, 결국 한국의 청소년은 대부분 불행하다.

더욱 중요한 원인은 국민성에 있다. 한국인은 평균주의를 각별히 선호한다. 잘 사는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배가 아프다. 승벽심이 강하다. 잘 나가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배가 아프다. ‘아무 집 아이가 다니는 모 학원이 좋대.’ 라는 말이 들리면 거금을 탕진하며 자기 자식을 그 학원에 기어코 붙이고야 만다. 매우 정서적인 민족이다. 꽃놀이, 단풍놀이, 산놀이, 물놀이, 술 놀이…놀이가 없으면 못 견딘다. 대형축제가 부지기수이다. 돈을 모을 새가 없다.

자식을 좋은 학원, 대학에 보내느라, 온갖 놀이를 하느라 평생 모은 돈을 탕진하고 노년에는 빈궁에 허덕여야 한다. 심지어 자선단체가 주는 공짜 밥을 얻어먹거나 노숙하는 자가 부지기수이다. 한국은 노인도 불행하다.

국책도 개선하고, 국민성도 고쳐야 한다. 행복지수는 주관욕구와 많이 관계되므로 중국인의 처세술 ‘지족상락(知足常乐: 만족스럽게 생각만 하면 행복하다)’를 배울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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