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준그림편지-10] 한글 자랑, 글씨 자랑
[김봉준그림편지-10] 한글 자랑, 글씨 자랑
  • 김봉준 <오랜미래신화미술관 관장, 작가>
  • 승인 2014.07.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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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관천인제- 초정 글, 김봉준 글씨> 2005년 찻잔 다보로 제작.

신화미술관에 오면 그림과 조각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한글 글씨도 구경할 수 있어요. 오늘은 신화미술관 수장고를 뒤져서 한글 자랑, 글씨 자랑을 하고 싶어요. 이 글씨는 2005실학축전 감독을 할 적에 제가 쓴 글씨입니다. 초정은 조선후기 실학자이지만 서자출신으로 평생 출세도 못한 학자입니다. 초정의 주옥 같은 어록들 중에서도 저는 이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究觀天人際 생태주의라 하면 모두 서양 책들만 우글거리는 요즘 조선에서도 이런 생태주의 철학이 있구나! 하며 좋아했던 글입니다. 이걸 한글로 풀어보았습니다. “자연과 인간 사이를 살펴 인생길을 찾는다.”라고 풀어도 좋습니다. 이 글씨를 써서 다기를 받히는 다보茶褓로 보급한 적이 있습니다.

▲ <산신할망> 2007년작 김봉준 그림글씨.

또 한가지 소개합니다. 이 글그림은 오랜 미래 신화미술관의 얼굴그림입니다. 산신할아버지는 보았어도 산신할머니는 못 보았을 겁니다. 절에 가면 대웅전 뒷곁에 누각이 있는데, 산신각 신령각 등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절에서 가장 작은 집이지요. 이 땅에 들어온 불교는 우수한 불교문화를 갖고 있어서 왕족들은 불교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으나 나라 곳곳에 왕권으로 절을 세우더라도 지역마다 본래 있었던 대지의 신화를 청산할 수는 없었습니다. 본래 있던 산신각을 철거하자니 산신신앙을 믿는 토착민 아낙들을 배척하게 되니 신도도 잃어버리겠기에 이 토속신앙을 불교로 흡수한 것입니다. 일종의 흡수통일이지만 그 규모와 대접으로 보아서 토속신앙을 푸대접한 것입니다. 특히 여신신화와 신상은 사라집니다. 저는 이 대지의 여신인 여산신을 찾으려고 삼천리 방방골골을 인터넷으로 뒤졌으나 겨우 계룡산 계룡사에서 호랑이 곁에 앉은 여신 소조상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여산신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한글붓그림’을 내 놓았습니다.

“아, 저 위대한 대지를 어찌 필설로 다 표현하리 어머니의 인자하심과 호랑이의 무자비함에 비유할 뿐”이라고요. 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비유가 아니고 은유입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진리를 은유적으로 들어내는 것이 상징입니다. 호랑이와 여신은 한반도 대지의 상징으로 아주 오랜 우리문화의 아이콘이 맞습니다.

▲ <신화미술관 작품 설명 한글서예들> 2008년작 김봉준 서예.

그 밖에도 저의 한글 글씨 자랑은 할 것이 많지만 지면관계로 자재하겠습니다. 다만, 우리 한글은 사용에 따라선 참으로 아름다울 수 있는 글씨입니다. 특히 붓으로 한글을 써보세요. 세종시대 우리 글씨모양을 처음 개발 할 적에도 우리 붓으로 만들었으니 우리도 우리 붓의 장점을 알고 사용하면 아름다운 한글 개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書畵同類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래 서체와 화체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동북아 고대 인류족의 암각화와 홍산 옥기물 의 글그림과, 1899년에야 발견된 갑골문이 다 어미가 같은 글그림입니다. 여기서 후대에 서체와 화체(준법), 문늬로 분화하면서도 조우합니다. 이 것을 통틀어 문채文彩라고 부릅니다. 시서화일체詩書畵一體 정신은 동아시아 문채文彩에서 나옵니다.

한글 글꼴은 갑자기 세종대왕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닙니다. 동북아시아의 고대 동이족 문화권에서 글그림자로 전해오던 문채들이 밑 받힘이 되어서 훈민정음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알타이 퉁구스 암각화, 홍산 흑피옥 글그림자, 동이족 갑골문자, 고조선 상형문, 가림토문자 등이 문체의 역사로 계승되었기에 오늘날 이토록 아름다운 한글 글씨체를 갖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한글 글씨 디자인은 고대 동북아의 글그림 문체로부터 서체미학적 연원을 연구하여야 더욱 깊고 융숭한 한글 디자인문화가 생성될 겁니다. 한류에서 한글디자인이 차지할 비중은 앞으로 매우 크기 때문에도 한글디자인 연구 방향을 잘 잡아야 할 것입니다.

한글 글그림은 서양에서 만화, 중국식 시서화 못지 않게 시와 글씨와 그림을 잘 어울리게 합니다. 저는 이를 ‘한글 붓그림’이라 부른답니다.

▲ <김봉준 한글 글씨 나눔의 예들> 고려인15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 나눔 켈리그라피, 동북아평화연대 글씨 나눔 행사, 2014 원코리아 페스티벌 글씨 나눔 행사.

‘월드 코리안 뉴스’가 7월15일에 재미있는 행사를 하는 군요. ‘한류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K-컬쳐 서포터즈의 디너쇼’에 저도 초청됐습니다. 그림 10여점 전시를 해 달라는 부탁입니다. 그림은 화랑에서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려고 합니다. 저는 예술이 생활 속에서 쓰이고 굴러다니기를 바래오며 예술을 실천해 왔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미술은 갤러리는 물론 식당 강연장 콘서트장 집회장 등 어디서도 가능합니다. 이왕 나가는 거 ‘한글 붓글씨 나눔’ 이벤트도 하겠다고 자청 했습니다. 먹 붓 한지도 들고 가렵니다. 저의 한글 붓글씨를 원하는 분들에게 문화나눔을 하렵니다.

‘한류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코리안 컬쳐’에 한글의 멋이 빠질 수 없지요. 한글 글씨로도 훌륭한 켈리그라피가 될 수 있음도 보여드리렵니다. 이날 저를 만나면 실용적인 한글디자인 기회를 잡으십니다. 월드 코리안 독자님들 이날 뵙겠습니다.

▲ <유라시아 철도장정 행사배너> 2011년작 김봉준 그림과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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