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68] 한국의 차문화
[아! 대한민국-68] 한국의 차문화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4.07.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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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적어도 동양의 차 문화는 아무래도 불교와 깊은 관련이 있다. 불가에서는 일찍부터 부처님께 공양(供養)으로 차를 올렸다. 공양이란, 부처님에 대한 ‘존경과 숭배’를 나타낸다. 불교의 계문(戒文)에는 공양을 ‘봉사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고, 「화엄경」에서는 그 의미를 더 확대해 “모든 것을 바치고 회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차가 언제 어떻게 전래되었을까? 「삼국유사」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두 태자(정신태자 보질도 寶叱徒와 그의 아우 효명태자)는 나란히 예배하고 늘 이른 아침, 우통수(于洞水)를 길어다 차를 달여 (오대산) 일만진신 문수보살께 차를 공양하였다”(권3, 명주 오대산 보질도 태자 전기)

우통수는 강원도 태백의 검룡소와 함께 한강의 발원지로 일컫는 그 우통수(于洞水)의 물로 보이는데, 이는 차를 달이는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차를 공양물로 사용한 두 사람, 즉 보질도와 효명태자는 7세기말 8세기초의 인물로, 이때 이미 불가에서 차 문화가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보다 더 구체적인 기록 역시 「삼국유사」에 보인다. “경덕왕 24년(764년) 3월 3일, 왕이 귀정문(歸正門) 누각에 납시어 좌우에게 이르기를 ‘누가 위엄있는 스님을 모셔올 수 있겠느냐’했다. … 한 승려가 납의를 입고 앵통(櫻筒, 다구를 담는 통)을 지고 남쪽에서 왔다. 왕이 ‘그대는 누구인가’라고 하자 승려는 ‘충담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저는 늘 삼월 삼일과 구월 구일에 차를 달여 남산 삼화령의 미륵세존께 공양하는데, 지금 차를 올리고 돌아오는 길입니다’라고 말했다. 왕이 ‘나에게도 차를 한 잔 줄 수 있는가’라고 하니, 승려가 곧 차를 달여 올렸다. 차의 향과 맛이 특이했고, 찻잔에는 기이한 향기가 진동했다”

충담이 다구가 든 앵통을 지고 납의를 입었다는 것으로 보아 그는 선종(禪宗)의 수행승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당으로 들어가 새로운 수행법을 익혔던 사람은 대개가 선종이었다. 대개는 마조(馬租 709~788)의 문하에서 수행했다. 마조계의 선사상(禪思想)은 화엄과 상통하면서도 관념적인 교학(敎學)과 허식을 부정하는 쪽이었다. 선종 수행승은 차를 부처님께 올리는 일을 수행의 일과로 보고, 빠뜨리지 않았다.

당시 차는 귀한 것이었다. 당에서 완품을 수행승들이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신라에서의 차 생산은 9세기께 이루어진다. 흥덕왕 3년, 대렴(大廉)이 당에서 차를 가져와 지리산에 심으면서 한국적 차 문화가 성행하였다. 고려시대에는 음다(飮茶)의 풍(風)이 널리 확산되었고, 연등회, 팔관회 등 국가의 주요 행사에도 진다의식(進茶儀式)이 행해졌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전통이 불교와 함께 쇠퇴하더니, 후기에 와서 초의(草衣) 등 다승(茶僧)과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이 그 명맥을 이어 동다송(東茶頌), 걸명소(乞茗疏) 등의 작품을 남겼다. 추사가 초의에게 이런 시를 써 보냈다.

정좌처다반향초(靜坐處茶半香初) 고요히 앉은 자리엔 차가 절반 줄어도 향기는 여전하고
묘용시수류화개(妙用時水流花開) 신묘한 작용이 일 땐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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