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준그림편지-11] 자연이 들어온 정원
[김봉준그림편지-11] 자연이 들어온 정원
  • 김봉준<화가, 신화미술관장>
  • 승인 2014.07.23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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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하는 어머니> 새가 앉은 흙조각, 건조 중 2014년작 김봉준
새가 날아 왔습니다. 새가 날아와 내가 만든 조각 ‘기도하는 어머니’ 머리 위에 앉았습니다. 페이스 북에 이 사진을 올렸더니 행운이 찾아 올 것 같다고 댓글들을 달아 주었습니다. 오랜 옛 신화로 보아도 새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천신의 메신저를 상징하기에 길조로 보고 싶습니다.

나의 조각실은 숲 속에 자리하기에 자연에 들어간 집입니다. 그래서 숲에 사는 짐승들이 잘 들락날락합니다. 창틈이나 벽틈도 많아서 작은 새들은 충분히 무슨 소굴 정도로 알고 가끔 들어온답니다. 그런데 하필 기도하는 어머니 상의 머리 위에 앉으니 그냥 보기에도 아름답습니다. 자연이 들어와 앉은 조형물이네요.

여기 산골로 와서 만드는 조각마다 이 곳 자연을 닮고 있습니다. 요즘 만드는 조각들은 가마에서 구워 나오면 바로 풀밭에 놓고 사진을 찍어 놓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곳 자연과 어울리는 조각들을 만들었다는 보람에 즐겁습니다. 혼자 좋아서 신이 나고 혼자서도 흡족해 하는 이 조각가는 그래서 고독하지 않습니다. 나의 조각은 자연에 들어가 조각정원이 되어 즐겁습니다.

정원은 인류가 정착하며 농경생활을 시작하던 신석기시대부터 있어 온 인류문화 유산입니다. 정주하는 집과 함께 마당을 가꾸었으니 마당의 꽃밭, 이곳을 사랑스러운 공간으로 가꾸었지요. 주변에서 꽃나무와 과실수도 가져다가 심고 풀꽃도 심고 기이하고 탐스러운 돌도 배치해 놓고 연못도 가꾸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인류의 정원은 그 곳의 자연을 닮았습니다. “그가 먹는 것이 그 사람이다”는 인도 속담이 있듯이 그 종족이 만든 정원이 그들의 얼굴입니다. 그 종족의 세계관과 미의식이 그대로 투영되는 종족의 캔버스 같습니다. 해외여행을 다니거든 그곳의 토종 정원을 관람하면 좋습니다. 정원은 그 종족이 자연을 해석해 온 문화입니다.

한민족에게도 정원의 문화가 내려옵니다. 일본과 다르고 중국과도 다른 정원의 개성을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정원은 ‘자연이 들어온 정원’입니다. 자연이 들어와서 우리 가족과 씨족들과 노닐게 조성했습니다. 거기 사는 곳의 본래 자연을 삶의 터로 가꾸어 왔습니다.

그곳에서 채취한 돌과 그곳의 나무들과 화초들이 들어옵니다. 이들의 융합은 인간의 미적 태도 여하에 따라 다르겠지요. 우리민족의 정원은 자연으로 들어가고 자연이 정원으로 들어옵니다. 싱그러운 숨이 내 코와 가슴으로 들어 올 때처럼 자연은 나에게로 열려 있어 들락날락합니다. 문도 없고 담도 없는 열린 정원입니다. 인공을 최소화 하여 가공미를 절재하고 자연의 변화와 생리를 섬기는 미의식이 강합니다.

저는 이곳 자연에 2십여 년을 살면서 집짓기와 마당 조성하기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급적이면 경비를 안 들이고 주변에 있는 돌과 나무와 꽃들, 그리고 나의 조각으로 꾸며 왔습니다. 이 한반도 땅은 유럽에 비해 잡목과 잡풀이 많아 번잡해 보입니다만 그것은 이곳의 토양과 기후가 달라서입니다.

강우량이 많고 사계절이 뚜렷하고 토질이 노년기의 땅으로 퇴적토가 많아 수종도 아주 많습니다. 수종의 총량이 아마도 유럽의 1.5~2배는 될 것입니다. 깔끔한 도시인들이 보기에는 번잡하고 지저분해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여기는 같은 온대지역이라 해도 다양한 야생종이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야생이 살아 숨 쉬는 정원을 보러 오실래요. 우리 마을 한 가운데는 숲을 그대로 보존하며 가꾼 ‘마을정원’이 내려옵니다. 우리는 이것을 당숲이라 불러 왔습니다. 신성한 숲이란 뜻입니다. 단군신화의 신단수, 부여의 소도, 신라의 계림 등이 다 이런 신성한 숲을 말하지요. 여기서 나라의 시조가 탄생하고 제사로 조상제를 하였습니다. 조상의 육신화이고 자연의 우주목이 당숲입니다. 당숲은우리 겨레가 숲에 이름을 붙인 문화입니다. 당숲은 정원의 원조입니다. 이점은 다른 글에서 더욱 자세히 설명 하겠습니다.

우리마을 당숲도 근대주의 개발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도로포장으로 많이 훼손되었지만 그래도 300년 나이의 나무들이 아직도 즐비합니다. 제가 만든 신화미술관의 정원도구경해 보세요. 가꾸기를 게을리 한 거친 정원이지만 이곳 산천을 닮았답니다. 자연에 들어간 조각이 오시는 님을 더욱 반길 겁니다.

▲ <정원이 된 조각들> 도자조각들 2014년작 김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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