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중국에서 파리, 호랑이, 여우는 살길이 없다
[전대열時論] 중국에서 파리, 호랑이, 여우는 살길이 없다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4.12.0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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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땅덩이가 큰 나라로 유명하지만 거기에 덧붙여 인구가 많아서 더 유명하다. 땅이 넓은 나라는 중국 외에도 여러 나라가 있다. 미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호주, 인도, 브라질 등 중국 못지않게 많은 면적을 가졌거나 오히려 중국보다도 더 큰 나라가 몇 된다. 그러나 땅덩이는 비슷하지만 인구수에 들어가면 게임도 안 된다.

그 중에서도 인도만이 독보적으로 중국을 따라 붙일 기세다. 20~30년 전만해도 중국의 절반도 못됐는데 20년 후에는 중국보다 더 많은 인구를 가지리라는 예측이 유엔에서 나왔다. 중국은 과다인구를 억제하기 위해서 한 가정 한 아이 갖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온 반면 인도는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내버려둔 데서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뼈 속까지 사무친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여아를 낳았을 때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남아출생을 기다리는 가정이 많다보니 인구센서스에 잡히지 않은 무적(無籍)어린이들의 숫자가 엄청나다는 잠정적인 통계도 있어 중국의 실제인구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는 얘기는 헛소리가 아닌 듯하다.

인구의 다과(多寡)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가 경제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해서 산아제한정책을 써왔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딸 하나가 두 아들 부럽잖다”로 변하며 하나 낳기 운동이 벌어진 것이 엊그제다.

그러다가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국가로 전락했다. 인구수는 늘었지만 고령인구의 비율이 14%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가 되었다고 야단법석이다. 노동력이 뒤떨어지는 고령자는 늘어나고 생산 활동이 활발해야할 청년층이 대폭 줄어들다보니 노인 먹여 살리기 위해서 뼈 빠지게 일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불평이 크다는 여론조사도 나온다.

노인들은 젊어서 어린 자식 먹이고 가르치느라고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부양을 받아야할 입장이 되어 구박을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온갖 복지정책을 있는 대로 꺼내놓고 모든 국민이 나이에 상관없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기초연금도 그 중의 하나다. 다만 진보정당과 일부 이념단체의 무분별한 무상보육, 무상급식 복지정책은 두 살짜리 유아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공짜선심을 시행해야하는 ‘보편적 복지’로 빈부차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 한정된 국가재원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필자는 단초부터 ‘선택적 복지’를 주장해 왔으며 많은 국민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우리는 세월호 침몰이라는 미증유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따라 붙은 게 부정부패의 현상이었다. 부패의 고리는 얽히고설켜 알렉산더대왕의 단칼치기가 아니고서는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억센 쇠줄로 연결되었다.

그것은 대통령이 지적한 바와 같이 너무나 오래된 적폐(積弊)가 되었다. 공무원들이 퇴직 후에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선후배 또는 전직예우 등으로 일명 관피아의 특혜를 누린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를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역대정권이 이를 척결하겠다는 뚜렷한 사명감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마침내 공룡처럼 커지고 만 것이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부정부패 고리의 한 축을 이루며 세월호 구조에 사력을 다하지 못한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여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한다. 해경은 바다를 지키는 상징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결정적인 때’ 해피아의 결정타가 되었으니 자업자득이다. 그러나 중국어선 등을 가로막는 첨병으로서 새로운 부처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용기를 가지라고 격려하고 싶다.

때마침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반부패투쟁의 선두에 나섰다. 그는 단호하게 일을 처리한다. 큰 벼슬을 하고 있는 사람을 비롯하여 하위직에 이르기까지 인정사정 돌보지 않고 고단위 처벌방식을 택했다. 과거의 인연을 말하는 ‘관계’를 처세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중국의 특성상 한번 맺었던 인연을 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시진핑에게 도움을 줬던 고위인사들은 동지로서의 유대가 누구보다도 돈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급 이상 고위인사 54명이 처벌받았다. 소위 ‘호랑이급’ 척결이다. 진짜 호랑이 쉰 네 마리를 잡아도 어마어마한 일이거늘 하물며 54명의 고위인사는 중국의 실세들로서 그 영향력은 천지를 들썩하게 할 만큼 강력하다.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던 거물급을 차례로 해치우는 시진핑의 무술은 가히 도술(道術)급이다. 중국을 부패에서 건져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소신이 있어 가능했다. 부패분자는 호랑이들만의 세계가 아니다. 하위공직자들도 공권력을 내세워 뇌물을 받아 챙겼다. 이들을 가리켜 ‘파리급’으로 부른다.

뇌물 먹은 파리만 18만 명이 잡혔다. 그렇다고 해서 관료들이 깨끗해졌을까. 붙잡히지 않은 파리와 호랑이들이 아직도 득실거린다. 해외로 도피한 부패사범이 1만8천 명이다. 가지고 나간 돈이 8000억위안(약144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에게는 꾀 많은 ‘여우급’이라는 호칭이 따른다. 넓은 대륙에서 사냥감이 된 파리, 호랑이, 여우들의 신세는 공공의 적이지만 한국의 부패사범 척결은 언제 이처럼 야무진 모습을 보일까. 이념갈등, 국론분열을 접고 여야공동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국민 앞에 선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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