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 평생을 살면서 처음 김치를 담가 보네요."
지난 5일 충남 서천군복지관에서 진행된 '김치 담그기 행사'에 참여한 주상호(71)씨는 "왜 대한민국 김치가 세계 최고라고 인정받는지 알게 됐다."라며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이 행사는 건양대 평생교육대학(원장 지진호 교수)이 마련한 것으로, 서천에 정착한 사할린 동포 2세 50여명이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인 김치를 담그며 모국의 음식문화를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는 어릴 때 어머니가 김치 담그는 모습을 본 기억을 되살려 무채도 곧잘 썰고 양념도 잘 버무렸지만, 대부분은 처음 김치를 담가보는 것으로 이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들은 서로에게 김치를 입에 넣어 주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창조(65)씨는 "러시아에서도 김치를 담가 먹었는데, 재료가 부족해서 별로 맛이 없었다."라며 "여기서는 재료도 많고, 담그는 방식도 달라 정말 맛있는 김치를 담글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담근 김치를 각각 한 포기씩 가져가고, 50포기는 복지관에 기증했다.
건양대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인의 정서이해를 통해 고국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마련됐다."라며 "김치 담그기도 한국역사문화 바로 알기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천군에는 사할린 동포 100여명이 정착해 정부로부터 주택과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다."라며 "이 가운데 54명이 한국어교실 및 한국역사문화 바로 알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미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