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59] 한-중 음식문화의 차이
[삼강만평(三江漫評)-59] 한-중 음식문화의 차이
  • 정인갑<북경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4.12.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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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두 나라는 서로 인접한 나라이며 같은 유교문화권, 비슷한 역사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음식문화의 차이가 엄청 크다. 아래에 요약하여 말해보련다.

1. 중국 요리는 기름이 번지르르한 ‘차우차이’(炒菜: ‘볶음요리’)가 많은데 한국요리에는 ‘차우차이’가 없다. 한국의 ‘볶음요리’는 내용물을 솥에 넣고 한참(5~10분 정도, 이를테면 잡채볶음) 지지지만 중국의 차우차이는 30초 좌우에 완성시켜야 한다. 그래야 맛있다.

볶을 때 솥 안에 불이 붙는 수도 있고, 심지어 내용물을 튀김 튀기듯이 설설 끓는 기름 솥 속에 넣어 익힌 후 꺼내어 다시 양념을 쳐서 살짝 볶아낸다. 한국식 ‘볶음요리’를 중국요리에서는 ‘졘차이(煎菜: 지진요리)’라고 부르며 중국요리에 지진요리는 거의 없다.

필자가 사립학교를 운영하며 방학 때마다 사생 및 학부모를 인솔하여 한국의 자매학교를 방문하고 관광까지 하곤 했었다. 한족들은 중국에 돌아온 후 ‘한국에서 배고파 겨우 참았다’라는 말을 잘한다. 조선족들은 그런 말 하는 자가 없는데 말이다. 한족들은 기름이 번지르르한 음식을 먹지 않으면 배불리 먹어도 속이 궁하여 배고픈 감이다.

2. 한국요리에서는 국(찌개)이 중요하다. 끼마다 국이 있어야 하며 국의 질에 신경을 쓴다. 그러나 중국요리에서 국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며 국의 맛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좀 과장해 말하면 중국요리의 국은 음식을 볶은 솥을 가신 물에 아무 내용물이나 대충 넣어 끓인 정도로 어수선하다. 중국요리도 좋은 국이 가끔 있다. 이를테면 상어지느러미국(魚翅湯)은 한 접시에 10만 원정도 하며 중국인들은 이를 국으로 치지 않는다.

국은 1인당 한 그릇씩 차려지는 것이 아니라 큰 그릇을 상 가운데 놓고 같이 먹는다.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 등장하며 입을 추기듯이 두어 번 떠먹다가 밥을 다 먹은 후 양치물처럼 몇 모금 마시고 만다.

한국인은 국에다 밑반찬만으로 밥 먹어도 괜찮지만 중국인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중국인과 간단히 끼니를 에울 때 종종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다른 사람은 밥을 한참 먹었는데 중국인은 먹지 않고 있어서 왜 안 먹느냐 물으면 반찬이 나오기를 기다린다고 대답한다.

3. 중국요리의 이름은 상징법, 비유법, 과장법, 미화법 등으로 짓는 수가 있다: ‘위안양훠궈-원앙화과’(鴛鴦火鍋: 사천요리의 일종, 신선로 중간을 S자형으로 막고 한쪽은 매운 탕, 한쪽은 맵지 않은 탕), ‘펑자우-봉조’(鳳爪: 닭의 발), ‘쉐산퉈장-설산타장’(雪山駝掌: 삶은 낙타 발에 껄쭉한 우유를 덮은 것), ‘마이파쑤-마의파수’(馬蟻爬樹: 여러 가지 내용물을 탑처럼 쌓아올려 담은 것), 띠산시엔-지삼선(地三仙: 감자, 가지, 고추 3가지 야채를 섞어서 볶은 것)…. 그러므로 요리를 시킬 때 무엇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4. 중국인은 손님을 대접할 때 요리를 짝수로 시키며 가지 수를 따진다. 푸대접해도 괜찮다고 여겨지는 손님도 낯이 설면 최소 4가지는 시켜야 한다. 그리 섭섭지 않게 대접하려면 8가지는 시켜야 한다. 대접을 좀 융성하게 하려면 12~16가지를 시켜야 한다. 냉채와 국은 가지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단 불알친구와 식사할 때는 이런 구애를 받지 않는다. 중국인이 식사대접을 할 때 동료 여럿을 대리고 나오는 원인은 바로 너무 많이 남을 우려 때문이다.

필자가 목격한 일이다. 어느 한국인이 중국인 식사 대접을 할 때 3가지 요리를 시킨 적이 있었다. 그 중국인은 다른 상에서 먹다 남은 요리 한 접시를 가져다 들러리로 놓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홀수 요리로 먹으면 재수가 없다고 투덜대는 것이었다.

요리는 수준이 낮은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높은 것에로 점점 올라가며 등장한다. 보통 좋은 음식일수록 후에 등장한다. 한국인들은 중국인과 식사할 때 이런 영문을 무르고, 또한 성격이 급하므로 처음 차려놓은 냉채부터 신나게 먹으며 나중에 등장하는 좋은 요리 서너 가지는 배가 물러 못 먹는 수가 많다.

5. 손님 대접에 소주를 마실 경우 어떤 술을 마시는가에 신경을 꾀나 쓴다. 냄새의 면에서 농향형(濃香型)이냐 강향형(降香型)이냐, 가격의 면에서 500그람에 1만원·5만원·10만원·15만 원짜리 중 어느 급이냐, 알코올 농도의 면에서 50도 이상이냐 38도 정도냐 등으로 구분된다. 한국은 꾀나 고급스러운 식사에 참이슬을 마셔도 괜찮은데 말이다.

술은 자작해도 괜찮고 첨잔하며 너무 권하지 않는다. 외손으로 술을 부으며 식당종업원이 부을 때는 보통 다른 한 손을 엉덩이에 대고 붓는다. 앉은 순서대로 부으므로 먼저 10대 청년에게, 나중에 80대 노인에게 붓는 수도 있다. 10대 청년이 80대 노인의 턱밑에 다가가 ‘건배!’하며 잔을 부딪쳐도 흠이 아니다. 한국의 음식 습관은 상기 여러 가지와 정 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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