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의 신라인사회는 포용력과 활력 넘쳤다
당나라의 신라인사회는 포용력과 활력 넘쳤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5.01.04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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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님 엔닌의 구법여행 적극 도와...'입당구법순례행기'의 기록으로 남아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연초 충북 단양에 있는 소백산 구인사를 찾았다가 일본 교토 인근에 있는 히에이잔 엔랴쿠지(延曆寺)를 찾았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구인사는 한국 불교 천태종의 본산이며, 히에이잔 엔략쿠지는 일본 천태종의 본산이다.

엔략쿠지는 AD. 788년에 창건된 유서깊은 사찰이다. 벗꽃이 만발한 엔랴쿠지의 넓은 경내를 거닐다 우연히 만난 것이 장보고 비(碑)였다. 이 절의 제3대 주지였던 엔닌(圓仁)스님이 장보고의 도움으로 당나라유학을 마쳤다는 내용이 담긴 비석이었다. 비석은 일본 최대의 내륙호수인 비와호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엔닌스님은 AD838년 큐슈의 하카다항을 출발해서 847년 일본으로 돌아온다. 그 9년간의 여정을 기록한 것이 ‘입당구법순례행기’다. 주목할 것은 엔닌스님이 당나라에서 지내고, 일본으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신라인사회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는 내용을 책에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판 위키피디아는 엔닌의 행적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엔닌은 AD838년 6월13일 하카다항을 출발했다. ‘입당구법순례행기’는 이날부터 기록되기 시작한다.

엔닌은 8일만에 중국 강소성 양주에 도착했으나, 조수에 떠밀려 그가 탄 배는 전파했고, 엔닌도 물에 흠뻑 젖은 채 상륙했다. 하지만 어려움은 또 남아 있었다. 엔닌이 여러 차례 체류허가를 청원했으나 당나라가 허가해주지 않은 것이다.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엔닌은 검문에 걸렸을 때 “나는 신라인이다”라고 주장해 빠져 나오기도 했다.

당시 중국 연해에는 장보고를 비롯한 많은 신라인 해상들이 활약하고 있었다. 엔닌은 결국 산동반도의 신라인 항구인 적산포에서 신라인 사회의 도움으로 통행허가증을 받는데 성공한다. 체류허가는 받지 못했지만, 통행허가는 받았다는 것이다.

엔닌은 장보고가 설립한 적산법화원에서 신라승 성림으로부터 오대산을 소개받아, 840년 2월에 1270km에 이르는 구법여행을 떠난다. 엔닌은 오대산을 찾은 두번째 일본 스님으로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

이어 그는 당나라 수도인 장안을 찾아갔으나 당시 장안은 치안이 불안했다. 엔닌은 거기서도 신라인들의 도움을 크게 받은 후 107일을 걸어서 다시 산동의 적산 신라인거리로 돌아왔다. 장안에서 열린 그의 송별연에는 신라인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어떤 신라인은 많은 비단을 전별금으로 주기도 했다고 엔닌은 적었다.

엔닌의 소식을 듣고 일본에서 엔닌의 제자가 적산포로 찾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귀국을 돕기 위해 장보고의 부하장수인 장영이 귀국선을 건조하지만, 당 조정에 밀고 당해 엔닌은 결국 그 배를 탈 수 없게 된다.

할 수 없이 그는 신라상인 김진의 작은 무역선을 타고 귀국한다. 적산포에서 한반도 서해 연안을 거쳐 90일간 항해해서야 그는 일본의 하카다항에 상륙했다. 엔닌은 신라선박이 작지만 빠르고 견고한 것에 놀랐다고 적었다.이런 과정을 기록한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는 일본인 최초의 본격적인 여행기로 평가되고 있다.

엔닌이 당나라를 찾은 당시만 해도 신라인들은 중국 연안 곳곳에 신라인 사회를 만들 정도로 활발한 해상무역활동을 하고 있었다. 엔닌이 일본인 사회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혀 쓰지 않은데다, 심지어 자신의 체류허가까지도 받지 못한 것을 보면, 당시 당나라에서 일본의 위상은 그리 높지 못했던 것같다.

나아가 신라인 사회는 일본에서 온 구법승을 돕는데 발벗고 나섰다.대가를 바라고 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 결과가 ‘입당구법순례행기’라는 귀중한 기록으로 남았고, 외국인의 눈으로 본 당시 신라인들의 포용력과 활약상을 오늘까지 웅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해외의 우리 한인사회는 어떠한가? 당나라때의 신라인 커뮤니티처럼 마이너리티 사회를 돕는데 앞장서고 있는가?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떠올려본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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