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세계인의 신문이 된 샤를리 에보드
[전대열時論] 세계인의 신문이 된 샤를리 에보드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5.01.1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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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대혁명을 통하여 자유와 평화 그리고 박애정신을 전 세계에 널리 퍼지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한 나라다. 어느 나라보다도 자유를 사랑하는 문화의 본고장이라는 자부심까지 간직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히틀러 군대의 침입으로 나라를 빼앗기고 꼭두각시 정권 밑에서 신음해야 했지만 레지스탕스 운동으로 끝내 자유를 되찾는데 성공했다.

드골장군은 자유프랑스를 내걸고 런던에서 망명정부를 이끌었으며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독일을 패퇴시킨 후 조국에 돌아와 독일에 협력한 빼땡정부는 징치했지만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물러나와 그들의 이민을 기꺼이 받아드리는 톨레랑스 정책을 시행한다.

‘관용’으로 상징되는 톨레랑스는 이후 프랑스의 기본정책으로 승화했으며 유럽을 비롯해서 전 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개방정책의 주인국(主人國)이 되었다. 프랑스는 흑백을 구분하지 않는 가장 선구자다. 아프리카 사람뿐만 아니라 유대인도 가장 많이 삶의 틀을 잡고 산다. 한 때 세계 최강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프랑스 축구선수의 70~80%가 흑인들이라는 사실은 이를 웅변으로 증명한다.

이처럼 자유롭고 평화스러웠던 프랑스에 난데없이 총성이 울려 퍼지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주 계획적인 테러가 자행된 것이다. 그것도 정부를 상대한 것이 아니고 일개 신문사를 대상으로 삼았다. 파리 한 복판에 자리한 주간지 ‘샤를리 에보드’ 편집국에 자동소총과 로켓포탄으로 무장한 괴한 두 사람이 침입하여 12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이다.

그들과 한 패거리인 또 한 사람의 테러범은 경찰관을 쏴죽이고 인질을 잡고 대치하다가 경찰에 사살되었다. 신문사를 쑥대밭으로 만든 형제 테러범도 결국 인질로 방패를 삼다가 사살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애꿎은 인질 네 사람이 희생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들 테러범들은 모두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주간신문이 만평을 통하여 이슬람의 성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발표되었다.

세계 4대종교 중의 하나인 이슬람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코란의 가르침을 곧이곧대로 인간 사회에 전입시켜 가장 호전적인 종교로 알려져 있다. 중동전쟁의 핵도 그들과 관련 있지만 지금 만연하고 있는 테러리즘은 ‘알카에다 조직’과 ‘이슬람국가 조직’이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 간에는 서로 노는 물이 달라 분열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종교 파벌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그들의 생리는 결국 테러라는 공통분모에 합의하고 무함마드를 내세워 신성불가침의 일시적 단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종교를 내세워 프랑스를 강타하는 테러를 자행했지만 테러범들이 쏴 죽인 경찰관은 무슬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결국 그들 자신이 말하는 ‘형제’를 죽이고 만 것이다. 프랑스의 이슬람 급진주의 전문가인 올리비에 로이는 “이번 테러는 대중의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해 최대의 충격효과를 노린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이슬람 극단주의가 새로운 차원으로 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자행될 더 많은 테러, 더 극심한 폭력이 난무할 수 잇다는 경고로 보여 섬뜩하다. 프랑스가 자랑해온 톨레랑스라는 관용정책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프랑스와 아랍세계와의 갈등으로 인하여 자칫 큰 균열에 빠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아무리 관용적인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가 이를 역이용하여 서방국가들의 분열에 기름을 붓고, 자신들의 세력 확장에 골몰한다면 오랜 세월 유지해왔던 평화는 순식간에 깨지고 만다. 테러분자들이 자칫 오판하여 프랑스와 서방국가의 단결을 재촉하고 이슬람에 대한 초강경 입장으로 돌아설 날이 의외로 빨리 닥칠지 모른다.

그러한 조짐은 테러가 있은 지 며칠도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프랑스의 선량한 시민들이 일어섰다. 그들은 일제히 “내가 샤를리다.”라는 표지판을 들고 테러를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 무려 70만 명이 이에 동참했다. 며칠 뒤에는 100만의 인파가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그들이 모두 스스로 샤를리라고 나선 것은 “나를 테러해 봐라”는 강인한 의지의 표현이다. 예전에 상영되었던 로마의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가 생각난다. 스파르타쿠스는 노예들을 모아 군대를 조직하고 로마로 진격한다.

로마군대와 대회전을 벌이다가 포로로 잡힌다. 로마 장군 크라수스는 포로 중에서 스파르타쿠스를 찾아내려고 한다. 포로들은 각자 일어나 자기가 스파르타쿠스라고 주장한다. 스파르타쿠스로 지목되면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아는 이들이 스스로 나선 일이다.

파리 시민들이 모두 내가 샤를리다라고 외치는 소리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신문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 지 깨닫게 하는 정의의 목소리다. 총으로 정신을 죽일 수 없다고 말하는 철학과 지성을 갖춘 파리 시민들의 궐기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톨레랑스의 기본정신을 그대로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유럽 정상들이 100여 명 파리에 모여 테러 방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에 대해서 경고하기로 한 것도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다. 이집트와 이란 등 이슬람 종주국들도 이번 테러를 규탄하고 있어 급진주의자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러를 당한 샤를리는 평소 6만부에서 100만부로 증간한다고 하니 언론에 대한 테러는 오히려 국가와 국민을 각성시키는 역할까지 하게 된 셈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폭력을 통하여 언론에게 재갈을 물리려고 시도하는 어떠한 책동도 성공할 수 없음을 만천하에 똑똑히 알려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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