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80] 폐백(幣帛)
[아! 대한민국-80] 폐백(幣帛)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5.01.2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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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한국인의 결혼식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전통적인 혼례요 다른 하나는 식장에서 하는 일반적인 현대 결혼식이다. 이제 전통혼례는 거의 사라져가는 추세에 있고, 현대식 결혼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혼례의 예절이 현대식 결혼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폐백이다. 그렇다면 폐백은 무엇이며 어떻게 유래되어 내려온 전통일까.

한국인 혼례식은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고구려전에 의하면, 혼담이 이루어지면 신랑이 저녁에 신부 집에 가서 신부와 동침하는 것을 장인에게 허락을 구한다. 장인이 허락하면 신부 집 뒤에 지어놓은 서옥(婿屋)에서 합방하게 된다. 신랑은 이 집에서 몇 년을 살면서 처가의 일을 해준다. 아이들도 하나 둘 생기고 나서, 처가의 양해 아래 남자는 처자식을 데리고 자기집으로 돌아간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당시 여인들의 노동력이 매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 노동력을 빼오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신랑이 처가살이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혼례제도가 1천년 이상 계속되어 오다가 조선의 건국과 함께 주자학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주자학적 전통에서는 남성이 중심이고, 혼례식도 신랑집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러나 1천년 이상 내려온 습속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일반 백성들은 여전히 신부집으로 가서 먼저 혼인하고 그 곳에서 둥지를 틀었다.

화담 서경덕이 중재안을 내놓았다는 전설이 있거니와 그 중재안이라는 것은 먼저 신부집에 가서 혼례를 올리고 신방을 차리되 며칠만 머무르다가 바로 신랑집으로 돌아오는 방식이었다. 대체적으로 이런 혼례의식이 조선중기에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이때 이렇게 신부가 신랑집으로 가서 행하는 예절이 바로 폐백이다. 폐백자리에 신랑집 식구만 참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때, 시부모를 비롯한 신랑집 어른들은 신부의 치마폭에 밤과 대추를 던져주는데, 거기에는 근본을 잊지 말라(밤)는 것과 자손을 많이 낳아달라(대추)는 뜻이 담겨있다.

현대 결혼식에서 하객(賀客)이 지켜보는 가운데 먼저 결혼식을 올리고 폐백은 그 뒤에 따로 폐백실에 가서 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있다. 이미 결혼식에서 양가 부모에게 모두 인사를 올렸기 때문에 굳이 시댁식구에게 따로 인사를 올릴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보다 가부장적인 사고가 심했던 시절에 현대식 결혼절차가 정착되었기 때문에 폐백이 예식의 하나로 굳어진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많은 결혼식에서 폐백이 생략되거나 양가부모가 같이 폐백을 받는 쪽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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