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63] 이성관계의 화목과 살벌
[삼강만평(三江漫評)-63] 이성관계의 화목과 살벌
  • 정인갑<중국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5.03.1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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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은 ‘성희롱’, ‘성추행’의 말이 난무하며 이성관계가 살벌하게 변해간다는 느낌이다. 한 번은 어느 절친한 50대 후반의 한국인 친구와 대포 한 잔 하려 모 식당에 들렀다. 그 식당은 옛날 자기의 단골집인데 최근 몇 년간 와보지 못했다며 필자를 안내했다. 식당에 들어가 앉자 그는 옛날 잘 알고 지내던 50대 여종업원을 만났다.

“아줌마, 아직 여기서 일하세요? 반갑습니다.” 몇 년 만에 만난 둘은 너무 반가워하며 친절하게 악수를 하더니 서로 끌어안으며 얼굴을 맞대었다. 옆에서 보기에도 참 좋았다. 이때 필자가 농담의 말을 던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요! 이거 성추행일 것 같은데….” “성추행은 무슨 놈의 성추행? 내가 좋아서 이러는 건데!” 여종업원이 명랑하게 말했다. 성추행인가, 아닌가는 아주 애매하며 확정된 표준이 없는 듯하다. 미묘하며 주관성이 강한 모양이다. 상기의 예는 이전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데 요즘 세상이 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아야 하므로 필자가 농담의 말을 한 마디 한 것이다.

필자의 고향에 대한 향수는 강하고 좀 더 늙어지면 고향에 돌아가 살았으면 한다. 고향 생각을 하니 이런 에피소드도 떠오른다. 열 두어 살 때까지 친구 대여섯이 마을 밖에서 놀다가 최 씨 할아버지가 모는 달구지에 부딪쳤을 때 태워달라고 조르곤 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에헴! 여기 서거라. ××을 만져보고 여물었으면 태워주고 여물지 못했으면 못 탄다.”

우리는 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고 앞 다투어 그것을 내민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한 아이 한 아이씩 만져보며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에쿠! 여물었구나, 올라 타거라. 음! 이놈은 덜 여물었는데 태워주지 말까….”

어떤 아이는 만질 때 그것이 벌떡 살아난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기뻐하며 좀 더 주물러주며 “이놈은 누구보다 더 여물었구나. 장가를 일찍 가야겠네. 맨 뒤에 앉아 친구들을 돌봐라.” 어떤 때는 여자 아이가 섞이는 수도 있다. 할아버지는 만질 데가 없어서 볼과 입술에 뽀뽀하며 “요것 참 곱구나(예쁘구나)”라고 말하곤 냉큼 품에 안아서 올려 앉혔다.

우리는 달구지를 타고 신나게 노래 부르며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얼마나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하며 사람을 도취시키는 아름다운 농촌생활의 진풍경인지 모른다. 그때 같이 놀던 아이들을 일컬어 ‘불알친구’라 한다. 그러나 이젠 다 글렀다. 요즘 세상에 이거 다 성추행이 아닌가.

1985년 필자가 처음 평양에 방문 갔을 때의 일이다. 한 번은 청룡열차를 타려고 줄을 한 시간이나 서서 기다린 적이 있다. 필자의 앞에 20대 초반의 군인 서넛과 처녀 서넛이 섞여 섰었다. 서로 모르는 사이이다. 청룡열차가 요란한 소리로 질주하고 위에 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를 때마다 처녀들은 “어마나! 무서워, 속이 떨려. 표를 물리고 타지 말까”라고 한다.

군인들이 그 말을 받아 “처녀동무, 일없어요. 나와 한 자리에 나란히 앉아요. 내가 꼭 안고 보살펴 줄게요”라며 위안한다. 이에 처녀들은 “어마나, 부끄러워라. 내가 어떻게 군인동무의 품에 안겨요. 싫어요”라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얼굴표정으로 보아 수긍하는 자세다. 그때 군인이 처녀의 허리를 슬쩍 끌어안는다. 처녀는 “와 벌써부터 이래요? 좀 있다가요”라며 살며시 군인의 팔을 밀어버리지만 반감이 없는 표정이다.

지금 서울에서 이런 행동을 했다가는 올데갈데없는 성추행이다. 물론 여자에게 달리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때 평양에서 목격한 장면은 성추행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실로 이성간의 화기애애한 화목의 장면이었다. 약 10여 년 전의 한국도 이랬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변해갈까? 사회가 발전할수록 이성간은 화목의 관계가 아니라 살벌한 관계로 변해야 하는가? 여자들이 당시에는 좋아서 수긍하였다가 후에 물고 늘어지는 수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이를 악용하여 남자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여대생이 유명 남연애인과 술자리를 같이 하고 성추행 당했다 무함하며 거금을 갈취하려던 일까지 발생하지 않았는가? 남자들은 여자 앞에서 사면초가의 수세에 몰리어 십분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지하철에서 이런 일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실팍한 젊은 여자가 미니스커트 바람으로 훤칠한 허벅다리를 드러내며 털썩 앉는다. 그 옆의 남자는 조건반사적으로 반대방향으로 몸을 움츠린다. 바지 지갑에 손을 넣었다 뺐다하다가 허벅다리라도 스쳐 봉변당할까봐서다.

진짜 성추행은 당연 단호히 막아야 한다. 그러나 너무 도를 넘은, 이성관계가 살벌해지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일까? 중국도 불원간에 이렇게 변할까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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