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송년회(送年會)에 관한 소고
[데스크칼럼]송년회(送年會)에 관한 소고
  • 박완규 편집국장
  • 승인 2010.12.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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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 편집국장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어림 스무 날 남짓 뒤면 경인년(庚寅年) 백호의 기상도 소멸될 게다.

 

해마다 세밑에 찾아드는 아쉬움과 후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가슴을 짓누르고 안타깝게 한다. 모든 세상사가 우리들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회한이 많은 한 해여서 그런가 보다.

 

왜 이렇게 여유없이 허겁지겁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생계를 꾸리느라 고달픈 일상에 지친 일반 서민들로서는 내일의 희망을 노래하기가 너무나 힘겨울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서일까. 여기 저기서 지난 한 해를 힘겹게 버텨내느라 수고했던 멍에를 잠시 내려 놓고, 쓸쓸히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띄는 요즘이다.


최근 수년간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의 극단적인 계층 구분이 심화되다 보니 우리 사회는 따뜻한 온정을 기다리는 불우이웃들로 넘쳐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진대.

 

그러고 보니, 좋든 싫든, 잘났든 못났든, 좌우지간 한 해를 무사히 보냈다는 자위의 몸짓으로 ‘권커니 잣거니’ 흥청거리는, 바야흐로 연말이다.


조선조 말기의 ‘고암가훈(顧菴家訓)’을 보면 ‘3연(緣) 12친(親)’ 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3연이란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을 의미한다.


또 12친이란 혈연으로는 내팔촌(內八寸) 외육촌(外六寸) 처사촌(妻四寸) 내외사돈이고 지연으로는 동(洞) 방(坊) 현(縣) 목(牧)에 함께 사는 사람, 그리고 학연으로는 서당(書堂) 오학(五學) 사관(四館) 대과(大科)에 함께 공부하고 함께 등과한 학우와 스승을 가리킨다.


이른바 ‘친지(親知)’를 일컫는 말인데 그 12친이 연말이면 최소한 열두번의 송년회를 열었다. 거기다가 직업으로 맺어진 직연(職緣), 취미 사교에 의한 교연(交緣)까지 치면 ‘5연 20친’으로 늘어난다.


그 스무 번의 기본송년회 말고도 요즘엔 준(準)송년회라는 것도 있다. 하버드 유학 동문회, 파리서 살던 파리 친우회, 교도소 동소회, 같은 병실의 동상(同床)회, 함께 여행한 동려(同旅)회, 동성동명회, 동갑회, 독신회에다 고스톱 동우회까지 있다.


소셔빌러티(sociability)의 ‘사교학’에 의하면 성인 한 사람이 평균 50개 연줄에 8백명 꼴로 사귄다고 한다. 그렇게 얽히고 설킨 인연의 가지가지 송년회가 이 해도 막바지에 이르렀고 바닥난 지갑과 파김치가 된 심신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컨대 2천만 성인이 1인당 2만원 회비의 송년회를 열 번씩만 가져도 4조원이 권커니 잣거니 ‘부어라 마셔라’로 날아가는 셈이다. 근년 들어 불우시설 방문, 영화 관람, 등산, 바자 등 건전하고도 간략하게 끝내기 추세로 가는 감도 없지 않지만 ‘그게 무슨 송년회냐’는 볼멘 소리들이 여전히 높다.


경인년도 어언 송년(送年)이라! 이 허망한 세월 2010년 끝자락은 모두들 떠밀어 보내지 않아도 영영 가고 만다. 다만 아무리 소란스런 자리 끄트머리라 할지라도 한 번쯤은 ‘나는 누구인가’를 돌아보며 보다 떳떳하게, 정의롭게, 겸허하게 살기를 다짐해 보는 것도 좋으련만.


남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껴서 연민을 갖는다는 동체대비(同體大悲)란 말이 있다. 요즘처럼 어렵고 각박한 세상살이에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말이다. 어려울 때 불우이웃을 돕는 사람을 보면 의외로 자신도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이들이 많다.


곳곳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들이 적은 돈이나마 조용하게 불우이웃 돕기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어느덧 우리 마음은 훈훈하다.

 

세밑 세계 각국의 우리 한인사회도 이런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 차길 소망한다. 그리고 모두가 어렵고 힘들더라도 마음을 열고 나눔의 기쁨에서 행복을 찾아보기를 권고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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