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둥근 해가 떴습니다” 용수택 선생 지다
[전대열時論] “둥근 해가 떴습니다” 용수택 선생 지다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5.04.08 10: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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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를 닦자, 윗니 아래 이 닦자, 세수할 때는 깨끗이, 이쪽저쪽 몸 닦고, 머리 빗고 옷을 입고, 거울을 봅니다, 꼭꼭 씹어 밥을 먹고, 가방 메고 인사하고, 유치원에 갑니다, 씩씩하게 갑니다.”

하구 많은 동요가 있지만 이 노래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노래도 드물다. 오래 전에 나온 동요로 아이들은 물론 전 국민의 가슴에 와 닿는 노래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노래로 “학교종이 땡땡 친다.”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등등 어려서부터 듣고 불러온 노래들은 이제 머리가 히끗히끗해진 노인네들도 익히 안다.

국민정서에 딱 맞는 노래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부르기 쉽고 잊어버리지 않는 노래다. 곡은 동요이기에 부르기 쉽게 작곡했겠지만 그에 걸맞은 가사는 자못 교육적이다. 어려서부터 노랫말을 통하여 스스로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의식도 길러내고 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을 갖게도 된다. 책임과 의무를 노래로 느끼며 실천할 수 있는 기초를 닦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둥근 해가 떴습니다”는 노랫말 속에서 어린 학생의 기본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노래를 누가 작곡하고 누가 가사를 지었는지는 까마득하게 모르고 지냈다. 그러다가 만난 사람이 용수택(龍水澤)이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을 만큼 키 큰 분이었다.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를 창립한 이갑산(李甲山)의 소개로 인사를 나눴다.

명함을 건네는데 환경문화시민연대를 대표하고 있어 한 사람의 시민단체 대표로구나 하는 정도로 알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가 사실은 작곡가이며 대표작으로 “둥근 해가 떴습니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 다시 쳐다보게 되었다.

나보다는 몇 살 아래였지만 1.4후퇴 당시 영화 ‘국제시장’으로 유명한 흥남철수 때 그 배를 타고 부모 손을 붙잡고 월남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는 항상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입을 열면 유머가 넘쳐났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웃을 일도 아닌데 용수택이 말하면 웃음이 터졌다. 유

난히 키가 커서 싱겁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그의 유머 감각은 가히 타고난 것이었다. 어떤 상황이라도 날쌔게 잡아채 웃음을 이끌었고 문제해결을 쉽게 했다. 시민단체를 이끌어가는 분들 중에는 독특한 신념을 가지고 자기만의 아집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용수택은 달랐다. 주로 환경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우리의 산하가 더럽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그 일환으로 멸종되어가는 생명체를 살려내는데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옛날에는 그렇게도 많았던 한국만의 토종인 꿩이 들과 산에서 많이 사라졌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용수택은 상당한 돈을 투자하여 꿩 100마리를 샀다. “맛있는 꿩 탕이나 해먹자”는 내 농담에 그는 피식 웃으며 “더 맛있는 것을 사드릴게요”하면서 남산으로 올라갔다. 서울의 진산(鎭山)은 남산이다. 옛 이름은 목멱산인데 일본 강점 시에는 ‘신사’를 만들었고, 자유당 시절에는 아승만 동상을 세웠다가 4.19혁명 때 끌어 내려지는 수난을 겪기도 한 곳이다.

남산은 서울시의 중점적인 관리로 아름다운 숲이 어우러졌다. 숲에는 새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서식해야만 진정으로 올바른 숲 구실을 한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토종 꿩은 깃털이 아름다워 중절모에 꽂고 다니는 신사들도 많았다.

용수택은 여기에 착안하여 꿩을 방사했다. 환경부 등에서도 나오고, 그가 심혈을 기울여 청소년 보호운동에 힘써왔던 검찰관계자들 그리고 중견 탤런트들이 대거 참여했다. ‘여섯시 내 고향’을 주관했던 임선택은 선후배 연예인들과 함께 환경운동의 첨병역할을 했다. 남산에서의 꿩 방사는 장관이었다.

후두둑 소리를 내며 숲을 향하여 힘껏 날아갔다. 사람들의 손에 붙잡혀 있다가 날려 보내니까 미쳐 워밍업이 되지 못한 놈들은 땅바닥에 곤두박질을 치기도 했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힘찬 날갯짓을 하며 숲을 향해 떠났다.

벌써 몇 년 전 일이니 지금쯤은 풀벌레 잡아먹고 알도 까서 개체가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용수택이 살려 보낸 생명체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아 떠났는데 정작 용수택 자신은 불의의 사고를 입고 깨어나지 못했으니 남은 가족은 물론이지만, 그의 재능과 추진력을 아끼는 풀뿌리 시민단체의 동지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있다.

어느 누가 그의 풍부한 경험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며 누가 있어 샘솟듯 솟아오르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못내 아쉬워하는 이들이 모여 그의 장례식은 그가 남긴 사회적 공헌을 감안하여 시민사회장으로 결정했다.

민주사회장이나 노동사회장도 있지만 그에게는 남은 사람들의 최대의 존경표시로 ‘시민사회장’을 택한 이유다. 용수택 역시 시민운동의 선구적 활동가로서의 경력에 걸맞은 시민사회장이 선택된 데 대해서 “내가 왜 첫 번째가 되었지?” 하는 유머로 답변할 듯싶다.

용수택선생이시여! 편안하게 가세요. 미처 다하지 못한 일들은 남은 동지들이 처리할 것이요. 무겁게 지려고 하지 말고 모든 걸 내려놓으면 그나마 바빴던 지난 일들이 눈 녹듯 사그라들지 않겠소. 비록 둥근 해는 떴다가 졌지만 내일 아침이면 찬란하게 다시 떠오를 것을 굳게 믿으며 명복을 비오.

▲ 고 용수택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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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욱 2022-10-27 18:50:28
저 분이 어떻게 둥근해가 떴습니다의 작곡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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