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앙코르와트를 세운 캄보디아가 지금은?
[전대열時論] 앙코르와트를 세운 캄보디아가 지금은?
  • 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5.05.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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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세계적으로 이름난 관광 상품은 수없이 많다. 한국에서도 관광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메뉴를 내놨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역시 자연문화유산이 많다. 제주도의 수려한 풍광,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등이다. 이외에도 천년의 고도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으며 서울 경복궁, 전주 한옥마을 등은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것이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다”라고 크게 내세울 수 있는 게 눈에 띠지 않는다. 오천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나라에 어째서 그런 자원이 없단 말인가. 그것은 오랜 세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외침에 대비하여 성곽을 축조하거나 궁궐을 높이는 데는 신경을 썼어도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가는 거대한 토목공사나 건축물을 건설하는데 여력을 쏟을 겨를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강성할 때에 문화적인 꽃을 피운 게 규모는 작지만 지금 남아있는 문화유산들이다. 도자기나 세공품등 예술적으로 뛰어난 유산들이 즐비하지만 그것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아니라는데 아쉬움이 있다.

반면에 다른 나라에서는 세계적인 명소로 알려진 몇 가지 자원을 보유하여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드린다. 중국은 만리장성과 진시황의 병마용으로 세계인의 눈을 휘어잡으며 로마의 신전과 프랑스의 에펠탑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 등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조차 부러워하는 최고의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나아아가라 폭포나 이과수 폭포는 각기 북미와 남미를 대표하는 자연유산으로 경탄을 자아내지만 그것은 인공이 곁들지 않은 자연물이다.

자연물로는 이번에 지진이 터져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8000m 이상의 고봉만 14좌를 안고 있는 히말라야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수많은 알피니스트들의 꿈의 도장이다. 수시로 돌변하는 날씨를 극복하고 정상에 오르는 산악인처럼 이번 네팔 지진사태도 하루빨리 복구될 수 있도록 모두가 협조해야 될 것이다.

우리가 관광자원으로서 전율을 느낄 만큼 경이로운 것은 자연물보다는 인공물에 더 큰 감동을 갖게 된다. 그것은 현대적인 과학문명이 전무(全無)했던 시절 순전히 인간의 힘만으로 어떻게 저 거대한 조형물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산 정상에 도시를 건설한 남미의 마추픽추도 그 중의 하나다.

석굴암은 현대의 과학으로도 풀기 어려운 고도의 정교함으로 감탄을 자아내지만 캄보디아에서 만난 앙코르와트는 그 웅장함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캄보디아가 고대 중국이나 로마제국처럼 강대국이었다면 그럴 수 있으려니 하겠지만 캄보디아의 역사는 그런 제국과는 거리가 멀다. 그나마 9세기에서 12세기에 이르는 약300년 동안 앙코르왕조가 전성기를 구가하며 크메르왕국시대를 지배할 때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다.

인구에 비해서 땅은 넓었지만 그 때 건설한 것이 앙코르와트 사원이다. 12세기에 완공되었다. 앙코르와트는 세계 7대불가사의 건축물이다. 궁궐, 사원, 신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물은 규모면에서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웅장, 화려를 넘어 신비스러운 예술품이다. 도읍을 둘러싼 성벽은 한 변이 4km다. 길이 7km, 너비 2km의 동바라이라는 큰 저수지도 조성되었다. 도읍의 중심지에는 5층의 피라미드 형 사원을 세우고 큰 도시라는 뜻을 가진 앙코르톰은 가장 뛰어난 건축미를 보여준다. 탑마다 임금과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여 불교국가답다.

수도 프놈펜에서 314km가 넘는 시엠립에 있는 앙코르와트 덕분에 세계에서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시엠립은 활기에 차있는 도시다. 앙코르와트 중앙탑은 불교에서 말하는 세계의 중심인 수미산을 나타낸다. 거대한 사원의 회랑은 히말라야산맥을 의미한다. 이 사원을 둘러싸고 200m 너비의 해자(垓字)를 만들어 외부의 침입을 막았다. 앙코르와트는 돌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면서도 거대한 기둥과 벽을 정교한 조각으로 새겨 그 솜씨에 탄성이 절로 터진다. 65m의 중앙탑은 가파른 ‘천국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정원과 지평선의 경관이 빼어났다. 궁궐로서는 가장규모가 장대하다는 중국의 자금성조차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웅장 화려한 앙코르와트를 세웠던 크메르왕국은 15세기에 샴(현재의 태국)의 침략으로 쇠퇴일로를 걷는다. 샴과 베트남이 번갈아가며 지배하다가 19세기에 자진해서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며 일시적으로 일본에 속했다가 종전 후 다시 프랑스로 넘어간다. ‘53년에 시아누크가 왕정을 펼치기 시작했으나 외유 중 쿠데타로 쫓겨난다. ’75년에 폴포트가 크메르루즈를 내걸고 공산독재를 자행하며 200만 명을 학살하는 킬링필드의 악명을 얻는다.

‘79년도에 훈센 등이 이끄는 친 베트남 세력이 크메르루즈를 내쫓고 캄푸치아 공화국을 세웠다가 ’93년 유엔의 승인 하에 제헌의회를 구성하고 캄보디아 왕국으로 국명을 확정했다. 개괄적으로 살펴본 캄보디아의 역사는 한국처럼 수많은 외침을 당했지만 독립의지는 박약했던 것 같다. 국민소득 1000달러의 가난한 나라다.

앙코르와트 같은 거대한 건축을 할 수 있었던 크메르인들이 지금처럼 빈약해진 것은 국론이 분열되어 내전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하나로 뭉치지 못하면 어느 나라도 강성해질 수 없다는 본보기가 아닐까. 우리 스스로도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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