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연해주에 중국발 농지개발 바람 불까?
[수첩] 연해주에 중국발 농지개발 바람 불까?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5.06.14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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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강성 기업이 러시아로부터 11만5천ha 임차...러시아 농지정책 큰 변화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블라디보스톡에서 슬라비안카, 크라스키노를 버스로 여행하면서 문득 이육사의 시 ‘광야’를 떠올렸다.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사람 손길이 가지 않은 연해주의 대지가 말뜻 그대로 광야였기 때문이었을까?

연해주는 러시아어로 ‘프리모르스키’라고 불린다. 동쪽은 동해로, 서쪽은 중국과 접해있으며, 우리와는 함경북도와 접경해있다. 넓이는 남한의 1.5배인 16만5천㎢이지만, 인구는 불과 230만명. 그나마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는 게 연해주의 걱정이다. 주도는 블라디보스톡. 비철금속 목재공업, 어업이 활발하고, 쌀과 콩 등이 재배되고 있다.

연해주를 찾은 것은 6월8일이었다. 강원도청이 주최한 GTI(광역두만강개발계획)포럼 방문단을 따라 6월8일부터 11일까지 연해주와 중국 훈춘 연길을 방문한 것.  첫날은 연해주 주도인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내려 동해안 해안도시인 슬라비안카에서 머물고, 이튿날은 크라스키노와 핫산을 둘러보고 훈춘으로 들어가는 여정이었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톡에서 슬라비안카를 거쳐, 크라스키노와 핫산으로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길을 빼놓고는 하나같이 손길 가지 않은 자연의 모습 뿐이었다. “들 가운데 나무들이 서있는 곳이 보이지요. 자세히 보면 수로가 보일 것입니다. 전에 농사를 지었다는 흔적이지요.” 92년 연해주로 건너와 지금껏 살고 있다는 한국인 가이드가 평야를 가리키며 소개를 했다.

과거 농지였던 듯한 곳이 모두 방치돼 있었다. 핫산에서 돌아나오는 길에 동행한 양창영 의원이 말을 덧붙였다. “저 넓은 들에 벼가 누렇게 자랄 때 우리 고려인 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했다고 합니다. 들에 벼가 누렇게 변해 수확을 앞두고 있는데 집을 떠나야 했지요. 그들이 우스베키스탄 카자흐스탄으로 간 고려인들입니다. 1937년의 일이지요.”

수확을 앞두고 종자도 챙기지 못한 채 영문도 모르고 수천리 타지로 이민당한 고려인들의 심경은 과연 어떠했을까? 이들이 집결해 떠난 라즈돌로예 역사도 들렀으나 비가 내린 탓인지, 모두 버스에서 내리지 않은 채 눈으로만 둘러보고 떠났다.

“저곳은 중국인이 농장을 임대해 농사를 짓는 곳입니다. 채소를 재배하는 것 같네요.” 우연히 눈에 띈 경작지를 두고 가이드가 소개를 했다. 크지 않은 농장이었다. 연해주에는 2008년 이래 아그로상생 현대중공업 등 한국기업들이 진출해 여의도 면적 190배에 달하는 16만ha의 농지를 임차했다. 하지만 실제로 경작하는 땅은 많지 않다고 하며, 국제곡물가격이 낮아 그나마 수익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땅을 제대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 식량안보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향후 북한을 위한 식량 생산기지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그런 점에서라면 연해주 진출을 민간기업에 맡겨두기보다 국가 전략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연해주를 돌고는 장령자세관을 통해 훈춘으로 들어오는데, 풍경이 일변했다. 이웃 연해주는 사람 손길 하나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대지가 훈춘에서는 모두 사람이 경작하는 농지로 바뀌어 있었던 것.

일정을 마치고 중국 연길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안에서 러시아정부가 최근 중국 절강성의 기업에 내몽고에 인접한 농지 11만5천ha를 49년간 임차해줬다는 내용의 칼럼을 접했다. 중국국제전략학회 고급고문이 쓴 이 칼럼은 "러시아가 그간 중국에 대규모 농지 임대를 거부왔으나 이 같은 정책에 큰 변화가 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혹 앞으로 우리 역사가 점철된 연해주에도 대규모 중국발 농지개발바람이 일지는 않을까? 

▲ 크라스키노 시가지
▲ 핫산의 넓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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