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워싱턴DC 홀로코스트기념관과 '수정의 밤'
[수첩] 워싱턴DC 홀로코스트기념관과 '수정의 밤'
  • 워싱턴DC=이종환 기자
  • 승인 2015.06.19 0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탈북자 조선족동포 다문화가정을 차별하지 않는가?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수정의 밤이 찾아왔고…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이 문구를 떠올린 것은 워싱턴 DC에 있는 홀로코스트기념관에서였다. 워싱턴 DC를 방문하고 뉴욕을 찾은 양창영의원이 홀로코스트기념관을 방문하고 왔다며 꼭 가보라고 해서 찾아간 것이었다.

홀로코스트기념관은 대형 오벨리스크인 워싱턴 기념탑 옆에 위치해있었다. 오후 4시가 가까웠으나 단체 관람객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방문자들이 입장하는 문은 반대쪽에 있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기념관에 들어서자 눈에 띈 것은 홀을 메우고 있는 엄청난 수의 학생들이었다. 미국 각지에서 수학여행온 학생들로 보였다. 전시관은 4층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구조로 돼 있다.

‘수정의 밤(Kristallnacht)’라는 이름은 1938년 11월 9일, 거리에 어지러이 흩어진 유리 더미에서 유래했다. 깨진 유리 파편들이 수정처럼 반짝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옛 동지들과 만찬을 즐기던 히틀러는 독일 외교관이 파리에서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1만2천명에 달하는 폴란드계 유대인이 독일에서 폴란드로 강제 이송된 것에 항의해 저격한 사건이었다. 히틀러는 유대인 사회에 대한 자연발생적인 분노의 표출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국적인 광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나치 돌격대와 친위대가 도끼와 쇠망치로 무장해 유대인 소유의 상점과 예배당을 공격했다. 7천개가 넘는 상점과 29개의 백화점, 수많은 개인 주택이 약탈당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예배당과 묘지도 훼손 당했다. 거리의 깨진 유리는 수정처럼 반짝였다. 3만 명 이상의 독일계 유대인이 다카우, 부헨발트, 작센하우젠의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나치 독일이 홀로코스트로 치닫는 여정은 이렇게 막이 올랐다. 홀로코스트기념관은 그후 일어난 반인류적 만행의 기록이다.

기자가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찾았을 때는 아베 일본총리가 워싱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홀로코스트기념관을 방문한지 한달 뒤였다. 아베 일본총리는 이곳을 찾아 무엇을 생각했을까? 과거 군국주의 일본이 주변국들에게 끼친 잘못을 조금이라도 떠올려 봤을까? 아니면 과거 일본은 독일보다는 나았다고 안도의 숨을 쉬었을까? 그는 지금 일본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헤이트스피치가 또 다른 ‘수정의 밤’을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단초라고 생각해보지는 않았을까?

일본만 떠오른 게 아니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탈북자, 조선족동포, 다문화가정 등 주변의 마이노리티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는가?   홀로코스트기념관을 둘러보며 발걸음이 한층 무거워진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