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국인 이름의 특징에 대해
{시론}한국인 이름의 특징에 대해
  • 김형남 편집위원
  • 승인 2010.12.23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남 (본지 논설위원)

사람은 제각기 이름이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오래 전 노비들은 평생 이름 없이 ‘개똥이’, ‘말뚝이’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요즘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무명 가수’니 ‘무명 학자’니 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름이 있다는 것은 존재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름에는 그 민족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이 녹아 들어있다. 한국인의 이름은 어떤 사회문화적 특징이 있을까?

첫째, 이름에 대한 한국인의 관념은 웃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서는 안된다. 이름을 단순한 기호로서가 아니라 인격 자체로 인식한 결과 때문이다. 누가 아버지의 이름을 물을 경우, 막바로 이름을 대지 않고, “O자 O자이십니다” 혹은 “O자 O자를 쓰십니다” 라고 대답해야만 바른 예절이 되고, 아버지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사람은 못배운 사람으로 치부되고 만다. 실제 이름작명에서도 부모님 이름의 한 글자도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은 조상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아, OO Junior 혹은 OO 2세, 3세처럼 여러 대에 걸쳐서 동일한 이름을 쓰기도 한다. OO의 아들이라는 의미에서 OO-Son, Mc-OO, O'OO 처럼 많이 사용된다. 또한 러시아에서는 두 번째 이름에 필수적으로 그 아버지의 이름이 반영되는 게 관례화되어 있다.

둘째, 양반 이상의 남성들은 집안의 항렬자(돌림자)를 따른다.뼈대 있는 가문일수록 위계질서를 존중하는 항렬자 작명을 주로 했다. 하지만 노비나 여성들은 항렬자를 적용하지 않았다. 항렬자는 목화토금수 오행의 순서로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상생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하지만 일본에는 항렬자가 없으며, 중국에도 우리식의 항렬자는 없다.

셋째, 성씨는 적고 이름은 많은 성소명다(姓少名多) 현상도 특징적이다. 한국은 성씨가 200여개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일본이나 유럽은 성은 많은데 이름은 적은 성다명소(姓多名少)의 특징이 있다. 그리고 한국은 성씨를 절대로 바꾸지 않으나 일본에서는 결혼해서 분가하면 얼마든지 성을 갈 수 있다. 서양에서도 결혼하면 여자는 남자쪽 성씨를 따르게 된다. 한국은 이름이 다양하고 서양은 성씨가 다양하기 때문에, 부를 때도 서양은 Mr.Clinton처럼 성씨를 주로 부르게 된다.

넷째, 한국 이름은 성(姓)과 명(名), 이렇게 두 단위로 이루어지며 성 다음에 명이 오는 순서이다. 한국에서는 ‘김형남’하면, ‘김’은 성이고, ‘형남’은 명이다. 하지만 서양의 경우는 제1이름(first name), 중간이름(middle name), 성씨(family name 혹은 surname) 이렇게 세 단위로 이루어지는 게 보통이며, 이름 다음에 성이 온다. 제1이름은 ‘부르는 이름’, 중간이름은 주로 외가(어머니쪽 가계)를 따른 이름, 성(姓)씨는 아버지쪽 가계를 나타낸다. 한국이름은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반면에 서양은 개인을 우선시하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이름에는 그 나라의 정신문화와 생활문화가 담겨 있다. 한국인은 한국인의 이름을 지녀야 민족정신이 오롯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