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時評} 時間이 아니라 浪漫인 것을
{월드時評} 時間이 아니라 浪漫인 것을
  • 배희철 회장
  • 승인 2011.01.0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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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희철(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장)

 
고대 그리스 올림푸스 신전에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Chronos)의 상이 있는데 벌거벗은 젊은이가 달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발에는 날개가, 오른손에는 날카로운 칼이 들려 있고 이마에는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늘어뜨려져 있다. 그런데 유독 뒷머리와 목덜미는 민숭민숭했다.

이를 본 시인 포세이디프(Poseidipp)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은 쉼 없이 달려야 하니 발에 날개가 있고, 시간은 창끝보다 날카롭기에 오른손에 칼을 잡았고, 시간은 만나는 사람이 잡을 수 있도록 앞 이마에 머리칼이 있으나 지난 후에는 누구도 잡을 수 없도록 뒷머리가 없다. 시간은 곧 기회다.”

이것이 우리가 사용하는 연월일시의 양적 시간인 크로노스(chronos)적 시간이다. 이와 달리 질적 시간을 의미하는 말로 카이로스(kairos)적 시간이 있는데 이는 '얼마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가'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카이로스는 과거에 대한 기억, 미래에 대한 희망과 현재를 초극하는 시간을 뜻한다.
이 두 가지 시간적 의미를 생각해 보는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한 해가 며칠 남지 않은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세월의 빠름을 실감한다. 사실 평소에는,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에 무감각한 때가 많다. 하지만 요즘처럼 매스컴과 지인들이 연말과 송년회를 언급하는 것을 듣노라면 어떤 시간의 끝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가오는 것에 대한 희망과 기대보다는 이미 지나가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애착을 얘기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을 보면 필자도 오래된 양적 시간이라는 물줄기에 샤워를 하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희망보다는 아쉬움과 후회를 먼저 하게 되는 것도 이제는 자연스런움 속에 표현되지 못한 '각자의 삶'이라는 아픔이 녹아 있다.
그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각자 자기 자신만의 방법을 동원하지만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세월이 약이겠지요…”라며 위로한다. 어쩌면 이 유행가사가 뇌리에 남아있는 것은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는 이제 더 이상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거친 모습이 돼가고 있다. 성공하기가 어렵고 실패가 쉬운 사회가 되어간다. 사람들은 분노를 참아내지 못하고 낭만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경제적 지위와 사회적 지위를 계량적으로 말하는데 익숙하다. 그러한 흐름에 저항하지 못한 채 강요당하는 듯한 생각과 생활의 형태에 갇혀가는 모습 속에서 '사는 것에 대한 참모습’을 찾기란 갈수록 어려울 것 같다.

근래 우리 사회와 개인들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왔다. 그만큼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고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 살펴 볼 기회조차 갖지 못할 만큼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왔다. 신용불량, 생활고, 이혼, 자살, 등 이 사회는 스스로를 치유하지 못할 결과들을 양산하고 강한 개인만이 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소리치고 있다. 평범한 우리는 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무기를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을 정리해내고 차분하게 미래를 설계할 여유와 낭만을 가질 때 그 큰 심호흡 안에 삶의 여유와 낭만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한다. 낭만은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범인들에게 편안함을 얻게 해줄 것이며 이제 그 낭만을 끄집어내야 할 때다.

2010년 최대 정치 유행어는 ‘굿파더(Good father)’였다고 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이 자신의 딸을 외교부 5급에 특별채용한 것을 영화 ‘대부(God father)’를 패러디 한 굿파더(Good father)란 동영상이 만들어져 인터넷을 통해 유포, 확산되면서 만천하에 알려졌고, 결국 유 장관은 물러나고 부패한 외교통상부의 쇄신을 불러왔다.

한국정치를 논(論)하기엔 소통의 창이 너무나 멀고 그 모든 지위가 한없이 낮은 우리. 늘 부족했던 세월과 늘 참아야 했던 시간을 환약(丸藥)처럼 뭉쳐 세월의 소화제로 먹어온 우리에게 삶에 대한 낭만은 통장에 남아도 인출하지 못하는 그런 것이다.

그럴지언정, 지금 우리는 경인(庚寅)년 한 해를 시간으로 보내고 신묘(辛卯)년 새해를 낭만으로 맞이하고 있는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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