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일민단 70년 맞아 낙실회수(落實懷樹) 해보면?
[칼럼] 재일민단 70년 맞아 낙실회수(落實懷樹) 해보면?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6.01.31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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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수사원(飮水思源)과 같은 뜻...제주도 밀감밭은 재일민단의 모국사랑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얼마전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음수사원(飮水思源),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를 깊이 애도하면서’이라고 적은 게 계기가 됐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빈소를 다녀간 명사들은 다양한 글을 담겼다. 방명록에 남긴 추도문이다.

서울대 성낙인 총장은  ‘권력의 인격화시대를 살아가신 마지막 민주주의자’라는 알듯 모를듯(?)한 말을 남겼고,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저를 정계로 이끌어주셨던 각하! 감사합니다’라고 아예 솔직하게 적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초석을 다진 지도자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썼고,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민주화의 거인, 영면하소서”라고 적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뉴욕총영사관의 빈소를 들러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려고 과감한 개혁조치를 하신 분”이라고 밝혔고,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대표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 철학을 기리고 계승할 때”라고 공보실을 통해 애도의 말을 밝혔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조문했으나 방명록에 글을 남기지는 않았다. 검은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조문 온 박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조문에 임했으며, 방명록도 작성하지 않았다..

이회창 전 총재는 음수사원과 관련해 “물을 마시면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라는 뜻”이라며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생활화돼서 (물처럼) 공기처럼 민주주의의 존재나 족적을 잊기 쉬운데, 김 전 대통령과 같이 역할을 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기여하신 이 분의 공을 하도 세상이 좋아져서 잘 못 느낀다”며,  “(한국이) 어떻게 민주주의가 됐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음수사원은 뿌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뿌리를 중시한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은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을 정도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에 휘호로 써준 글이기도 하다.

이 말의 출전은  1500여년 전 중국 남북조시대의 문인 유신(庾信)이 쓴 징조곡(徵調曲)으로 알려져 있다. ‘열매를 딸 때는 그 나무를 생각하고(落其實者思其樹)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한다(飮其流者懷其源)’는 구절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음수사원과 짝을 이루는 사자성어는 낙실회수(落實懷樹)가 되겠다. 우물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듯이, 나무에 달린 과일 열매를 딸 때 그 나무를 심은 사람에게 감사하라는 뜻이다.

올해는 재일민단이 창립 70주년을 맞는 해다. 민단은 일본에서 숱한 차별을 겪으면서도 일본에 있는 동포들이 한국인으로 긍지를 갖고 살수 있도록 해온 한인사회의 보루이자, 모국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 돈과 목숨, 마음을 바쳐온 단체다.

6.25가 났을 때는 자진해서 학도의용군으로 참여했고, 조국이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했을 때는 경제부흥에 발벗고 참여했다. 지금 제주도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밀감밭도 재일동포들이 보내온 수백만 그루의 묘목으로 인해 비로소 일궈진 밭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올해는 적어도 밀감을 먹을 때만큼은 한번쯤 낙실회수하는 마음으로 재일민단과 재일동포들의 나라사랑을 떠올려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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