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평] 일본, 중국 주도하는 AIIB 가입할까?
[한일시평] 일본, 중국 주도하는 AIIB 가입할까?
  • 최영호(재외한인학회장)
  • 승인 2016.02.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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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 벽두부터 중국에서는 AIIB 개업을 축하하는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지난 1월1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钓鱼台) 국빈관에서 AIIB 개업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고, 각국의 언론이 이 움직임을 주목하고 각종 뉴스를 내보냈다.

중국이 아시아지역에 대한 인프라 지원을 위한 최초의 국제금융기구를 출범시키고 한국과 유럽 국가를 비롯해 가맹국 57개국으로 개업식을 개최한 것이다. 이날 기념식 축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제적인 경제시스템의 개선을 추진해 가겠다고 말하고, AIIB를 통해 세계은행 등 전후 금융질서를 개혁해 나갈 의지를 다시 밝혔다.

AIIB는 중국 주도의 금융기구로, 중국인들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초대 총재에는 중국 재무부 차관과 ADB(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진리춘(金立群)이 선임돼 일하고 있다. 또한 AIIB 총회의 초대 의장에는 로우지웨이(楼継偉) 재무장관이 취임했다. 중국이 이 기구를 통해 투자하고 있는 금액도 만만치 않다.

자본금 1,000억달러(120여조원) 가운데 중국이 30% 정도를 출자하고 있어 융자 요청에 대한 거부권을 중국 단독으로 장악할 수 있다. 개업 축하식에서 시 주석은 개도국 지원을 위해 자본금 이외에도 AIIB 산하 기관인 ‘프로젝트 준비 특별기금’에 특별히 5,000만달러(600여억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올해에만 최대 20억달러를 지원하는 등 앞으로 매년 100억~15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어 중국은 이 기구를 통해 현대판 실크로드 경제권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구상을 실현해 가려고 한다.

그런데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과 일본은 AIIB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진리춘 총재는 출범을 전후해 “문호는 언제나 열려있고 국적을 불문하고 전문가를 적극 기용하겠다”며 간접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AIIB 참가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오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6월 일본을 방문해 AIIB 설립에 참여할 것을 직접 요청했고, 올해 전반기에도 일본을 방문해 또 다시 참가를 요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요청에 쉽게 호응하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중순에도 일본의 언론들은 일제히 AIIB의 개업을 알리는 뉴스를 내보내면서도 AIIB의 전망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운영의 투명성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등 우려를 중심으로 해 전했다. AIIB보다는 새해 들어 중국의 소비 둔화와 저성장에 관한 뉴스들이 일본 언론 대부분을 장식했고 또한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2016년에 2,000만명을 넘길 것이라는 소식을 시끄럽게 보도했다.

일본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중심으로 해 종래의 국제경제 질서를 강화해 가겠다고 하며 아시아지역에서 AIIB와 대항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ADB는 일본의 투자를 중심으로 해 1966년에 설립됐으며 현재 마닐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아시아 지역 굴지의 국제기관이다. 애초에 일본은 이 기구의 본부를 도쿄에 두려고 했는데 가맹국 투표에서 도쿄, 테헤란, 마닐라가 경합하게 돼 결국 마닐라로 결정됐다. 오늘날 이 기구에는 67개 국가와 지역이 참여하고 있고, 3,000여명의 직원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ADB가 융자금의 고갈 방지를 조건으로 하는 엄격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고 환경에 대한 배려를 우선적으로 적용하다보니 금융 지원의 기동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이렇듯 ADB가 아시아에 고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하는 문제점이 신흥국가들로 하여금 AIIB에게 관심을 돌리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본부를 마닐라에 두고 있다고 해도 이제까지 ADB의 역대 총재는 모두 일본인이 맡아 왔다. 또한 아시아지역의 경제성장을 대표하는 중국에게 주도권을 부여한 일이 없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 AIIB 출범이 확정된 시기에 ADB에 대한 투자액을 종래보다 30%를 늘리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약 1,100억달러를 투자하겠는 ADB 강화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다가 AIIB에 대한 대항 조치 가운데 하나로 일본은 엔 차관을 행할 때의 수속 기간을 현행 3년에서부터 1년 반으로 단축해 금융지원의 기동성을 높이겠다는 개혁안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TPP(환태평양 파트너십) 협정 체결에 적극 임함으로써 자유무역 증진을 통해 중국의 기세를 억누르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일본의 대결 태세가 일본 기업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부 일본인 경제인 가운데서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에 대한 가장 강한 비판으로서는 미국의 의도를 잘못 읽고 일본 정부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의견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재무성 관료 출신으로 ADB에서 6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무네나가 겐사쿠(宗永健作)는 미국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것이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일본이 미국을 제쳐두고 스스로 AIIB에 참가하겠다고 하는 선택지를 갖지 못하는 병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이 이 기구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미국이 참가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미국과 일본의 불참 이유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미국이 AIIB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는 일본과 달리 중국과 대항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의회가 AIIB에 대한 출자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참가하지 않을 뿐이며, 오히려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의도를 잘못 판단하고 중국과 불필요하게 대립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강렬한 비판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일본이 AIIB에 참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일본의 경제 전문가도 상당수 존재한다. 비록 AIIB 출범과 개업에는 참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일본이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중국의 지나친 아시아 개입을 일본이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AIIB 밖에서 대결 자세를 선명히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안으로 파고들어 협조와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는 것이다.

현재 일본 경제동우회(JACE)의 대표간사를 맡고 있는 고바야시 요시미쓰(小林喜光)는 지난 1월18일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에 대해 조만간 AIIB 참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하는 견해를 제시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인프라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ADB 또는 세계은행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채널을 가지고 투자해 가는 것이 일본 기업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제안한 것이다.

만일 일본이 AIIB에 참가하게 되면 과도한 중국 주도의 성격을 다소 완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일본이 단독으로 AIIB에 출자한다면 그 경제규모에서 볼 때 지불할 자본금 규모가 24.8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AIIB에서 일본의 출자 비율이 11.3% 정도 될 것이고, 9.8%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의결권은 현재의 26.1%에서 22.7%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AIIB와 ADB의 공조 투자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현재 ADB 총재인 나카오 다케히코(中尾武彦)는 지난해 11월 간담회에서 이미 ADB가 AIIB와 협조 융자를 추진하기로 합의했고, 이르면 올해 봄부터 두 기관이 합작 융자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충분한 채산성과 규모가 있는 사업들을 발굴해 공동으로 투자하거나 민간 금융기관보다도 유리한 조건으로 함께 융자해 가자는 것이다.

두 기구가 함께 기획안을 검토하고 감사하게 된다면 현재보다 더욱 사업의 채산성과 실효성을 모니터링 하기 쉽기 때문에 이 기구에 참여할 일본 기업에게도 보다 유리한 선택지로 작용할 것이라고 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매년 8,000억달러(1,000여조원)를 웃도는 인프라 건설자금 수요가 일어나고 있다. 만약 일본이 참가하지 않는 상태에서 AIIB의 존재감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중국 기업의 아시아 인프라 수주가 늘어날 것이고, 이것은 일본 기업의 인프라 수출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재외한인학회장
영산대학교 일본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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