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 3년 만에 급성장, 韓-美 기술 가교역할 기대
미국 첨단기술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에서 구글과 애플, 인텔 등 글로벌 IT기업에 근무하는 한국인 하이테크 종사자들의 모임인 '베이에리어 K-그룹'(www.bayareakgroup.org)의 회원 수가 1천명을 돌파하며 급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7년 3월 실리콘밸리 거주 엔지니어 등 26명이 모여 한국인 IT전문가들의 모임을 만들기로 하고 이듬해 2월 회원 140명으로 정식 출범한 지 근 3년 만이다. 9일 현재 회원수는 1천2명.
이 같은 K-그룹의 급성장은 90년대 닷컴 붐을 타고 밀려온 중국, 인도계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파워그룹으로 부상한데 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한국인들도 활발한 정보교류와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매머드' 네트워크를 가지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원 수가 2천∼6천명에 달하는 중국이나 인도의 실리콘밸리 내 단체에 비해 아직 규모는 작지만 인종, 국가를 기준으로 한 모임으로는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지원을 받는 러시아와 함께 3위 수준으로 도약한 것이다. 특히 K-그룹의 주축이 현재 기업 내 중간관리층인 30대 초.중반이어서 향후 성장가능성이 큰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그룹은 그간 한국의 주요 IT대기업들과 활발한 기술교류를 하는 동시에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술 흐름과 벤처문화 등을 배우려는 국내 기업인과 대학생들을 위한 견학프로그램까지 운영하는 등 한국의 첨단기술산업 발전에도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학석사(MBA)를 포함해 석.박사의 비율이 80%를 넘어서는 K-그룹은 주로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와,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이곳 기업에 취업했거나 부모와 함께 어릴 때 이민을 온 뒤 실리콘밸리에 취업한 한인 1세대와 1.5세대로 구성돼 있다.
K-그룹을 이끄는 송영길(43) 회장은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종사자 중 한인은 4천명 정도로 추산되며, 최근 한 달 평균 30명 정도씩 꾸준히 늘고 있다"며 "실리콘밸리에 거주하고 하이테크 종사자만 가입이 가능해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직종 종사자들도 많이 신청하지만 거절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K-그룹 회원들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기업인 구글에 31명이 근무하는 것을 비롯해 시스코시스템즈(32명), 마벨(19명), 오라클(18명), 야후(18명), 인텔(16명), 애플(15명) 등 주요 IT기업 종사자가 전체의 70%를 넘는다. 최근에는 회원들이 중심이 된 신생기업이 4개나 출범했다고 K-그룹은 전했다.
K-그룹은 무엇보다 실리콘밸리 내 채용과 창업 관련 주요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지원하는 한편 기술트렌드 등에 맞춘 경력 관리 등을 포함한 회원들간 활발한 네트워킹을 주요 활동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웹서비스.소프트웨어.네트워크.칩 디자인.에너지.바이오 등 6개 분과별로 국내외 주요 전문가들을 초청해 매달 1차례 이상 기술교류세미나를 여는 등 최근 첨단기술흐름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또 지난해 실리콘밸리에 견학을 온 국내 기업인과 학생 등 300명을 대상으로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산업시찰을 지원하고, 글로벌 기업 근무경험이나 창업 경험 등을 공유하는 행사도 15차례나 여는 등 미국과 한국간 기술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가교역할도 하고 있다.
이번 달에도 경기과학고생 40명을 포함해 3개 단체가 실리콘밸리를 찾아와 K-그룹의 안내를 받을 예정이다. K-그룹은 지금까지 자원봉사 형식으로 이뤄진 견학프로그램을 공식사업으로 쳬계화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어온 국내 주요기업과의 기술 정보교류를 정례화하기로 하고, 내년부터는 삼성정밀화학,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와 정기적으로 기술교류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