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중국의 넨가오(年糕)와 한국의 떡국
[문화산책] 중국의 넨가오(年糕)와 한국의 떡국
  • 현혜경 로하스한류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6.02.09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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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모두 설에 떡국 먹어...만주족은 제사에 떡국 올려
▲ 현혜경 로하스한류문화연구소장

옛날 중국에 '연(年)'이라고 부르는 맹수가 살았다. 연은 산속 깊은 곳에서 토끼나 노루같은 산짐승을 잡아먹고 살았으나 혹한이 몰아칠 때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오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운 겨울만 되면 걱정이 컸다. 연이 내려와서 사람들을 해치고 다녔기 때문이다.

이때 ‘고씨(高氏)’ 부족에서 묘안을 찾아냈다. 연이 먹을 것을 찾아 마을을 내려올 때 각기 대문 앞에 쌀로 만든 가래떡을 내놓아서 연이 먹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냈던 것.

고씨 부족의 해결책은 먹혀들었다. 길게 뽑은 가래떡을 대문 앞에 쌓아놓고, 사람들은 집안에 숨었는데, 기대한 대로 연은 가래떡만 먹고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이웃 부족들도 연을 피하기 위해 가래떡을 만들어 대문 앞에 내놓는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장 추운 겨울날이면 집집마다 가래떡을 만들기 시작했고, 연을 피하기 위해 고씨 부족이 만든 거래떡이라 해서 이를 ‘연고(年高)’라고 부른 게 나중에 ‘연고(年糕)’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우리가 떡국이나 떡볶이를 만들 때 쓰는 가래떡을 ‘넨가오(年糕)’라고 부른다. 우리의 설과 같은 음력 1월1일의 ‘춘제(春節)’ 때 먹는 음식이다.

중국에서 넨가오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차(食次)’라는 중국 남북조시대 요리책에 나오는 ‘백견당(白茧糖)’이 ‘넨가오’를 사용한 요리이기 때문이다.

식차에는 백견당의 제조법을 이렇게 기록했다. “찰벼를 밥으로 만들어 절구에 넣고 찧는다. 찧어서 인절미처럼 되면 이를 다시 쪄서 익히되, 반드시 쌀알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백견당의 견(茧)은 누에고치를 뜻한다. 흰 누에고치 모양으로 달게 만들었다고 해서, 백견당이라고 불렀던 듯하다.

중국의 넨가오는 지역마다 요리법이 다르다. 절강성 영파의 넨가오는 쌀을 물에 불려서 가루로 빻은 후 쪄서 가래떡으로 만드는 방식이고, 강소성 소주는 돼지기름에 튀기며, 복건성 복주는 쌀과 찹쌀을 반반씩 사용하되 설탕도 넣어서 만든다.

한편 북방 넨가오의 대표인 북경 넨가오는 소수민족인 회족(回族)음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청나라의 만주족은 이를 제사에 사용해왔다. 앞에서 소개한 연이라는 맹수 이야기도 '추운 겨울' '깊은 산' 과 같은 소재를 봐서는 북방을 배경으로 한 얘기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찍부터 가래떡과 떡국을 먹어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문헌에 ‘떡국’이 등장하는 것은 우리의 설 풍속을 적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1849년)’다. 지금은 기계로 가래떡을 뽑아내지만, 과거에는 떡메로 떡을 쳐서 가래떡으로 만든 후 떡국으로 끓여냈다. 떡국 기미로는 꿩고기가 선호됐는데, 꿩이 없으면 닭을 썼다고 해서 ‘꿩 대신 닭’이라는 말도 나왔다.

개성에서는 ‘조랭이떡국’이라고 해서 누에고치 모양의 가운데가 잘록하게 들어간 떡을 떡국으로 만들어 먹었다. 설탕을 넣지 않았으니 ‘백견당’이 아닌 ‘백견탕(白茧湯)’인 셈이다.

일본도 설이면 찹쌀로 만든 떡인 가가미모찌(鏡餠)를 신사에 바치고, 집에서 그 떡을 넣어서 ‘조니(雜煮)’라는 떡국을 해먹는다. 일본식 떡국인 ‘조니’도 지역마다 다르나, 스프 재료로 다양한 해산물을 쓰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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